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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Dec 02. 2016

내읽책_플라나리아, 왜나는너를사랑하는가

현실을 지나치게 솔직하지만 서로 다르게 바라보는 두 권의 책

대부분 우리가 읽는 책들은 저자가 가지고 있는 가다듬어진 내용으로 쓰여지고 읽혀진다.

여기에서 '가다듬었다'라고 하는 범위는 일차적으로는 말과 표현 혹은 단어와 문장 그리고 문맥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그 이외에도 가다듬어진 관점에 대한 부분이 대부분 책의 새로움을 가져오는 주요한 요소이다. 문장을 가다듬는 노력과 열정보다 관점을 가다듬는 노력과 열정은 독자의 즐거움을 더욱 신선하게 전달해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관점의 글에 목말라 있기도 하고 그런 니즈를 충족하는 글이 등장하면 이내 화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하려는 두 권의 책은 신선함? 새로움? 독특함의 관점이 아닌 지나친 솔직함과 미묘하게 동의하게 되는 일상의 감정을 교묘하게 파고든 책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솔직하면서 미묘하게 동의가 되는 두권의 책의 주제는 매우 상반되어 있다. '플라나리아'는 무직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있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사랑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일단 무직이라는 개념은 부정적이고 사랑이라는 개념은 긍정적이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이 두 권의 책이 대척점에 해당하는 느낌의 상반된 느낌의 책은 아니다. '플라나리아' 안에서도 무직을 둘러싼채 사랑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플라나리아'는 여러개의 무직의 테마를 가지고 있는 짧은 글들의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인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그 안에 사랑을 내포하고 있다. '플라나리아'에서는 무직이 무의미와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했기 때문에 아마도 그 안에 무직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부정적 느낌을 지울 수 있는 긍정적 기재를 넣었을 것이다.


한편 정해진 직업이 없이 살아라는 무직의 상태를 살아가고 있는 삶을 조명한 '플라나리아' 무직을 단순히 '직업이 없음'의 프레임으로 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오히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함이 현대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Energyless 상태를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매우 일본적인 환경을 배경으로 한 무기력상태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을 어떻게 적응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허나 이런 무기력함은 이제 우리나라의 현실로 다가오기도 했기 때문에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솔직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그렇기에 젊은 나이에 암수술을 한 주인공이나 아이들을 키우면서 남편의 벌이가 줄어드는 와중에 성추행을 당할뻔한 위기에 처하는 주인공 등은 허투로 지나칠 수 없는 묘한 공감을 일으키는 캐릭터인 것이다. 다만 신기한 것은 그럼 어두운 테마에도 그것이 삶이고 일상적일 수 있다는 슬픈 공감대로 인해서 책 자체가 염세적인 느낌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와는 좀 느낌이 다르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경우 사랑을 접하는 주인공의 속내에서 드러나는 솔직함을 테마로 하고 있다. 알랭드보통은 그런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 더 없이 많이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만큼 더 확고하게 이해할 수 없거나 일명 빡이 치는 상황들에 대해서 가감없이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런 사랑의 이야기는 결코 아름다움으로 포장되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사랑으로 인한 힘듦을 토로하지도 않는다. 정말 있는 그대로 연애를 하면 느낄 법한 심리적 상태의 곡선주기를 연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써 놓은 글이다. 물론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한 번에 필이 꽂히고 이후 일사천리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스토리에 대해서는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그 부분이 이 책을 읽는데 있어서 실망감을 주거나 무언가 발목을 잡는 느낌은 없으니 충분히 나쁘지 않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책을 좋아하고 알랭드보통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는 아마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신박한 문체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부터 이미 '아 이렇게 글을 쓸수도 있구나'라는 느낌이 머리를 세게 강타하였다. 물론 IT쪽이지만 6권의 책을 써 보았고 이런 저런 책을 꽤 읽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언어는 내가 이전에 이 세상에서 보지 못한 형태의 것이었다. 그 재능에 부러움과 사랑을 각각 한표씩 보내주고 싶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개탄하고 어려워하고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이야기가, 행복하고 즐겁고 유쾌하고 활기찬 이야기보다 쓰지 쉽지 않나 싶고 그보다는 단연 담담하고 일상적이며 반복적이고 밋밋한 내용이 쓰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이 두권의 책은 충분히 그렇게 담담하고 일상적이며 반복적이고 밋밋한 내용을 읽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여유로운 휴일 이 책 한권 들고 삶을 곱씹어보기 매우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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