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꾼 Apr 14. 2022

태동이 없는 태아에게 <태담의 중요성>

태담 자주 해주세요.

자신의 뱃속에 새로운 생명이 자란다는 건 무슨 기분일까?

그리고 아기와 교감을 한다는 건?



태담은 엄마와 아기가 다른 공간에서
서로 친해지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중요한 교감의 원천
 


산전 요가 수업을 가서 예비 엄마들에게 묻는 첫 질문은 "태담 자주 하시나요?"이다. 보통은 부끄러운 얼굴로 "아니요. 글쎄요."하고 웃는 엄마들의 모습이 보통이다. 이유를 물어보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어색해요.', '실감이 안 나요.'라고 말한다.




출처 : ©4frame group - stock.adobe.com



나는 24주가 된 예비 엄마와 산전 요가 수업을 하러 갔다.

"오늘 컨디션 어떠세요?"

"괜찮아요 선생님. 곧 2차 기형아 검사하러 가는데 좀 떨리네요."

"왜요?"

"아기가 아직 태동이 없어서요. 보통 이쯤엔 느껴진다는데 전 아직 소식이 없네요."


그리고 다음 회차 수업에서 검사를 마친 엄마를 만났다. 담당의는 2주 동안 태동을 기다려보자고 했다. 만약 그래도 소식이 없다면 위급한 상황일 수 있으니 기다리지 말고 얼른 병원에 얼른 오라고 했다. 마음이 쓰였다. 왜 태동이 없을까..




우리는 왜 태담이 어색할까?


1. 회사에서 근무하는 긴 시간

직장에서 아기랑 대화하기가 쉬울까? 아무래도 사무를 보며 동료들과 가까이 앉아 근무를 한다면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어 아기에게 말을 걸어주는 게 낯설고 부끄러울 수 있다. 태동이 있을 때 '아가 무슨 일이야 지금 재밌게 놀고 있니?' 하며 말을 걸며 즉각 반응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2. 개인 생활 중시와 프라이버시

예전엔 마을에서 함께 공동 육아를 하며 키우는 공동체 문화였다. 이웃들이 뱃속의 아기에게 자주 말을 건네주기 때문에 다양한 음성과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하지만 지금은 낯선 사람이 그러면 당황스럽거나 이상하게 경계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또 코로나 위협 때문에 홀로 집에 있는 엄마라면 더욱이.


3. 온라인 문자 대화 방식의 익숙함

시장이나 잔치 공연문화, 바다나 산지 생활처럼 대집단 속에 개인의 목소리를 높여 크게 의사를 전달하는 표현 방식도 감퇴했다. 자유로운 발성의 말보다는 '문자'나 '톡'으로 소통하는 시대에서 상대와 전화도 낯설어하곤 하는데 재밌는 감정 표현이나 큰 제스처를 이용해 아기와 장난스럽게 관계를 맺는 게 쑥스러울 수 있다.



위의 산모님은 24주가 되도록 아기의 태동을 느끼지 못했다. 자기가 둔한 건지 아기가 조용한 성격이라 가만히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 태담을 자주 해주지 못해 아기가 자기 태명을 모르는 건지 의아해했다. 그래서 우리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수업에서 아주 큰 조치를 취했다. 


바로 큰 목소리로 태담 하기.

"아기야 아기야 아기야."

"너 거기에 있니?"

"엄마는 여기에 있어!"

"엄마는 너의 표현을 기다려. 엄마는 너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단다."

"너의 이름은 (태명)이야."

"내 목소리가 들린다면 반응해주렴." 

"네가 행복할 때 꿈꿀 때 엄마에게 태동을 표현해주면 엄마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

"기다리고 있을게"



그리고 다음날, 아기는 존재를 인식하고 묻는 태담 덕뿐이었는지 정말 태동을 해냈고 자신의 존재감을 엄마에게 확실히 드러내 주었다. 


"엄마 저 지금 여기에 있어요."


태담의 위력은 정말 위대하다. 목소리의 파동은 엄마 피부와 아기의 양수에게 전달된다. 의미가 무엇이든 자꾸 엄마가 있는 세상에서 아기가 있는 세상으로 똑똑, 문을 두드리고 관심을 표현하는 일은 서로 하나가 되는데 큰 영향력을 갖는다. 이렇게 아기는 엄마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사랑을 먹고 행복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참 신비롭다.

작가의 이전글 괜찮아, 존재 자체가 사랑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