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꾸미지 않은 듯한 트럼프의 기질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보았다. 그건 바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느끼기에 이 책의 제목이 적절한 것인가?'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 안에는 실상 책의 제목에 해당하는 '거래'와 꽤나 거리가 있어보이는 내용 들이 있기 때문이다. 구태어 인간이 대화를 하고 결론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거래라면 할말은 없지만 그야말로 실질적인 협의적인 거래와는 이책은 약간은 거리가 있지 않나 싶다. 물론 힐튼과의 호텔 건설과 매매의 부분이나 뉴욕 시내의 호텔들을 얻어나아가는 과정은 분명 그런 부분을 담고 있고 그 과정 속에서 그처럼 많은 실익을 얻어낼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 말고는 별로 없을 수 있지만 그는 단순히 자신이 돈을 잘 벌어온 과정을 쓰려고 이 책을 쓴 것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아무튼 도널드트럼프가 자신의 거래를 자신이 현재의 위치와 평가를 얻을 수 있었던 과정 상의 모든 요소 이야기한다면 그 '거래' 에 대한 이야기와 근간은 모두 이 책에 잘 적혀 있는 것이 맞다. 심지어 트럼프는 (내 생각에는)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자신에 대한 수 많은 자랑들을 억누른채 이 책을 쓰지 않았나 싶다. (억눌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곳곳에서 그런 냄새는 물론 곳곳에서 난다.)
이야기의 흐름은 대략 이렇다.
0. 끝없이 일을 처리해내는 트럼프 1. 아버지, 2. 펜센트럴, 3. 애틀랜틱 시티와 힐튼, 4. 뉴욕시내, 5. 울먼 아이스링크, 그리고 다시 6. 펜센트럴로 돌아온다.
이야기의 흐름은 아주 자연스럽다. 읽기 편하다. 또한 기승전결이나 서사적인 느낌도 있다. 만약 정말로 (그렇지는 않겠지만)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써 내려간 글로 출간을 한 것이라면 그는 거래를 잘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글을 아주 맛깔나게 쓰는 능력도 있는 셈이다.
꼭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거래를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난 아마도 들러리를 잘세우는 능력이 아닐가 싶다. 예를 들어 그는 '힐튼'을 존중하는 멘트를 하고 나서 '힐튼'으로부터 아주 잘 만들어진 호텔 카지노를 원하는 가격에 매입한 이야기를 한다. 또한 '밸리'사의 주식 매입 과정에서 '밸리'사가 애틀랜틱 시티에 너기트 카지노에 대한 고가의 매입으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자신의 자산들이 자동으로 가치가 상승했다고 이야기한다. 아마 이것이 그가 가지고 있는 '거래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또한 거래와 상관 없이 그는 이 책을 통해 가치지향적인(자본지향적이지 않고) 이미지를 가지고 싶어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마지막 챕터는 '울먼아이스링크'에 대한 부분이다(사실 이 챕터 이후 책이 끝나지는 않는다.). 여기에서 트럼프는 그냥 건물도 아닌 그리고 수익의 창출도 아닌 목표 지향적인 방향에서도 자신은 동일하게 거래하고 나아간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USFL에 대한 부분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서 말했듯 실제로 책은 울먼아이스링크를 지나 텔레비전시티에서 마무리되고 아웃트로 부분 까지 남아있지만 사실상 마지막 챕터는 울먼아이스링크라는 생각이 들게 되어 있다. 울먼아이스링크를 통해 아낄수 있었던 75만달러나 USFL과 NFL의 소송을 통해 승소하여 얻은 1달러는 트럼프가 자신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어 내세운 수치들이다. 물론 그렇게 받아들여줄 사람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널드 트럼프는 이 책을 쓰면서 더욱 거만하고 자신만만한 자세로 글을 써내려 갔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항상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나름은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다. 물론 마지막 장인 '14장, 다음엔 무엇을'에서는 자신만의 727 항공기를 비롯한 눌러놓고 있는 수 많은 자랑들을 쏟아내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자신의 뚝심과 인내, 철학과 신념을 표현했으니 말이다. 당연히 이 책이 보잉727로부터 시작되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이내 덮어버렸을 것이다.
이 책은 1989년 초판이 나온책이다. 그 시절의 트럼프는 젋고 패기가 가득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리고 약 30년이 지난 시점에 그는 어떠한가? 트럼프는 나이가 들었지만 본질을 잃은 것 같지는 않다. 내 생각에 우리가 느끼고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그것이 아닐까 싶다. 모든 건물에 트럼프라는 이름을 붙이기 좋아하는 이 사람, 현재는 미국의 대통령이 된 사람, 저돌적이며 신념있고 비난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사람이 트럼프이다. 물론 그 모든 것이 좋은 가치라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돌격이나 어긋난 신념 그러고 삐뚫어진 도전이라는 것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기 떄문이다. 다만 나는 그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에 이미 거래의 기술이라는 내용의 책을 쓰며 아이덴티티를 세웠다는 것, 그리고 다른 것은 몰라도 스스로의 기준이나 조직을 이끌어가는 방식에 대한 나름의 철학은 이미 그에게 수십년 전부터 내제화되어 있다는 점, 이미 그 오래전 경제계의 거물들과의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서 좋은 포지션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런 관계의 능숙함을 미국이 선택하여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된 것에 대해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앞에는 훌륭한 사업자가 훌륭한 사회 및 국가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 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미국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한 번 쯤 이 책을 읽어볼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나는 단연 이 책을 읽고나서 트럼프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기 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