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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Nov 30. 2022

3년 만의 해외여행에서 깨달은 것

20대와 30대의 여행은 다르다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사라진 시대에도 드디어 종말이 왔다. 3년 만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가 아닌, 다른 나라 땅을 밟았다. 도착지는 인천공항에서 직항으로 10시간이 걸리는 따뜻한 남쪽의 나라 호주 시드니.  


"갑자기 시드니는 왜?"


3년 만에 나가는 해외여행이니 분명 고심 끝에 골랐을 텐데, 목적지가 호주 시드니라고 하니 주변 지인들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유럽, 미국, 아시아 등 북반구에 있는 다른 나라들은 많이 다녀봤지만 왠지 모르게 남반구는 낯선감이 있다.


나에게는 3년 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의 목적지가 시드니여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사람.


친하게 지내던 전 회사 동료가 여자 친구를 따라 호주 시드니에 가서 정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시절 나를 살뜰하게 잘 챙겨주시던 한인 부부께 안부 인사를 전했는데, 말라위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일시적으로 시드니에서 지내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니 서로 다르게 알고 있는 지인이 동일한 기간에 호주 시드니에 살고 있다니! 시드니에 무조건 가야 한다고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심장은 이미 결정을 내린 뒤였지만, 뒤늦게 이성적으로 호주에 가야만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나름 찾았다. 우선 날씨가 따뜻한 나라였으면 좋겠고(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 도시의 모던함과 동시에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길 바랬다. 그리고 현지에서 소통이 원활할 수 있도록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를 원했다. 이렇게 이유를 늘어놓고 나니 호주를 가야만 하는 충분조건이 성립되었다. (게다가 코알라, 캥거루 등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들도 있다)



오랜만에 여권을 챙기고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3년 만의 해외여행을 앞두고 살짝 긴장이 되었다. 아이패드에 다운로드한 예능을 보고, 책도 읽고 두 번의 기내식을 먹으니 벌써 도착이었다.


시드니 공항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정말 코로나가 존재하기 전의 세상으로 돌아온 느낌.


한국에서는 낙엽으로 물들며 겨울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었지만, 호주의 푸릇푸릇한 식물들은 이제 시작이라는 듯 싱그러운 생명력을 뽐냈다. 한국에서부터 입고 온 재킷과 두꺼운 바지는 캐리어 안에 넣어 두고 반팔과 반바지로 갈아입었다. 호주는 운전의 방향이 반대라서(좌측통행),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마다 헷갈렸다.



단 10시간 만에 나는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었다. 영어로 쓰인 간판,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호주 사람들 등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래, 낯선 환경에 덩그러니 던져진다는 건 이런 느낌이었지.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세포의 감각 하나하나가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시드니에 왔으면 오페라하우스의 야경은 무조건 봐야 하는 것이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거리가 휑하고 도시가 죽은 듯이 조용했는데, 오페라하우스 근처로 가니 그제야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 주변은 들뜬 여행객들이 뿜어내는 활기로 가득했다. 어떤 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진행 중이었고, 연인, 친구들끼리 기념사진을 찍거나 한창 대화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멋진 야경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곧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저마다 소중한 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결국 나는 혼자였다.


자금 내 옆에서 이 풍경을 같이 바라보면서, 오페라하우스 야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탄하며, 시덥지 않은 농담이라도 건네는 누군가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야외 테이블에 홀로 자리 잡고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외로움은 더 짙어졌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 야경을 마주하더라도 이 순간을 함께 즐기며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저 풍경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갑자기 모든 것이 덧 없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아 내가 변했구나’


20대 초반만 해도 혼자 여행하는 걸 더 즐겼다. 친구랑 여행한다면 서로 스타일이 다른 부분도 있기에 어느 정도는 타협하면서 가야 하는데 혼자서 여행하면 내 마음대로 일정을 짤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스텔 등에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에도 혼자 있는 것이 더 수월했다.


사실 내가 변했다는 건 여행지를 결정할 때부터 알아차려야 했다. 현지에서 유명한 '무엇을 보겠다'가 아니라 '누구를 만나겠다'가 가장 중요한 이유였으니.

20대 때만 해도 여행의 목적은 최대한 많이 보는 것이었다. 30대가 되니, 아무리 볼 것이 많은 도시라고 해도 내가 아는 지인이 한 명도 없다면 마음이 잘 가지 않는다.


과연 이번 여행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을까 궁금했는데 정작 깨달은 것이 ‘나는 이제 늙었다’라니… 뭔가 씁쓸하지만 이 또한 받아들이고 나아가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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