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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Dec 28. 2018

생일의 의미

생일에 돌아보는 생일의 의미

누구나 생일이 있다. 오래 전 태어난 사람들의 경우는 출생신고와 같은 개념이 없어서 실제로 자신의 생일이 몇일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이 언제 태어났는지 알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분명이 있을지 모르나 많은 사람들이 생일이 되면 주변 사람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또한 사람들은 모두 생일이 된 사람을 축하해주는 것을 즐겁고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한편 언젠가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기억할 수는 없지만 생일이 되었을 때 축하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생일을 맞이한 사람 본인이 아니라 본인을 낳아주신 부모님이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워낙 명언과 뼈를 때리는 글이 많은 세상인지라 생일날 부모님께 축하와 감사를 드리라는 말은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건 분명히 의미있는 역발상적인 이야기였다. 최소한 생일이라는 진부한 컨셉의 1년중 특별한 하루에 대해서 지금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큰 의미를 부여하고 되새길 수 있게 하니 말이다.




생일은 즐겁다. 보통 생일이 되면 미역국을 먹거나 케이크를 자르고 케이크 위에는 자신의 나이 수 만큼의 초가 올려져 있으며 그 초의 촛불을 주인공이 모두 불어서 끄곤한다. 이건 매우 전형적으로 정해져 있는 생일에 대한 하나의 프로토콜이다. 유아기의 생일에는 부모와 함께 이 프로토콜을 준수하고 나이가 조금씩 먹어감에 따라 생일을 함께 하는 대상은 가족보다는 친구 또는 연인 등으로 변화해간다. 그것도 상관 없다. 생일이 되면 축하를 받는 다는 사실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도 당연하게 축하를 받는 생일은 나에게 조용히 지나가고 싶은 365일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이제 쑥쑥 크고 있는 아이들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으로도 연례행사가 많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나이가 살짝 들고 나니 태어난 날이라고 큰 축하를 받는 것이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꼭 타인과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가까운 가족들과도 더 이상 생일이라고 선물을 받지 않고 그저 가볍게 서로 얼굴 마주보고 식사나 한 끼 하면 충분한 날로 내 생일은 바뀌어가고 있다. 게다가 가족끼리 식사를 하는 날도 생일 당일 날이기 어렵다. 부모님이나 처가집과 함께 하는 시간은 내 생일 주변의 언젠가이고 따로 케이크 같은 것을 자르지도 않는다. 그저 축하한다는 말한마디로 가족의 사랑은 충분히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마흔의 생일은 그 정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싶다.




한편 나는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삶에서 365일이라는 긴 1년의 시간 동안 과연 생일이 가장 가치 있는 날일까 싶은 생각말이다. 365일 중에 우리가 가장 마음 깊이 기억해야 하는 날이 하루 있다면 그건 과연 생일일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생일이라는 날 나는 내 의지가 아닌 부모님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날이다. 즉 내가 세상에 나왔고 그 결과는 부모님의 성취이다. 부모님의 성취라고 하더라도 이 세상에 내가 발을 디뎠기에 나에게도 그 날 자체가 큰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의 삶은 스스로가 만들어 간다는 관점에서 생일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의 1년 중 더 가치 있는 날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게 된 대학 입학일 일수도 있고, 오랜 시간 피웠던 담배를 끊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태어난 날 일 수도 있고, 혹은 결혼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결혼 기념일일 수도 있다. 삶의 가치지향적인 관점이 더욱 중요하다면 어쩌면 생일보다 더 중요한 시간들은 많이 있을지 모른다. 암으로 투병을 하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본인의 원래 생일이 아닌 완치판정일을 생일처럼 챙기는데 이 역시 내 삶안에서 가장 가치 있는 날을 바로 세우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생일은 분명 뜻깊다. 나 뿐만 아니라 나의 온 가족들 사이에서 말이다. 게다가 나를 의미있게 생각해 주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태어나 주었음에 감사를 느낀다면 그들의 마음 속에서도 내 생일은 뜻깊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가끔은 그리고 때로는 그렇게 당연하게 느끼는 의미와 감정들 속에서 이처럼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여유와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그게 바로 나에게 소중한 날들과 시간들에게 더욱 감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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