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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Dec 14. 2016

내읽책_슈독(Shoe Dog)

신발에 미친 바로 그 사람의 이야기

슈독이란 신발을 연구하는데 미쳐있는 사람들을 뜻한다. 즉 신발에 미친사람이다.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나이트는 처음 육상선수로서 신발을 만났다. 아마도 그 전에 그냥 길을 걸어다니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신발을 먼저 만났겠지만 말이다. 그런 그에게 신발은 구매자에서 판매자라는 드라마틱한 역할 변화를 불러왔다. 아니 사실 그 자신이 그런 역할로 자신을 몰아 넣었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신발을 소비하고 생산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에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슈독'들을 찾아서 전 세계를 휩쓸고 다녔다.






오늘은 그 규모를 감히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져버린 나이키는 70년대 후반 그리고 80년대 초반에 걸쳐 그 사업적 안정성이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한국에서 4인가구가 살고 있는 집이라면 집 안에 두세가지 나이키 아이템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한편 나이키의 드라마틱한 성장을 직접적으로 느끼려면 몇 가지 숫자를 되새겨보면 된다. 첫 번째 나이키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어버린 마이클조던은 84년에 NBA에 데뷔하였다. 내가 이 책을 읽고나서 나이키가 그나마 안정화 되었음을 느꼈던 것을 79년에서 81년으로 여겼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로부터 3년후에 슈퍼스타가 등장하고 나이키는 그 슈퍼찬스를 바로 잡아 버린 것이다. 또 한편으로 숫자로 연식을 기재하는 나이키 신발 중 가장 오래되지 않았을까 하는 에어맥스는 맥스90이 가장 오래된 버전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나이키는 역사와 전통으로 승부하는 회사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들은 그렇게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나이키의 역사가 그렇게 짧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오히려 인지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필 나이트 (Phil Knight)는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는 달리기 선수였지만 최고는 아니었다. 만일 그가 최고의 달리기 선수였다면 아마도 운동선수로서 성공하느라 신발을 만들고 팔생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결국 그 실패가 필 나이트에게는 최고의 성공을 가져다 준 것이다.


하지만 필 나이트가 최고의 달리기 선수가 아니었다고 해서 '달리기'라는 행동 자체가 그의 삶에서 선수를 관둔 이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책에서 나와 있듯이 그는 주기적으로 6마일 약 10km 달리기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한것으로 나와 있다. 또한 달리기로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고의 달리기 코치이며 이 사업을 같이 움직여줄 바우어만코치에게 손을 내민 것이나 책의 중간에 아쉽게도 이 세상을 떠나기는 하지만 프리폰테인과 같은 자신의 신발을 신고 뛸 수 있는 선수를 발굴해내는 부분에서 나는 그가 만나기 위해 온 세상을 뒤지며 시간을 보냈던 '슈독'의 존재가 정확히 그 자신에게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빌 바우어만 코치를 비롯하여 나이키는 필 나이트라는 사람 한 명의 사람이 캐리한 회사가 아니다. 우델이라는 인물을 비롯한 수 많은 사람들이 필 나이트에게 버금갈정도로 나이키를 위해 인생을 바친다.


또한 슬프게도 책 속에 비중이 매우 낮지만 실제로는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들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캐롤린 데이비슨이라는 사람은 대학생이던 시절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며 나이키의 그 유명한 로고를 만들어 내었다. (실제로 그 로고를 만들고 받은 돈은 $35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후로도 나이키와 일을 하며, 보상도 많이 받은 듯 하다.)


이 부분에서 잠시 나이키가 성공하는데 있어서 나는 생동감 있는 로고의 역할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스우시라고 불리는 이 로고는 실제로 '휙 하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다'라는 의미의 영어라고 하며 운동성을 나타내는데 있어서 이만한 그래픽이 없어 보인다. 이 로고는 1971년에 생겨났으며 책에 나왔듯 중간에 영문 표기에 대한 이슈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그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BI(Brand Identity)는 제품과 서비스에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삼성을 수십년간 알았지만 현재 삼성의 로고를 보고 있으면 예전의 삼성 로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는 사실상 브랜드를 이미지적으로 인지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로고는 제품과 서비스를 대표한다.이처럼 필 나이트에게는 그래픽에 있어서 캐롤린 데이비슨이라는 '스우시'가 있었고 사업기획과 다양한 문제 해결에는 우델이라는 '스우시'가 있었고, 신발 연구와 실험에는 빌바우어만이라는 '스우시'가 있었던 듯 하다. 그 모든 조력자들의 움직임 속에 스우시와 같은 역동성이 느껴지고 그런 역동성을 잘 나타낸 것이 나이키의 승리의 원동력이기도 해 보인다.








블루리본, 오니츠카 타이거 등은 과거의 나이키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난 심지어 나이키를 오니츠카보다 훨씬 먼저 알고 있었던 1인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내 또래는 나와 비슷했을것이다. 그만큼 이미 내가 어럈을때 나이키의 지배력은 이미 대단했다. 운동화의 영역에서 일본이 강점이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아식스와 미즈노를 알고 오니츠카를 Urban Athletics Brand로 인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나는 오니츠카 타이거 신발을 열 켤레 좀 못되게 충분히 많이 신어본 나름 오니츠카 매니아 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만큼 현재의 나이키의 성공은 눈 부시다.


필 나이트가 이야기 했듯이 전세계의 스포츠 브랜드는 독일의 아디다스와 퓨마가 독점하고 있었지만 이제와서 퓨마는 그 자리에 있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글과 이야기의 흐름은 매우 담담하다. 결코 자신의 승리에 빛을 비추지 않았다.






이 책은 내가 올해 읽었던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500페이지가 넘는 책 들 가운데 가장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한 번 씩 책을 펼치면 100쪽 씩 장이 넘어가고, 또한 몇일만에 책을 들어도 그 전의 이야기가 머리 속에 또렷히 남았다. 대부분 페이지들을 속독법으로 읽지 않더라도 빠른 독서가 가능했다. 이 책은 경제경영서도 자서전도 아닌 그냥 한 권의 책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즉 신발에 관심이 없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인 셈이다. 하물며 신발을 좋아하고 코르테즈나 와플 그리고 나이키 에어를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한명의 위대한 슈독이 다른 수 많은 슈독들과 만들어낸 이야기 '슈독' 가히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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