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꾼 Mar 15. 2022

격리 기간 동안 들은 빗소리

자연의 소리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자가 격리를 한 지 6일이 됐다.

바이러스를 이겨내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지고 싶었지만 양보가 필요했다. 


비가 내렸다.


국내에서 산불이 가장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이 건조한 틈에 비가 부슬부슬 창밖으로 내렸다. 이런 포근한 날에 내리는 비는 나가서 저벅저벅 걷는 발에 물방울 맺히는 것도 좀 보고 그러면서 예뻐해야 하는데, 어깨도 살짝 젖어 옷을 털고 집에 들어오면서 비가 오지 않는 '집의 정적 참 좋다.' 이렇게 말해줘야 하는 건데. 아파트 베란다에서 땅을 향해 바닥을 내려다보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니 좀 아쉬웠다.


일주일은 생각보다 빨랐다.

미뤄뒀던 빨랫감을 정리하고 블로그 글도 적어보고 옷도 모두 꺼내 먼지도 털어내야지 했는데 약 먹고 눕고 이불 동여 메고 땀 닦고 마스크 쓰고 벗고 하니까 하루가 다 갔다. 정신을 차리고 앉아서 일주일 동안 일을 하지 못했는데 나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지? 하고 생각했다. 


수업을 하지 못했으니까 엄청난 수입 손실이 있구나 하고 손가락을 접어가면서 계산하다가 이내 그만뒀다. 달라질 건 없었다. 그보다 든 생각은 창문이 없는 집에서 격리를 한다면 어땠을까. 약을 사다 줄 동거인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신 과일이 먹고 싶은데 사과를 사 먹을 수 있는 돈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비를 맞고 싶다고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를 탔으면 어땠을까. 돈은 있는데 청정한 사과가 없고 공산품의 사과맛을 내는 음료만 마실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대기질이 정말 좋지 않아서 평상시에도 이렇게 코와 목이 아프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폐에 무리가 온다는 게 뭘까..


만약 이러다가 정말 3차 세계대전이 나면 어쩔까, 전염병으로 인간의 지성과 안위가 몰락당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이상하고 있을 법한 무서운 생각들을 했다. 사회라는 구조가 무너지지 않아야 안전망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그나마 창문이 있는 집에서 주문을 하면 먹고 싶은 음식을 기다려 먹을 수 있고 퇴근을 하면 만나러 와줄 사람이 있다는 게.. 감사했다. 


어디선가 고독과 가난, 질병과 불길에 싸우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서

나는 격리 후 무엇을 해야 할까..

출처 : 핀터레스트 ana rosa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눈에는 무슨 아픔이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