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매각의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대한민국의 게임회사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넥슨이 매물로 나왔다. 1월 3일 오전 넥슨은 네이버 검색 상위에 이름을 올렸고 그 이유는 넥슨을 보유하고 있는 김정주회장이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도하고자 시장에 내어 놓았기 때문이다. 매각주관사로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선정되었다는 내용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이 일은 꽤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일로 보인다. 일단 거대 기업인 넥슨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된 이유로는 대한민국 정부가 보이고 실행하고 있는 게임산업의 규제 때문이라고 언론에서는 이야기 하고 있다. 일단 매각의 이유야 접어두고 일단 넥슨의 매각이 미칠 영향과 파급력에 대해서 살펴보자.
넥슨은 2018년도 상반기에 1조 3667억원의 매출을 보였다. 이는 2017년 상반기 대비 10%증가한 규모이다. 또한 영업이익은 6990억원인데 이는 매출을 넘어서 전년 대비 23% 증가한 규모이다. 매출 2등을 기록한 것은 넷마블인데 1조82억원의 매출과 1364억원의 규모를 보였다. 넷마블의 경우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17년 대비 줄었고 게다가 영업이익은 2017년도 상반기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3등은 엔씨소프트이고 매출 9116억원과 영업이익 3633억원을 보였다. 엔씨의 경우 영업이익에서 2017년 대비 400%규모로 성장한 수준이다.
4등 이후의 경우 컴투스, 카카오, 네이버 엔터 등인데 이들의 매출은 2,000억원 대를 기록하고 있다. 최소한 매출 규모에 있어서 넥슨은 4위 컴투스부터 애니팡으로 유명한 13위 선데이토즈 까지의 매출을 합친것보다 많은 매출을 2018년도 상반기에 기록하였다. 그 모두의 합은 1조 3516억원이다.
게다가 넥슨의 매출 비중은 대한민국에 치중해 있지 않다. 아래의 기사와 같이 2017년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66% 즉 삼분의 이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http://www.zdnet.co.kr/view/?no=20180208155332
게다가 넥슨은 자체 게임 이외에도 다른 회사의 게임의 판권을 가져와 상용화하는 퍼블리싱 역량도 갖추고 있으며 게임 장르에 있어서도 고전적인 MMORPG부터 아케이트를 지나 FPS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으며 성공의 경험도 많다. 당연히 내부적으로 성장했거나 인수를 통해 키워낸 게임스튜디오들이 포진해 있다.
넥슨을 인수할 것이라고 이야기되고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는 텐센트이다. 텐센트는 이미 국내 2위 게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넷마블의 지분 17.7%를 보유하고 있고 아직 상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장했을 때의 파급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배틀그라운드의 블루홀의 지분도 10%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카카오게임즈의 지분도 6%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일 텐센트가 넥슨까지 인수하게 되면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TOP 5 회사 가운데 3곳의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경영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블루홀의 기업가치가 약 5조원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부분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텐센트는 대한민국 TOP4의 기업 가운데 3곳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미 중국에 대비하여 게임 시장의 규모가 약 오분의 일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잠재적인 미래 성장력에 있어서도 이미 대한민국은 내수시장의 규모가 최대치에 다다라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런 흐름은 대한민국 게임업계에 마냥 좋은 부분이 아닐 수도 있다.
이외의 비즈니스 가치를 보자면 일단 게임은 네트워크를 소비하며 진행되는 산업이기에 게임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연관 산업에서 파급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이미 통신사들이 기치를 걸고 있는 5G의 확대 가운데 당연히 게임은 주요 테마로 손꼽히고 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138&aid=0002068935
이외에도 이미 VR디바이스나 AR 콘텐츠들 역시 게임과의 연계를 통한 콘텐츠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당연하게도 중국 내의 VR게임 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목격되고 있다.
https://sports.news.naver.com/esports/news/read.nhn?oid=442&aid=0000092319
게다가 게임 산업은 최초게는 PLAYING 이외에도 콘텐츠와 캐릭터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는 비즈니스이다. 국내의 경우 서울문화사가 내고 있는 '코믹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누적 1,800만 부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있는데 현재를 기준으로 하는 실제 판매의 경우는 당연히 그보다 많이 늘어났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게임 업계는 컴퓨터와 사람 이외에 큰 인프라 없이 창조해 낼 수 있는 산업이기에 산업자체가 고용장출에 기여하는 바가 큰 편이다. 아래 기사와 같이 2017년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적인 고용지수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게임업계는 외롭지만 씩씩하게 12.4%의 고용증가를 보였다. 전체가 마이너스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부분이 시사하는 부분은 명확할 것이다.
http://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18040309761&category=NEWSPAPER&sns=y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게임 산업의 주축이 매각되는 것은 국가의 입장에서는 손실이 아닐수 없다. 단순히 게임 업체 하나가 매각 되는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 부분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창사 이래로 큰 위기 없이 그간 꾸준히 성장해왔던 넥슨을 왜 구지 판매한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몇 가지 추론을 해보자.
