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지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아파트에서 주로 살았지만 그 아파트들이 워낙 오래된 아파트들이어서 좋은 풍경들과 함께 살수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잠실 주공아파트 역시 그 좋은 풍경을 나에게 선물로 주고 있다. 봄이면 벗꽃이 만개하고 가을이면 낙엽이 가을 정취를 돋구어 준다.
회사를 출근하는 짧은 길목에도 어김없이 그 풍경은 내 눈길을 끌어당긴다.
나의 둘째 아들은 노오란색 낙엽이 신기한지 매일 한개씩 집어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30년을 넘어서 40년이 되어가는 그리고 예전에는 고층이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주공아파트와 이제 막 올해 생겨난 국내 최고층 빌딩이 한 시야에 들어 온다. 그 건물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어제 온 비 때문에 이제 떨어진 낙엽들은 사람들의 발에 한번 두번 밟히면서 이 계절의 마지막을 알린다. 저 낙엽이 모두 치워질 때 쯤이면 겨울이 성큼 다가올 것이다.
위 사진속의 길은 양 옆으로 은행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어서 차를 타고 지나갈때면 마치 노란 하늘 아래를 달리는 기분이 드는 길이다. 그것은 글로 담기 어려운 느낌이다.
내가 어릴적 초중고 시절을 지나며 살았던 다른 주공 아파트에도 역시 수 많은 벗꽃나무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아름다운 나무들은 재건축과 함께 모두 베어져서 사라져 버렸다. 다시 공사를 하면서 많은 묘목을 들여오고 심었지만 25년전의 그 아름다운 경치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잠실 주공아파트 역시 몇년 후면 아마도 재건축을 할 것이다. 그때 이 많은 나무들도 전에 살던 주공아파트와 같은 처지가 되게 될까? 불가능하겠지만 이 아름다운 광경이 새롭게 지어지는 아파트 사이사이에도 옮겨 놓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