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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Apr 25. 2016

재해대비 강국이지만... 아쉬운 점들

구호 물자배분과 지자체 노후화 청사

지지난주 규슈 구마모토에서 일어난 대지진 소식이 여전히 일본 매스미디어를 점령하고 있다. 진도7을 기록한 전진(前震)이 있고 나서, 하루가 지나 더 큰 피해를 낳은 본진(本震)이 발생한 데 대한 충격이 크다.  이같은 예상치 못한 요인과 함께, 그동안 규슈가 대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졌다는 점에서 피해가 커졌다는 말도 나온다(그럼에도, 거의 비슷한 규모 지진이 발생한 중남미 국가 에콰도르와 피해 상황은 천양지차다).


일본의 철저한 재해 대비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이번엔 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된 지진 대처 문제점과 과제를 중심으로 몇 자 적고자 한다.


재해가 발생하면 중요한 건 피난민들에게 신속하게 재해물자를 공급하는 일이다. 특히 지진은 집이나 건물의 붕괴 위험과 화재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집을 떠나는 대량 피난민이 순식간에 급증한다.


이번 구마모토 지진은 직접적으로 거주 건물에 피해가 없더라도 집에 있기를 두려워한다는 사람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밤에 발생한 지진으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도됐다. 불편한 차 안에서 자다보니 좁은 좌석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 위험성도 거론됐고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하나의 대재난이 다종다양한 건강, 사회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재해에 따른 피해를 최대한 빨리 안정화하려면, 피난민들의 생활을 일상으로 돌리는 게 중요하다. 불가피하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길어질 경우, 피난민들의 생활을 최대한 안전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부터 강조되는 게 물자지원이다. 그런데 문제는 적절히 물자를 분배할 행정 기능이 지진으로 사실상 멈춰버린다는 점에 있다.


일본 정부에서도 그 가능성을 상정하고 물자 배분에 대해 초기부터 신경써왔다. 지자체를 거치지 않는 '푸시(push)형' 물자지원을 내세운 것도 그 때문이다. 푸시형 물자지원은 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배분하는 '풀(pull)형' 물자지원과 반대의 개념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해본 개념인데, 1995년 고베 등 지역에서 발생한 '한신 아와지 대지진' 당시 물자 배분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나오면서 정립됐다고도 한다.


다음 기사를 보자.


http://www.asahi.com/articles/ASJ4M5STTJ4MTIPE041.html


国が被災地に「90万食を送る」と発表した最初の3日間が過ぎた。各地の避難所には物資が届き始めているが、被災自治体側では依然として情報不足に戸惑う声もくすぶる。被災者が必要としているものとのミスマッチも生まれ始めている。

'정부가 재난지역에 '90만명 분의 식량을 보낸다'고 발표한 최초 3일간이 지났다. 각지의 피난소에는 물자가 도착하고 있으나 피해 지자체측에서는 여전히 정보부족에 곤란해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피해자가 필요로 하는 것과의 미스매치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最初の地震が発生してから5日。被災地では国が進める「プッシュ(押す)型」による支援物資の搬入が本格化している。必要とされる食料の量を国が予想し、県を通さず直接避難所などに運ぶ仕組みだ。

'최초 지진이 발생하고 5일째. 피해지역에서는 정부가 진행하는 '푸시형'에 따른 지원물장의 반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필요한 식량의 양을 정부가 예상해, 현을 통하지 않고 직접 피난소 등에 운반하는 방식이다.'


푸시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一方、避難所などでの炊き出しも増え、弁当類は余裕が出てきたという。町職員は「次第にシャンプーや子ども用歯ブラシなどを求める声が強くなってきている」。被災者のニーズとのズレを指摘した。

'한편, 피난소 등에서 밥짓기도 늘어, 도시락류는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초(행정단위)직원은 "차츰 샴푸나 어린이용 칫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의 니즈와 차이를 지적했다.'


