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고통
어제는 주말에 일을 갔다가 일찍 마친 남편과 함께 사랑하는 작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았다. 내 마음속 선호도 1위는 언제나 박찬욱, 그의 영화이다. 남편과 나는 영화과 출신으로 그는 연출을 하면서 밥 벌어먹는 사람이고 나는 배우를 하다가 그만둔 거나 다름없는 사람이 됐다.
영화가 끝나자 둘 다 한숨을 깊게 쉬었는데 그게 매우 좋았다. 우리는 한숨과 감탄사로 대화를 나누며 영화관을 서서히 빠져나왔고 약간의 영어가 섞인 말을 했다. 아주 감격스러웠으니까 '와 C..'가 붙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감성적이고 예민해진 상태에서 우리 둘은 어둑한 밤 동안 다소 진지한 이야기로 갈등과 화해를 반복했다.
집에 돌아와 그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말했고 나는 "모든 게 부럽다."라고 말했다. 나는 눈물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는데 내가 사랑했던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쓰라렸다. <헤어질 결심>은 나에게 예술적 성취와 결핍에 트리거가 됐고 갑자기 우는 내가 이상해 보였는지 남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여자가 갑자기 왜 이럴까.
오랜 기간 동안 내게 풀지 못하는 보따리가 있다면 예술적 생계일 텐데, 그 창의적 기질이 일상에서 점차 희석되고 희미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가끔 난 스스로 환장한다. 그래서 남편이라면 이해하겠지 하고 봇물 터지듯이 요즘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요즘의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