대한민국 국적의 게임회사는 폭발적인 성장 시장 안에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묘하다. 사실 최근까지도 그리고 지금도 성장 중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성장의 곡선이 꺽여지기 바로 전에 회사를 정리하는 것이 옳바른 선택일 것이다. 주식도 어깨에서 팔고 부동산도 그렇듯이 말이다. 만약 내수 시장이 포화상태이고 대한민국 게임의 글로벌 공략이 해외매출 기준으로 보면 잘 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넥슨이 매출을 원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건 아마도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매출 총합은 넥슨 전체 매출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즉 중국이 무너지면 넥슨이 무너지는데 Plan B는 착실하거나 견고하지 못해 보인다. 넥슨이 넥슨 아메리카를 설립한 것이 2005년임을 고려하였을 때 이런 매출은 좋은 시그널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게임에 대한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넥슨의 게임 기획 및 개발 자체에 한계일 수도 없다. 하지만 만약 북미와 유럽에서 파격적인 성공은 아니더라도 각각 매출 비중의 10% 가량을 기록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싸움으로 김정주 회장이 넥슨을 이끌지 않았을까 싶다.
인수합병이라는 탈출구?
넥슨은 그 동안 인수 합병을 통해 성공을 거둬왔던 기업이다. 던전앤파이터를 인수하며 성공을 거두었던 것을 비롯하여 최근까지도 기업의 인수에 여념이 없었다. 실제로 인수의 대상은 대형 게임사 뿐만 아니라 중소하지만 유망한 게임스튜디오들을 많이 사들였다. 하지만 그런 인수의 행보는 넥슨이 엔씨와 손을 잡고 이후 게임계의 거목인 EA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이후 흐름이 끊긴듯 하다. EA를 인수하지 못하고 난 후 2015년 넥슨과 NC는 결별을 하였다. 이제는 과거처럼 왠만한 스튜디오나 게임사를 인수하는 것으로는 전세계 게임시장을 뒤집어 엎기 어려워 보이는 현실 속에서 시장에서 퀀텀 점프를 하기 위한 방법은 배틀그라운드처럼 독보적인 게임을 출시하는 방법 뿐이다. 하지만 그게 쉬울리는 없다.
http://www.etnews.com/20170509000058
블리자드의 몰락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그리고 워크래프트, 디아블로에 WOW 그리고 오버워치를 가지고 있는 블리자드에게 2018년은 '블리자드 몰락의 해'라는 수식이 붙고 있다. 오버워치에 핵이 난무하고 야심차게 시작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매니아층은 있는지 모르지만 상업적 성공은 아니라고 이야기 되고 있다. 블리자드마저 흔들린다면 게임업계에서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할 기업은 없을 것이다. 어찌보면 블리자드의 행보는 모토롤라의 몰락과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패러다임이 바뀌기 이전의 강자였던 모토롤라가 그 수 많은 명작을 뒤로 하고 시장의 뒷켠으로 밀려났듯이 말이다. 이런 블리자드의 위기를 보면서 넥슨의 김정주 회장도 느낀바가 있을 수도 있다.
게임사의 오명은 계속 될 것이다.
돈슨이라는 오명이 과연 없어질 것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게임사는 유형의 재화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템 혹은 게임 계정의 월 정액 등을 통해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견인해야 하고 그런 구조는 영원히 바뀔 수 없다. 게다가 영역이익율이 50%에 육박한다면 누구라도 고객을 현혹시키는 아이템을 내어놓을 수 밖에 없다. 현질에 대한 비난이 따를 지언정 그 회계적 결말은 해피엔딩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 등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 규제로 사라질 가능성은 없다. 그것이 필요함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모든 게임 개발자나 기획자 역시 자신마저도 누군가의 아이이고 또한 아이들의 부모일 수 있기 때문에 공감할 것이다. 현질과 규제라는 프레임은 '게임'이라는 산업 자체를 벗어나지 않으면 할 수 피할 수 없는 대전제인 것이다.
김정주 회장은 대외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명인이지만 그리고 매우 부자이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모습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런 김정주 회장이기에 이번 결정은 최종적인 매각으로까지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혹은 이미 매각 결정이 나고 인수금액까지 확정이 되었기에 미디어에 이런 기사들이 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난 넥슨의 텐센트 매각은 약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럼 우리에게 남은 궁금증은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가장 큰 손이었던 김정주 회장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나는 여기에 대해서 그 동안 NXC와 넥슨 재팬 그리고 넥슨 코리아로 이어져 있던 지배구조 때문에 받아왔던 대중들의 차가운 시선에서 벗어나 넥슨 매각을 통한 자금을 통해 게임을 넘어서는 산업의 영역에서 과감한 투자 혹은 비즈니스 코칭을 통한 후견인의 역할 또는 VC로서의 역할 등 의미있는 조력자로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적어도 김정주 회장이 앞에 나서서 진두지휘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들어왔던 나로서는 그런 곳 어디엔가 김정주 회장의 큰 자리가 비어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주 회장의 새로운 행보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