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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Jan 31. 2017

내읽책_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의 특별한 관찰 방법론

이 책은 어쩌면 한국 사람들에게는 낯선 책인지도 모른다. 우선 내용이 진행되는 인도 출신의 미국인이 시카고라는 미국의 대도시에서 특히나 그 가운데 할렘가 안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흑인들의 삶에 걸쳐 있는 갱과 마약 등의 판매 등의 내용을 보고 느낀 대로 적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평범한 한국인에게는 이질감이 느껴지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주제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추천도서라는 책 23권 가운데 한권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 가운데 3권의 책을 보게 되었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6/02/23/story_n_9295986.html






주인공


이 책의 주인공은 크게 2 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명은 관찰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저자 수디르 벤카테시이다. 그는 사회학 전공을 하던 와중 시카고 대학교 머물면서 할렘가와 갱단에 대해 피상적으로 관찰되는 통계적 수치나 관찰자료들을 뒤로한채 자신이 보고자 하는 현상이 머무르고 있는 할렘가로 직접 발을 옮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이후 오랜 세월 친구도 동료도 아닌 오래도록 나름 깊은 관계를 맺게 되는 갱리더 제이티를 만난다.

일단 관찰 리서치를 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 수 있겠지만 수디르 벤카테시는 정확히 자신이 보아야 하는 관찰 대상을 잘 선정하였고 피험자 역시 자신이 관찰되는 것에 대해서 잠정적으로 동의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심지어 더 좋을 수 있었던 부분은 피관찰자인 제이티와 그의 수하에 있는 갱들 그리고 로버트 테일러의 지역주민들은 관찰자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았다. 우리나라의 영화 '비열한 거리'의 시나리오가 약간 이 책의 시나리오 흐름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건 픽션이고 이건 논픽션이라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만약 벤카테시 교수와 같은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전혀 일면식이 없는 조직폭력배에게 가서 자신이 그들을 관찰하겠다고 이야기 했다면 그 관찰을 허락해 줄리도 없을 뿐더러 그 내용이 이처럼 책으로 나오게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관찰을 해 가면서 말이다. 오랜시간 관찰 대상과 완전히 어우러지는 것은 Bias가 없는 관찰 방법론의 필수 요건인데 수디르 벤카테시는 다행히도 이 요건이 충족되도록 환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나는 혹시 그가 시카고 출신이었다면, 혹은 그가 흑인이어서 주변에 할렘에서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면 오히려 시도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벤카테시는 천성적으로도 겁이 많이 없었겠지만 학문적인 호기심과 할렘의 삶에 대한 완벽히 정확한 파악이 없었기에 오히려 뛰어들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즉 이 책은 주인공이 잘 짜여진 각본인 셈이다.




용기와 꾸준함


JT와의 첫만남에서 생각보다 벤카테시는 겁을 먹지 않은듯 묘사되어 있다. 혹시 벤카테시가 지나치게 겁을 먹고 도망치거나 했다면 그는 결코 이 책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 로버트 테일러의 거주민 중 하나인 비비를 폭행한 남자를 추격하고 그 남자를 잡는 과정에서 발차기에 동참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학자'로서의 역할을 잠시 잃어버린 듯 하여 위태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가 그 만큼 구성원과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부분은 비학문적인 영역에서 더욱 큰 공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는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갱댄을 중심으로, 갱단의 지도층을 중심으로, 갱단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로버트 테일러에서 남자의 도움없이 살아가는 여자를 중심으로 또한 경찰 및 시카고 시의 기관들과 줄이 닿아 있어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까지 광범위한 정성조사를 진행한다. 결국 국지적이지 않은 그리고 완벽한 커버리지의 사회과학 조사를 통해서 그는 그 10년이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 역시 대학원 시절 사회과학조사방법론에  대한 수업을 들었던 바 그의 시도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도전


관찰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그는 도전으로 채웠다. 예를 들어 하룻동안 갱 리더가 되어보기는 그 대표적인 예였다. 물론 그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이 갱리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Role Play를 통해여 피관찰자의 경험에 대해서 더욱 깊숙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더하여 벤카테시 교수는 할렘의 여성들에게 교육을 제공하였다. 워낙 삶이 황폐하여 교육을 보장받기 어려운 그들의 삶을 돕기 위해 시작된 그의 교육 제공은 많은 이들에게 전혀 사실과 다른 오해나 의심을 사기도 하였지만 결국은 미혼모 및 부양가족이 많고 남편이 없는 흑인 여성들의 삶을 더욱 깊숙히 관찰 할 수 있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더욱 정확한 숫자


벤카테시 교수가 블랙킹스 내에서 재무를 관리하던 중간관리자로부터 받게 된 갱단의 재무자료는 내 생각에는 연구실에서 틀에 박한 연구를 진행하며 다루던 껍데기 뿐인 수치 데이터와는 차원이 다른 소중한 자료가 되었을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그렇듯이 진정한 세계에서 살아숨쉬고 있는 자료들을 만나면 그것은 학술적인 의미와 접합이 되어 수 많은 논문들로 재창조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갱의 중간 관리자의 연간 수입이 3만달러 수준이라거나, 제이티의 차가 말리부라는 점 (벤츠나 BMW가 아니다.) 그리고 로버트 테일러 주민들의 평균적인 월 수입이 매우 낮다는 부분은 그들의 삶을 더욱 직접적으로 실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의 가치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이 책의 가치는 진정한 애쓰노그래피 조사의 결정판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깊이는 가히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총균쇠에서 보여준 관찰조사의 진정성과 비견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최근 빅데이터라는 키워드가 전 세계를 싹슬이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수디르 벤카테시 교수가 보여준 정성조사의 중요성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조사방법론 안에서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은 결코 피상적 인터뷰나 설문이 할 수 없는 것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두 번째로 이 책의 가치는 왜 마크 저커버그가 이 책을 추천헀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내가 저커버그와 대화를 나눠본것도 아니고 추천 이유에 대해서 들어 본것은 아니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이 책의 가치의 연장선으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체험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종종 서비스의 기획과 같은 부분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Unmet Needs 를 파악하는데 있어서는 이만한 방법론이 없다. 물론 당연히 빅데이터 분석으로는 Unmet Needs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마크 저커버그의 추천 도서들은 일단 하나같이 실패가 없다. 바로 빠르게 4번째 책으로 넘어가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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