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써지지 않을 때

그만하고 싶지 뭘 

이 질문은 참 되다. 특히나 글이 써지지 않을 때 이 질문을 보면 고구마 백 개는 먹은 것 마냥 답답함에 목이 멜 지경이니까. 그럼에도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버티고 선 이 질문이 마치 융통성 1도 없는 원칙주의자 같아 보기 싫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젠 나도 물러서지 않을 참이다.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듯 지금, 이 순간마저도 변하고 있는 난, 그저 오늘의 생각을 편안하게 풀어놓기로 마음먹었다.

8할은 그랬다. 글을 쓴다는 것은 10번 중 8번은 항상 어려웠다.

작문에 타고난 소질이나 그것에 견줄만한 노력도 없었기에 쓰기는 넘사벽 그 자체였다. 쓰려는 마음조차 품지 않았으니 잘 쓸 턱이 있겠나! 모든 것이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을. 그러다 아무것도 없던 마음에 나도 써볼까라는 작은 의도가 생겨났다. 책을 통해 성공스토리를 보고 있자니 내 욕심이 부른 좋은 의도인지 모를 것이 나의 글쓰기가 시작된 계기이다. 성공한 작가들이 입을 모아 독서와 글쓰기의 필요를 강조했으니 해보자 싶었다. 하지만 흉내 한두 번으로 그들이 품었던 독서와 쓰기의 열매를 가질 수 없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지속이 필요했다.

뚜렷한 목표를 갖고 시작했으면 좀 더 쉬웠을까? 하지만 나란 사람은 구체적인 목표를 찾다가 애초에 시작조차 못할 사람 아닌가! 일단 하자! 계속하다 보면 목표도 찾아지겠지! 딱 이 심정으로 시작했다. 마치 목적지를 모른 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이와 같을까? 하지만 불안감과 기대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나를 지탱해 줄 에너지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결론적으로 들어맞았다.

매일 글을 쓰지만 내 글의 쓸모에 대해 생각이 들 때면 안 그래도 축난 체력에 모래주머니를 채운 듯 더욱 힘겹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 것은 손실 회피. 이때까지 했던 시간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게 될까 그것을 용납할 수 없어 계속 간다. 쓸데없는 시간으로 정의되고 싶지 않아 쓸모 있는 시간이 될 때까지 지속하는 마음 말이다. 미련 맞은가 싶지만 내가 그렇다. 건물의 높이만큼 지하를 깊게 파 내려간다. 그래야 높이를 지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이라고 나를 설득하며 간다. 가끔 그런 설득도 힘을 잃어 내동댕이치고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는데 다행히 함께 쓰는 글벗들이 있어 나를 잡아 세운다.

그렇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극복할 뾰족한 수는 없다. 불안함과 마주하며, 그럼에도 지속했을 때의 변화를 기대하며 그저 나아가는 것. 지속하는 시간 동안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중요했기에 자신을 다스릴 방법 하나 있으면 엄청난 위안이 되리라는 것. 그리고 어쨌거나 계속 쓰고 싶으면 무조건 함께 할 것. 이 중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마지막 이야기니 다른 것을 다 잊더라도 그 말만은 꼭 기억하길!

추신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심이 될 때 읽어볼 구절이 있다면 그 또한 의외의 힘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로 나에게 힘이 되었던 구절을 덧붙이며 글을 마친다.

그러나 낙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어나라! 일어나 또 해봐, 한 걸음 더 해봐. 그러다 보면 이제 걷게 되는 것이다.’

 DO IT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