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누엘 노이어보다 두 살 어린 감독이 등장했다. 율리안 나겔스만 현 라이프치히 감독과 바이에른 뮌헨이 손을 잡았다. 2021-22시즌부터 나겔스만은 유럽 최정상 클럽, 바이에른을 이끈다.
놀랍지 않은 행보다. 바이에른은 이미 약 4, 5년 전부터 젊은 감독을 원했다. 세대교체를 차차 시작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마침 요아힘 뢰브 감독의 독일 국가대표가 러시아 월드컵에서 실패하는 모습을 보며 제 계획에 확신을 가졌다. 이제는 젊고 싱싱한 감독이 필요할 때라고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같이 성장할 감독, 그래서 ‘Bayern-Like’을 함께 실현할 감독을 원했다. 유프 하인케스의 소방수 역할이 끝난 후 바이에른은 그런 젊은 감독 리스트에 나겔스만을 후보로 올렸다. 바이에른주 출신에, 유망한 감독이었기에 후보로 적절했다. 하지만 나겔스만 감독은 거절했다.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은 다른 후보였던 니코 코바치 감독을 데려왔다. ‘중위권’ 프랑크푸르트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던 인물이다. ‘상위권’ 바이에른에서 성공을 거두면, 구단이 원했던 그런 ‘성장 스토리’가 보기 좋게 완성된다.
바이에른의 원대한 꿈은 와장창 무너졌다. 코바치 감독은 1년 만에 떠났다. 빅클럽을 한 번도 다뤄본 적 없던 그는 선수단 기강 잡기에 완전히 실패했다. 부임 초기 훈련장에서 코치진과 모국어인 크로아티아어로 말하며 선수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바이에른은 분데스리가의 그 어떤 팀보다 보수적이다. 독일어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명장 펩 과르디올라마저 부임 전 독일어를 ‘빡세게’ 배웠을 정도다.
또, 훈련량은 지나치게 적었다. 훈련에 만족하지 못한 선수들은 몰래 개인 운동을 진행했다. 아르옌 로번이 대표적이다. 바이에른은 프랑크푸르트와 다르다는 걸 코바치 감독은 간과했다. 그런 감독의 지도는 곧 불신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은 코바치 감독의 말보다 ‘큰 형님’ 프랑크 리베리, 로번의 말을 더 잘 따랐다. 이 자존심 센 스타 선수들의 기를 확 잡기에 젊은 감독은 역부족이었다. 감독으로서 위상이 완전히 떨어졌으니 그가 바이에른에 더 남을 이유는 없었다. 결국 프랑크푸르트전 1-5 대패 이후 그는 팀을 떠났다.
코바치의 실패는 곧 바이에른의 실패였다. 바이에른은 자존심이 센 구단이다. 실패를 절대 묻어두지 않는다. 그들은 한스-디터 플리크 감독을 선임하면서도 언젠가는 제 계획을 다시 실행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때는 생각보다 이르게 찾아왔다. 플리크 감독과 구단 이사진 사이에 균열이 생기면서다. 플리크 감독이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전하자 바이에른은 잽싸게 ‘젊은 감독 프로젝트’를 다시 꺼냈다. 후보는 다시 한번, 나겔스만이었다.
나겔스만도 이번에는 바이에른의 손을 덥석 잡았다. 라이프치히를 지도하며 정상급 선수들을 충분히 지도했으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판단했을 거다.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고? 그가 만약 ‘중간 단계’로 프리미어리그나 도르트문트를 넣는다면 향후 바이에른으로 가기 힘들어진다. 앞서 말했듯 바이에른은 상당히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나겔스만 역시 이미지 관리에 신경쓰는 감독이고. 무엇보다 지금은 세대교체가 대부분 이뤄진 후라 비교적 다루기 쉬운 어린 선수들이 많다. 리베리와 로번도 없고, 제롬 보아텡, 하비 마르티네스 등 베테랑들은 머잖아 팀을 떠난다. 토마스 뮐러와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그러니 나겔스만이 지금 바이에른을 선택한 건 현명한 결정이다.
현지에서도 나겔스만 감독을 향한 시선이 꽤 긍정적이다. 그동안 호펜하임과 라이프치히에서 제 능력을 잘 보여준 덕분이다. 무엇보다 그가 바이에른주 출신이란 점에서 팬들의 환영을 받는다. 나겔스만은 뮌헨에서 65km 떨어진 Landsberg am Lech(란츠베르크 암 레흐) 출신이다. 바이에른주에서도 ‘찐’이라 통하는 오버바이에른 지역이다. 평소 그의 말에서 바이에른 사투리, '바이리쉬'가 섞여 나올 정도다. 평소 바이에른 경기를 모두 챙겨볼 만큼 애정이 강했기에 나겔스만은 팬들의 신뢰를 얻기 충분하다.
또, ‘마침’ 바이에른이 주춤하고 있다. 분데스리가 우승은 어렵지 않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와 DFB 포칼은 놓친 지 오래다. 지난 시즌 트레블을 이뤄낸 팀이 올 시즌에는 트로피를 겨우 한 개 차지한다. 살짝 멈칫한 이때 바이에른은 자신이 선택한 33세 감독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최적의 시기다. 구단이 강조하는 정신력, ‘Bayern-Like’를 한쪽에서 다른 한쪽에 주입하는 게 아닌 동일 선상에서 채워나가는 구조가 완성된다. 바이에른이 코바치 전 감독에게 기대했던 그런 구조 말이다.
결국 바이에른의 나겔스만 선임에는 과거의 실패를 잊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제 계획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 역사상 최고의 감독 이적료를 지불하고 무려 5년 계약을 체결한 데서 그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올리버 칸 이사는 “5년 계약은 그가 바이에른과 정체성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보여준다. 바이에른과 나겔스만이 향후 아주 성공적인 미래를 그려나갈 거로 확신한다”라고 자신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코바치 실패 사례를 경험 삼아 바이에른은 33세 감독과 새 도전을 시작한다. 나겔스만이 ‘바이리쉬’를 쓸 줄 안다는 점에서 당장 구단과 친밀감 형성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사진=정재은, 라이프치히, <키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