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 Mar 15. 2019

매운 맛과 일본, 마파두부의 저력

체인점의 마파 소스 콜라보레이션 전성기

*한동안 글에 손을 놓고 있었는데, 왜 안 쓰냐는 메일이 꾸준히 오고 있어서 다시 본격적으로 써볼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 있는 중화요리집만큼이나 일본에도 중화요리집이 많다.


가볍게 들어가서 점심 한끼 때우기에는 딱 알맞은 곳들이다. 일본어로는 '中華(추카)'라고 하는데, 집마다 개성이 각양각색이다. 짜장면, 짬뽕처럼 한국에도 한국 나름의 중화요리가 있듯, 일본에서도 대표로 내세울만한 게 있다. 바로 마파두부(麻婆豆腐)다. 


중국에서 마파두부를 먹은 적은 없지만, 본토맛과 비슷하다고 들었고, 그걸 업그레이드해서 다양한 맛으로 변화시킨 게 일본 마파두부다. 다만 못하는 집은 정말로 맛이 없고, 집마다 편차가 큰 게 마파두부의 특징이다. 마파두부 잘하는 집치고 다른 요리 못하는 일이 없다는 어찌 보면 중화요리집의 보증수표다.


여행 오시는 분들 가운데는 "굳이 일본에까지 와서 마파두부를 먹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중국에 자주 가는 분이라면 굳이 먹어볼 필요가 없을 듯하나, 일본에서 파는 마파두부 역시 중국에 지지 않을 만큼 실로 특징있는 음식이다. 한국서 생각하는 마파두부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여행을 할 때면 라멘같은 것 외에 반드시 들러보는 곳이 그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마파두부집이다. 매운 걸 즐겨먹진 않았음에도 특유의 얼얼함에 반해 지금도 정기적으로(?) 먹는다. 


점심으로 마파두부 같은 중화요리를 시키면 대체로 밥과 국물은 무제한(혹은 곱배기 무료)로 먹을 수 있다. 이 점도 양이 많은 사람에게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아래는 최근까지 먹어본 마파두부집이다.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느낌이 다르다. 


일본 내 중화요리집의 실력을 마파두부의 맛으로 검증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아래 가게들은 맛에 있어서만큼은 지지 않는 곳들이었다. 특히 히로시마에서 만난 곳은 마파두부와 곱창을 같이 볶아낸 게 특징이었다. 

롯본기 근처의 마파두부집


교토의 마파두부집. 산초같은 향신료가 대량으로 들어갔다.
히로시마의 마파두부집. 곱창을 잡내 안나게 볶은데다가 마파두부 맛 자체도 역대최고였다.


후나바시의 마파두부집. 중상정도의 맛.


일본사람들은 매운 걸 안 좋아한다는 인식을 뒤엎는 것 또한 마파두부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식의 매운맛이라기보다는 '얼얼한' 매운맛이기에 종류는 좀 다르다고 하겠지만.


일본에 마파두부를 처음 들여온 건 화교 진건일(陳建一)씨라고 한다. 아래는 실제 본인이 마파두부를 만드는 동영상이다. 한국 화교들은 마파두부가 맛있는 지방(주로 사천)에서 온 사람들이 적어서 마파두부도 그닥 맛이 없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사실일 것으로 생각된다.


아래는 진건일씨가 경영하는 도쿄 아카사카 사천반점 홈페이지다. 일반 중화요리집보다는 비싸지만, 그렇다고 아주 부담스러운 가격도 아닌 듯 싶다. 필자는 아직 못 가봤다.




최근 일본 외식계의 한 가지 유행이 마파두부 소스(마라소스)와 안 어울릴 것 같은 음식에 각종 콜라보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로 이런 음식들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데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는 걸 보면 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몇 가지 소개해보면,


햄버거로 유명한 모스버거에서는 '마라 버거'를 출시해서 대대적으로 밀고 있다. 옆에서 먹는 사람을 본 적 있는데 개인적 감상으로는 '잘 모르겠네' 하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산초냄새는 그럭저럭 풍겼다.

돈까스 체인점인 카츠야(かつや)에서는 마파치킨덮밥을 내놨다. 


카츠야는 개인적으로 체인점 중에 가장 돈까스가 낫다고 생각하는 곳인데, 음식 자체는 비교적(?)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다만 체인점치고 마파(마라) 맛을 잘 살리는 곳이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유튜브 동영상이다.


아래는 우동체인점인 하나마루 우동에서 한정메뉴로 내놓은 마파우동이다. 시켜먹었다가 충격적인 맛에 놀랐는데, 아마도 실제 메뉴로 등장할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일본사람들이 매운 맛을 안 좋아한다는 인식을 깨주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유행의 정점에 달한 듯한 느낌이 드는 마라샹궈, 마라탕집은 아직 일본에서 많이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중화요리의 성지인 이케부쿠로역 서쪽출구(池袋駅西口)에 하나 둘 생기고 있는 걸 보면 아마 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다(당연히 한국보다 비싸고 가봤는데 일본말이 아예 통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일본하면 라멘, 우동을 떠올리는 한국분들이 많을 듯 하다. 


그래도 일본에 좀 자주 와보신분이라면 라멘계에서 한 발짝 벗어나 마파두부 요리 탐방을 다녀보시는 것도 추천해드리고 싶다. 한국 블로그를 검색해봐도 여행오셔서 굳이 마파두부를 드시는 분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마파두부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중화요리를 아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서 5대 짜장면, 짬뽕 찾는 느낌으로 한 번 다녀보시면 어떨까. 몇 집은 추천해드릴 수도 있다.


모처럼 쓰는 첫 글은 가벼운 내용으로 시작해봤다. 앞으로는 예전처럼 다소 무거운 내용도 써나갈 생각이다.



작가의 이전글 뛰어난 구성으로 상투성을 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