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꾼 Apr 05. 2022

괜찮아, 존재 자체가 사랑이야.

세상과 관계 맺기


오후 3시 눈물이 주룩 흐른다. 창 밖에서는 고속도로에 세차게 달리고 화물차 자가용들이 바삐 움직인다. 내 코에는 보이차 향기가 아른댄다. 동그란 회색 뿔테 안경을 쓰고 잠깐 흐른 감정의 동요 때문에 몸에 열기가 후끈하다. 생일 때 모였던 친구들 단톡방에서 한 친구가 문자가 왔다. 나는 결혼을 했고 한 명은 올해 겨울에 앞두고 있고 한 친구는 새로운 남자와 몇 개월째 진지하게 만나는 중이다.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 것 같아서 짜증 나. 쩨쩨하게 굴 수도 없고, 내 자존감이 낮아진 걸까? 나 봄 타나 봐 애들아. 다른 애들은 애 하나둘씩 잘 나아서 잘 지내고 있는데 난 뭐하나 싶어."


서른넷을 맞이하고 마음도 급해졌겠지만 자신의 자존감이 너무 연약해졌다고 말하는 이 친구에게 공감과 위로의 문자를 나눴다. 그러다 문득 내가 겪는 문제가 떠올랐다. 나는 남 앞에 서는 사람이라 수업을 이끌기도 하고 연기도 하고 연출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방식이 어떻든 본질은 변함없이 사랑과 자신에 대한 몰입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 그에 대한 다양한 표현, 살아있는 존재와 건강한 관계 맺기 또는 아름다움의 실천, 자신의 아름다움. 하지만 사회적 잣대를 들고 본다면 무명 배우, 무명 요가강사, 평범한 무명인이다. 기준에 부합한다는 게 무얼까.


카톡에 마지막 문자를 회신했다. 

"응 괜찮아 괜찮아. 사랑받기에 충분해. 존재 자체가 사랑이야." 이렇게 쓰고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우리는 왜 사랑을 표현하는데 이렇게 쑥스러워할까? 자신의 존재를 밝히는데 무엇을 두려워할까. 사랑하는 사이에 계산이 왜 익숙할까. 과거에 위협을 받았던 존재감 수치심, 그게 엄마 아빠에게 받았던 상처이든 친구로부터 받았던 기억이든. 




@instagram   vidapura  어느 날, 인친님의 마음에 드는 글귀라서 캡처.





세상과 건강하고 솔직하게 관계 맺기를 소망한다. 의식해야 한다. 나의 존재를 위협하는 무의식의 흐름. 판단하고 평가하는 계산적 사고로 위계를 나누고 위축되고 부정적이게 병들어버리는 순수하지 못한 마음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나에게 삭막해진다. 또 남에게 차가운 가시가 된다. 빛을 잃어가는 존재가 된다. 결국 세상에서 내가 너와 하나가 되고 내가 나와 하나가 되는 경험은 점점 무가치해지거나 자극적인 소비재로 대체될 것이다. 


"괜찮아요. 존재 자체가 사랑이에요." 

하루 세 번 되뇌자.

작가의 이전글 격리 기간 동안 들은 빗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