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쇤 Jul 19. 2020

처음 만난 사람에게 칭찬 잘하는 법

칭찬으로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다.

칭찬 (:일컬을 칭 : 기릴 찬)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은 일을 한다거나 했다고, 또는 어떤 일을 잘한다거나 했다고 말하거나 높이 평가하는 것


칭찬,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이다. 조금 쑥스러워서 그렇지 칭찬을 싫어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 같다. 나 또한 칭찬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 인정받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은 내적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나는 다른 사람의 칭찬에도 후한 편이다. 한껏 가꾼 외모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티 안나는 행동이든 누군가의 노력을 알아봐 주는 것이, 평범한 누군가의 하루를 빛낼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칭찬이라는 것, 젓가락질 같이 살면서 필요한 생존 스킬처럼 자연스레 익힌 것이지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깊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 최근 칭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모든 것은 내가 올해 들어 몇 개월째 열정을 다해 참여하고 있는 한 소셜 살롱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낯선 사람에게 받는 칭찬의 마력  


크리에이터 클럽(줄여서 '크클')에는 특별한 문화가 있는데,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나이와 직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한 번 모이면 거의 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는데, 그 사람에 대해서 내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고작 그의 이름뿐이다. 이렇게 모임을 마치고 나면, 크클 전용 앱 내에서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의 프로필에 들어가 그 사람에 대한 칭찬을 남기는 것이 권장된다. 칭찬에 대한 고민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내게 제대로 된 칭찬을 건넬 수 있을까? 반대로 나는 잠깐 스치듯 만난 사람들에게 얼마나 진실된 칭찬을 할 수 있을까?


크클에서 열린 샴페인 시음회 모임에 참여한 그다음 토요일 아침, 집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누군가 내게 칭찬을 남겼다는 앱 알림이 왔다. 바로 휴대폰을 들어 내게 남겨진 칭찬을 확인했다. 그리고 순간 멍- 해졌다. 칭찬을 읽고 또 읽었다.



왜 그녀가 메이트를 하는지

해야 하는지 알겠더라


편안함과 꼼꼼함

여유로움과 부드러움

초롱초롱함과 인간다움을 고루 갖춘

참 따뜻한 사람이라서 그런가 보다


노란색 옷처럼 봄이 생각나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가진 장점 중 자랑스러워하는 것, 그리고 내가 가지지는 못했지만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을 정확히 캐치해서 운율을 살린 한 편의 시처럼 써주신 것이 아닌가. 칭찬을 남긴 A는 샴페인 시음 모임을 주최해주신 분이었는데, 몇 마디 주고받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나를 간파당한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투명한 사람이었나. 낯선 사람이 나를 그렇게 봐줬다고 생각하니 뭔가 감격과 충격 사이의 오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이 신선한 충격을 계기로 내가 크클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프로필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남긴 칭찬을 꼼꼼히 읽어봤다. 내가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던 사람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고, 어떤 칭찬을 남겼을지 궁금했다. A는 외모 뒤에 감춰진 그 사람의 장점을 읽어내고, 그것을 매력 있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A가 남긴 다른 사람의 칭찬을 읽으면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해도 호감이 생길 정도로. 반면 '예뻐요' 등 외모에 관한 칭찬만 일색인 누군가의 프로필을 보면, 자연스레 눈살이 찌부려졌다. 질투해서가 아니다. 외모가 다가 아닌데, 그 사람의 매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예쁘다'라는 말 안에 갇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칭찬이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라 그동안 나름 칭찬으로 건넨 말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을까 되돌아보게 되었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을 텐데, 이제라도 칭찬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을 제대로 알고 싶어졌다. A로부터 칭찬을 받은 그 날 덕분에 내 하루가 특별해졌던 것처럼, 마법의 지팡이는 없지만 나의 칭찬으로 누군가의 하루를 빛나게 하는 그런 마법을 부리고 싶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칭찬 잘하는 법


바로 실행에 옮겨 칭찬 크클링을 열었다(크클링이란 특정 주제로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열 수 있는 소규모 모임이다). 5명의 멤버가 모여 여태까지 살면서 받은 칭찬 중 좋았던 것, 안 좋았던 것을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칭찬의 유형을 구분해봤다.


처음에 모임을 기획할 때만 해도 이 모임이 끝나면 '칭찬 잘하는 법 5가지'처럼 어떤 구체적인 방법론을 결과물로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배운 것은 '이런 건 절대 하면 안 돼'와 같은 기피해야 할 것 투성이었다. 각자 겪은 경험, 주변 환경, 콤플렉스 등이 다르기 때문에 '솔직하다', '말을 잘 들어준다' 등의 언뜻 보면 칭찬처럼 보이는 말도 누군가에게는 그 사람이 가진 상처를 파고드는 날카로운 말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고작 몇 개의 단서만을 가지고 처음 보는 사람을 칭찬해야 한다면,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2시간의 모임 끝에 나름 칭찬의 Do와 Don't가 정리되었다.


Do

-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말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듣기를 바라는 말 아닐까 (ex. 너는 참 매력적이야, 그냥 너라서 좋아)

- 눈빛, 몸짓으로 건네는 칭찬

가끔은 묵직한 행동이 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의 칭찬

기대하지 못한 사람(만난 지 얼마 안 된)에게서 받은 좋은 칭찬은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다.

- 공개적인 자리보다는, 개인적인 자리에서의 칭찬

같은 말이라도 여러 명이 있을 때보다는 단둘이 있을 때 건네는 칭찬이 더 진심으로 와 닿을 수 있다.

- 그 사람이 노력하는 것에 대해서 인정하는 말

타고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노력하는 부분을 찾아내고 인정하자

 

Don't

- 외모 등 노력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에 대한 칭찬

노력해서 변화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칭찬은 맥 빠지고, 공허해질 수 있다.

- 남들과의 비교를 전제한 칭찬

이건 진짜 안 하느니 못하다. (ex. 그래도 네가 B보다는 예뻐)

- 누군가를 정형화할 수 있는 칭찬

사람마다 멀티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착하다' 등 보이는 면만을 보고 건네는 칭찬하는 것은 그 사람을 한 가면 속에 가둘 수 있다.  




정리한 것을 보니 대단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다 아는 그런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면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기도 하다. 이렇듯 칭찬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칭찬을  한다면 스쳐지나갈 사람도  곁에 붙잡고, 칭찬을  못한다면 머무를 사람도 스쳐 지나가게 하지 않을까. 잘 건넨 칭찬으로 내 주변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더욱 밝고 아름다워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Photo by Antonino Visalli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인스타그램 관종입니다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