同町の避難所「グランメッセ熊本」には19日夕、自衛隊のトラックがペットボトル入り飲料水(2リットル)約2千本を運び込んだ。ただ、ここでは自衛隊が24時間態勢で給水を続けており、町職員は「水は足りている」。そもそも連絡もなかったといい、職員は「何も聞かされていない」と困惑していた。

'해당 초의 피난소 '그란멧세구마모토'에는 19일 저녁, 자위대 트럭이 페트병 음료수(2리터) 약 2천병을 날라왔다. 다만, 여기선 자위대가 24시간 태세로 급수를 계속하고 있어, 직원은 "물은 넉넉하다"고 한다. 애초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직원은 "아무것도 들은 게 없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5万人超の避難者がいる熊本市の担当者は、国から配分リストは届いていないと説明。県で支援物資を担当する職員も、どれだけの物資が実際に避難所に届いているのかについて「率直に言ってわかりません」と話す。

'5만인을 넘기는 피난자가 있는 구마모토시 담당자는 정부에서 배분리스트는 오지 않았다고 설명. 현에서 지원물자를 담당하는 직원도 어느 정도 물자가 실제로 피난소에 도착하고 있는지 "솔직히 말해 모른다"고 말한다.'


(아사히신문, 2016년 4월 20일자 조간 1면)


이런 식으로 물자 배분이 다소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양상이 군데군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배부른 고민'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상적으로 재해대비 철저화를 강조하는 일본이니만큼 피난자들에게는 큰 문제로 다가온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전언이다.


다음으로 거론할 건 앞서의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지자체 재정 부실로 상당수 청사가 노후화돼 정작 중요한 지진 재해 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는 대부분의 일본 지자체가 안고 있는 재정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들이라 하겠다. 이 문제도 기사를 통해 접해보자.


http://digital.asahi.com/articles/DA3S12324178.html?rm=150

제목은' '늦어진 내진화' 직격 건축 50년 넘은 청사 폐쇄, 기능이전, 체육관에 창구도'다. 아사히 신문에서 실린 표를 옮겨와본다.


방재거점이 될 공공시설 등의 내진율. 출처:아사히신문 2016년 4월 23일자 조간 보도

방재거점이 될 공공시설 내진율을 나타낸 표다. 전체가 90%에 달하는 데 반해, 시초손(市町村,한국의 기초지자체에 해당)은 7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져있는 것처럼 일본에 본격적으로 내진설계가 도입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한신아와지대지진 때 내진설계가 된 건물과 그렇지 않은 건물의 피해가 엇갈리면서, 그 이후 내진설계 도입이 활발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진설계가 부족한 청사 건물이 전체 30%나 있는 것이다.


참고로, 내진율 개념에 대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ことば】耐震率

 建築基準法が定める基準を満たしている建物の割合。1981年の同法改正でできた新基準は震度5強程度でほぼ損傷しないことに加え、震度6強〜7で倒壊しないよう求めている。

'내진율:건축기본법이 정한 기준을 만족하고 있는 건물의 비율. 1981년 법개정으로 생긴 신기준은 진도 5강 정도로 거의 손상되지 않을 것에 더해, 진도 6강~7로 붕괴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출처는 아래 기사다.


http://mainichi.jp/articles/20160417/k00/00m/040/065000c

 

구마모토현 우토시(宇土市) 청사는 이번 재해의 상징건물처럼 여러차례 보도됐다. 아래 사진이다.


우토시 청사 사진. 출처:마이니치신문 2016년 4월 17일자 조간 보도

우토시 청사는 1965년 세워졌다고 한다. 10년전 내진 점검 때 진도6 이상의 지진에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는데 재정상의 문제로 진척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겨우 내진 개축 계획이 세워졌으나 이번 지진으로 사실상 다시 짓는 수밖에 없게 됐다. 다행히 지진에 의한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일본 지자체 재정상황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떠올랐다.


구마모토 지역 내 적지 않은 지자체 청사가 피해를 겪으면서, 피난민들에 대한 행정 서비스도 이런저런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동일본대지진때는 안전하다고 여겨진 청사에 쓰나미가 들이닥치면서 대참사로 번진 일도 있었다).


자연재해나 대형사고 같은 재난은 한 국가의 행정력과 지도자의 능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존재다. 발생해서는 안되겠지만, 그것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일이다. 철저히 자연재해, 특히 지진에 대비해온 일본도 완벽하지는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보자면 일본의 대처 등엔 문제점도 있지만, 구마모토 지진이 행정상의 이른바 '삽질'로 제2차 재해로 번지는 일은 최소화되는 듯싶다.


정부 대처의 총체적 실패로 사회문제로까지 번진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면, 이번 지진 발생과 이후의 진행양상은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게, 필자 개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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