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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Apr 10. 2017

내읽책_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의 삶에 대한 철학

유시민 작가의 책을 읽었다.


우리에게는 국회의원 그리고 장관으로 인식되어 있는 유시민이 정계를 은퇴하고 작가의 길로 돌아간 후 낸 첫 번쨰 책이 바로 '어떻게 살 것인가' 이다. 아마도 그가 과거 운동권 학생으로 있던 시기와 이후 유학을 갔던 그의 인생 1라운드를 지나 정치인으로서 인생 2라운드를 마치고 나니 아마도 그만의 삶의 소회가 있고 또한 그런 이야기들을 어쩔 수 없는 글로 써내려가다보니 이런 주제가 나오지 않았을까싶다. 즉 아마도 유시민은 스스로 삶을 회고할 시점이 되어 글을 써내려가다 보니 그것이 남들에게 들려 줄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 덩어리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150363






"링에서 스탠딩으로"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은 자칫 진부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프롤로그의 글귀로부터 그 뒤를 구성하는 목차에 담겨 있는 책의 순서

 제1장. 어떻게 살 것인가

 제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제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제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의 구성만을 보면 이 책은 전혀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의례것 공자님 같은 말씀이나 석가모니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정도나 있겠지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전체의 글은 인간 유시민이 살아온 흐름의 순서에 따라 그리고 그 안에 인간 유시민이 읽었던 책과 심취했던 분야나 학문의 이야기가 혼합되고 거기에 더하여 절묘한 예시들이 더해져 책을 읽는데 있어서 시간가는지 모르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보인다.


특히 '출생이라는 제비뽑기'라는 챕터에서 나오는 오사마빈라덴과 조지부시 미국 대통령 간의 매우 많은 공통점에 대한 예시 그리고 공통점이 많다는 것과 삶이 전개되는 방식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실질적인 가르침이나


사후의 장례식이 아닌 생전에 내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함으로 인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달리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도록 하고 싶다는 그만의 생각은 정말 큰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1차적으로 나의 삶과 죽음에 대한 개념을 생각해 보았다.

참고로 나는 꽤나 자주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 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에게 죽음이란 마치 가전제품의 전기 콘센트를 빼버리는 것과 같이 완벽한 단절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즉 유시민 작가가 그렇듯이 나 역시 사후 세계에 대한 존재를 믿는 마음이 전혀 없다. 덩달아 '죽음'이라는 개념을 생각하면 큰 허무함이 밀려온다. 지금 이렇게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리뷰를 열심히 적고 있지만 동시에 내가 갑자기 이 순간 심근경색이라도 온다면 이 모든 글귀를 포함하여 나의 존재에 나 자신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우연히 다가올 수 있는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멀리 떨어지기 위해 내가 하는 수 많은 행동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그런 면에서는 나는 천성적으로 죽음으로부터 매우 의연하지는 못한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유시민 작가는 매우 죽음에 대해서 의연한 모습을 글을 통해 보여주었다.


2차적으로는 인간 유시민을 느껴보았다.

나는 사실 유시민 작가가 정치를 하던 시절에는 그에 대해서 특별한 호감이나 비호감이 없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던 그리고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의 최측근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었던 유시민 작가에 대해서는 유난히 특별한 생각이 없었던 듯 하다. 아마도 그가 이 책에 적어 놓은 것과 같이 그 자신이 정치권의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일을 만들어나아가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난 정치권에서 그의 카리스마를 느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유시민 작가에게 처음으로 어떤 느낌을 받게 된 것은 내가 잘 보지도 않는 TV프로그램인 썰전에서 우연히 그가 이야기하는 어떤 대사를 듣고 나서였다. 한 1년 정도 지난 듯 한데 유시민 작가는 향후 정치권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잠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자리에서 손학규 전 의원에 대해서 '정치를 완전히 그만둔 사람은 움막 같은데 가서 살지 않는다. 나를 봐라 난 이제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말이 굉장히 깊은 뜻이 있는 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유시민의 진실된 그만의 화법과 홀가분한 그의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시간 순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이 먼저 나오고 나서 이후 내가 보았던 썰전 프로그램이 실제로 방영되었기에 나는 인간 유시민의 콘텐츠를 시간 역순으로 감상하기는 했지만 그 동일한 화법과 홀가분한 마음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런 그가 좋기에 나는 앞으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가 다시 정치권에 돌아가지 않고 그곳에 거리를 둔채로 대한민국에 좋은 영향을 지속적으로 끼쳐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 책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는 '먹물' 이라는 사회적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 내내 유시민 작가가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인간 '유시민'은 정확히 먹물이다. 즉 글쟁이라는 뜻이다. 나는 단연코 그가 정치보다는 (물론 그의 정치를 하나하나 평가하고자 함은 아니며) 글로서 더욱 존경받을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책이나 글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지만 그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알고 있고 자신만의 톤으로 책을 꾸려나가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어쨋든 부족한 솜씨고 글을 쓰고 대중에게 공개하는 입장에서 내가 유시민 작가를 보고 경이로움을 표할 수 밖에 없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감히 나 자신을 '먹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진정한 '먹물'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면 책을 위한 책, 혹은 글을 위한 글이 아닌 나의 마음에 흡족하고 남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한 줌의 부끄러움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과연 과거의 나는 어떠한 마음으로 글을 써내려갔고 지금 혹은 앞으로는 어떨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나는 본업이 따로 있고 글은 그 틈틈히 써내려가는 나의 일부일 뿐이지만 적어도 남들이 '작가' 혹은 '글쓰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인식한다면 그리고 나 역시 나에게 그런 역할이 있다고 인지하려면 그런 떳떳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유시민 작가 아니 유시민 선생님은 분명히 '먹물'의 자격이 충분하다.


더 많은 유시민 작가의 책을 보고 공감하고 또한 '먹물'로서의 배움을 가지도록 해야겠다. 아마도 그 다음 책은 '국가란 무엇인가' 혹은 '나의 한국현대사' 정도가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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