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쇤 Oct 30. 2023

모든 것에 권태기

삼십 대 초반, 어떻게 살 것인가

따사롭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곡식이 익어가는 계절인 가을을 지나고 있다. 작년보다 더 성장했고, 성숙해진 사람이 되길 바랐다. 한해를 슬슬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데 하지만 나는 어째 잘 여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전 팀장님이 퇴사하고, 조직의 책임자들이 바뀌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맡은 일은 하고는 있지만 크게 동기 부여가 없는 상태다. 꽤나 오랫동안 열정을 가지고 해 왔던 풋살도 요새는 시들시들해졌다. 책마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회사 일이나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 때마다 책은 내가 현실에서 도망쳐서 잠시 쉬는 도피처였는데 말이다.


'대체 모든 것이 문제인가?'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들다 보면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재미가 없다'


모든 것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노잼의 시기의 한가운데 머물러 있다.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소설이나 에세이 등 일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장르의 책을 읽을만한 심적인 여유가 없어졌다. 실무 노하우, 경영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지만 재미가 없어 10분을 온전히 집중해서 책을 읽기도 힘들어졌다. 한 달에 평균 2-3권은 거뜬히 읽는 내가 1권도 끝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고 있다.


나라는 사람은 극 E형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알아가며 얻는 배움과 삶의 원동력이 크다. 하지만 돈 아낀다고 요즘에는 그런 자리 자체를 가까이하지도 않았고, 더 근본적으로는 나라는 사람 자체의 형질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외부의 트렌드, 자극들에 점점 무뎌지고 있달까. 예전에는 주변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그런 모습에 자극받고 나도 더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말이다.


풋살도 1년 넘게 했으니 실력을 레벨 업하는 계기가 필요한데, 사설 레슨을 받고 싶지만 시간과 돈이 없다는 계속 핑계로 미루고 있다. 조금 더 어릴 때는 해외여행 등의 경험, 나를 위한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 내 집 마련 등 현실적인 부담 앞에 저축은 늘리고 불필요한 곳에는 소비 자체를 줄이면서 뭔가 사람 자체가 위축되는 느낌마저 든다.

 

팀원들과 으쌰으쌰 하면서 조금 더 도전적인 환경에서 배우며 일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경험을 위해 연봉을 덜 받는 것도 감수할 수 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이 없다. 가진 것이 없으니 무엇이든 얻고 배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20대 시절의 헝그리 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다. 머리로는 도전을 원하지만, 몸은 안정감에 익숙해져 있다. 도전과 안정 사이에서 그 어느 한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그야말로 여기저기 끼어서 오도 가도 못하는 답답한 시기를 겪고 있다. 삼십 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겪고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이 답답한 국면을 해소해 줄 돌파구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답답함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는 자체가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길은 어떻게든 찾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