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 코로나19 락다운 규정이 바뀐다. 7일 단위 신규 확진자 숫자가 그 기준이다. 최근 7일간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가 3일간 100명 이상으로 유지되면 락다운이 강화된다. 100명 이하면 조금 풀린다. 락다운 기준도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내가 사는 뮌헨은 바이에른주에 속한다. 뮌헨은 ‘7일 룰’에서 확진자가 100명 안팎을 계속 오간다. 락다운 규정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심지어 지난 5일에 아주 잠깐 락다운이 강화됐다가 6일 0시부터 풀린 경우도 있다. 뉴스를 시시때때로 확인해야 한다.
공식적으로는 지금 락다운 기간이다. 4월 18일까지 연장됐다. 다만 그 강도는 지난달보다 비교적 완화됐다. 상점들이 문을 열었고, 전시회나 박물관도 관람이 가능하다. 락다운 기간을 이겨내지 못해 문을 닫은 자영업자들의 가게도 하나둘 보이는데 마음이 아프다. 영화관도 아직 문이 굳게 닫혀있다. 축구 경기장도 물론 텅텅 비었다. 아직은 기자들만 들어갈 수 있다.
그래도 도시에 나름 활력이 생겼다. 확진자 숫자가 줄어들며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많아졌다. 빅투알리엔막트(Viktualienmarkt)를 찾는 발걸음이 늘었고, 시내의 중심인 마리엔플라츠(Marienplatz)도 붐빈다. 물론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대충 착용하거나 아예 착용하지 않은 사람도 종종 보이지만 경찰들이 수시로 살피며 주의를 주거나 벌금을 문다.
내가 가장 반가웠던 소식은 전시회와 박물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것! 초반에는 딱 30분 제한이 있어서 안 가다가 일주일 후 시간제한이 사라졌다. 물론 사전에 온라인으로 예약해야 입장할 수 있다. 언제 다시 문을 닫을지 모르니 지금 최대한 많이 가려고, 거의 매일 전시회를 다니는 중이다. 전시회에 가기 전 미리 내가 방문할 시간을 체크하고 티켓을 산다. 내가 자주 가는 Lenbachhaus(렌바흐하우스)는 3일씩 티켓을 오픈한다. 규정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뮌헨의 청기사파 작품도 구경하고, 가브리엘레 뮌터와 바실리 칸딘스키가 세계 여행을 하며 그린 작품도 실컷 봤다. 뮌헨에 온 지 4년 만에 독일박물관(Deutsches Museum)도 처음 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라며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너무 커서 반밖에 못 봤는데 조만간 다시 갈 예정이다. 예약 방법이 어렵지 않고, 문 앞에서 티켓 확인도 빠르게 해줘서 크게 불편함은 없다.
오프라인 쇼핑도 오랜만에 했다. 물론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쇼핑 가능 시간은 최대 30분이다. 오후 3시에 예약하면 오후 3시 30분까지 쇼핑이 가능하다. 가끔 예약하지 않고도 입장할 수 있는데, 조금 기다려야 한다. 매장마다 정해진 최대 인원이 있는데, 빈자리가 생기면 신원정보를 제출한 후 들어갈 수 있다. 나는 H&M Home에 즉흥적으로 간 적이 있다. 그때 10분 정도 기다린 후 이름과 휴대폰 번호, 집주소 등을 쓰고 들어갔다. 매장이 3층까지 있어 꽤 큰데 30분 안에 후다닥 봐야 해 정신없었다.
최근에는 좋아하는 그릇 브랜드 Motel a Miio에 다녀왔다. 친구와 같은 시간에 예약해 30분 동안 알찬 쇼핑을 했다. 27분 동안 구경하며 고르고, 3분 동안 계산했다. 직원은 “Perfektes Timing!(타이밍이 완벽한걸!)”이라며 엄지를 척 세웠다. 그들에게도 손님은 어느 때보다 반가운 존재일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런 사회적 교류가 얼마나 그리웠을까.
다행히 서점 후겐두벨(Hugendubel)은 예약제가 아니다. 자유롭게 들락날락할 수 있다. 덕분에 나는 매일 서점에 갔다. 책을 사지 않아도 서점이 주는 그 분위기가 좋기 때문이다. 신작을 살피고, 베스트 셀러도 둘러보고, 서점에서 판매하는 문구류도 구경한다. 구석구석 샅샅이 본 후에야 만족스럽게 나온다. 물론 가끔(자주) 손에 구입한 책이나 문구류가 들려있을 때도 있다.
지난 몇 달간 식료품점에 장 보러 가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돌아다닐 수 있어 오랜만에 살 맛이 난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도중 다시 락다운 강화 알림이 떴다. 오늘(12일) 확진자가 10만 당 126,9명으로 급격히 상승했단다. 14일 수요일부터 타 가구 1인 이상 만남 금지, 22시부터 5시까지 통행금지 등 규정이 적용된다. 상점은 코로나19 음성 테스트 결과지를 지참해야 들어갈 수 있다. 전시회와 박물관도 문을 닫는다. 다시 렌바흐하우스 홈페이지에 가니 14일부터 티켓 창구가 닫혔다. 하필 그날 티켓 예매했는데..... 어떻게 될는지. 참, 끝나지 않는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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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은, 렌바흐하우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