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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Jul 15. 2016

내읽책_한국이 싫어서

미움이 아닌 애증의 싫음

한국을 싫어하는 것까지는 아닌 내가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을 읽었다.


나는 한국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책 '한국이 싫어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애증과 같은 느낌으로 진심으로 한국을 싫어하는 느낌이라 마음이 좋지 않았고 거기에 이 책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논픽션적으로 다가와서 더 마음이 짠해졌다.






리키라는 캐릭터


리키는 인도네시아 사람이며, 무슬림으로 나온다.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으며 한국 사람들이 동남아 사람들을 대하는 일반적인 태도를 인지하고 있다.


리키와 무난한 연애를 했던 계나가 리키를 보는 관점은 리키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한국인의 관점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주 평범한 사람과 사람의 연애였다. 이 부분에서 나는 계나라는 캐릭터가 진정으로 탈(脫)한국에 성공한 것으로 여겼다. (혹은 애초부터 계나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보통 한국 사람보다는 트여있고 열려 있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그런 리키와의 관계가 리키의 적극적 구애에도 불구하고 계나가 결정을 하고 매듭을 짓지 못함으로 인해서 헤어짐으로 마무리되고 난 후 뒤늦게 '리키와 결혼할걸 그랬나?'라고 계나가 되뇌이는 부분을 보면서, (경제적인 부분을 아쉬워했다는 점 때문에) 작가가 그리고 싶었던 계나는 그냥 지극히 평범한 사람, 혹은 소시민, 혹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자랐던 여성인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나가 보다 독립적이고 나름 강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명이라는 캐릭터


내가 생각하는 지명이는 한국 그자체이다. 지명이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고 목표를 향해 달려 볼 수 있는 환경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한국 전체를 대변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어쨋든 계나에게 있어서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존재 혹은 내가 사랑했고 떠나온 존재라는 면에서 한국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계나가 한국에 약 두달간 머무르는 부분에서 극대화된다. 결국 모국이면서 돌아갈수 없는 존재처럼 계나와 지명 그리고 계나와 한국은 애증의 관계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결국 계나와 지명이 연결될 수 없는 스토리로 마무리 되는 부분 (지명의 결혼)을 통해 계나가 한국을 완전히 버릴 수 있게 되는 복선을 보여준다.




캐릭터들의 구성과 설정


리키와 지명은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캐릭터이다. 그건 국적의 문제라기 보다는 계나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를 드러내주기 위한 스토리 라인이다.


반면 재인의 경우는 그들과는 다르게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하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순간에 계나가 재인과 함께 있다는 부분은 결국 한국이 싫어서 떠나며 정착하는 대상이 애초부터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학력등이 탁월하지 못했던 재인이라는 점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전체 메시지 라인과 부합한다.




사실 이 부분을 제외한 계나의 대학 동창들과 가족 구성원 등은 극의 전개를 위한 양념 정도로 생각이 된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포함하여 전체적인 서사의 전개는 매우 주인공 단 한 명을 중심으로 연결된다. 그런 부분이 이 책에 몰입을 할 수 있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성별의 관점에 대한 시선


책의 전반에서 저자는 강하지는 않지만 성별의 차이에 대한 작은 이야기들을 담아 놓은 듯 하다.

예를 들어 계나가 만났던 남자들이 계나와 헤어지면 이내 다른 여자를 사귄다고 보는 시선이나 계나의 친구가 결혼을 하고 나서의 삶을 표현할때 부정적임이 담겨 있는 부분 혹은 시어머니에 대한 험담도 아마 그런 범주에 포함된다고 본다. (시어머니는 성별은 여성이지만 남편 쪽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한편 영어로 표현하면 여자 이름을 가지고 있던 재인은 오히려 처음부터 서로 다른 성별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렇게 시작된 관계가 마지막에는 오히려 좋은 결과로 마무리 되는 방향으로 책이 끝난다. 일종의 성별에 대한 편견없이 다가갈 수 있었던 존재가 계나에게 필요했던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 싫어서'의 책 내용은 한국에 진저리를 느끼거나 한국을 혐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 강도는 오히려 지극히 평범해서 너무 괴롭지는 않지만 윤택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윤택해지지 못할 것 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느끼는 염증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그리고 이 책은 오히려 솔직하게 금전적인 부분에 대한 불만 역시 주인공의 입을 통해 뱉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계나는 한국에 잠시 돌아와 지명과 다시 즐거운 시절을 보내며, 늙으막에 호주로 돌아와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를 만끽하며 사는 삶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 상상의 중심에는 호주의 시민권의 가치가 10억원 정도의 금전적 가치라는 수식어가 동반된다. (실제로 이런 시민권에 대한 금전적 가치는 포털을 통해 검색해보면 실제 그런 금액적 가치가 거론되고 있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혹은 내 돈 2,000만원과 바꿀 수 있는 아현동 아파트의 6평차이와 같은 부분에 대한 언급 역시 그런 맥락과 맞닿아 있어 보인다.


사실 계나라는 캐릭터가 나름 높은 학벌과 각자는 조금씩 문제가 있지만 크게 구조적으로 화목함을 해칠만한 요소까지는 가지고 있지 않은 가족 구성 등으로 보았을때 한국을 떠나거나 등지고 싶을 정도로 문제가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런데 난 이 책을 읽다가 오히려 그 부분에 핵심이 있음을 느꼈다. 작가는 극단적으로 한국을 싫어할 이유가 없는 이들조차도 한국을 싫어하게되는 이야기의 플롯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세 개의 문장으로 정리해볼까 한다.


명확한 교훈이나 메시지는 전혀 없다.

그렇다고 깊은 감동이나 눈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뭔가 강한 끌어당김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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