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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Mar 25. 2017

도쿄 소규모 음식점들의 비명

수익 감소와 인건비로 고민하는 작은 음식점들

일본 내 자영업자들에 대해 자료를 좀 더 찾아보던 중, 의미있는 자료를 발견해 여기에 소개한다. 도쿄상공회의소 주도로 2014년 3월 발간된 '음식점의 수익력 향상, 경영력향상 사업'이라는 보고서다.


다운로드 주소 : https://www.tokyo-cci.or.jp/soudan/inshoku/pdf/hokokusho.pdf


음식점 수익력 향상, 경영력 향상 사업 보고서. 출처: https://www.tokyo-cci.or.jp/soudan/inshoku/pdf/hokokusho.pdf


보고서에 따르면 2004~2012년, 8년간 도쿄도내 숙박업, 음식서비스업체수는 10만 3061곳에서 8만 8821곳으로 13.8% 감소했다(반면 종업원수는 소폭 증가했다). 작은 음식점들이 주로 큰 업체들(체인점들)로 대체되는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조사보고서 대상은 1000곳의 소규모 음식점들로, 유효 응답업체는 321곳이라고 한다.


이 업체들이 도쿄 내 모든 업체들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대략적인 경향성은 알 수 있으리라고 본다. 주요 내용을 아래에 하나씩 정리해본다.


우선, '직전 1년간 매상(매출)'에 대한 설문이다.


매상에 대한 고민

맨위서부터 전체평균 / 5인이하 / 6인이상 20인이하 / 21인 이상 업체다. 하늘색은 '증가', 빨간색은 '조금 증가', 초록색은 '변화없음', 보라색은 '조금 감소', 청색은 '감소'다. 매상은 업체의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로, 얼마나 손님이 늘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한다.


전체적으로 '증가했다'가 33.4%인 가운데, '감소했다'가 44%로 더 많다. '변화없다'는 22.6%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익부 빈익빈'이랄지, 업체 규모가 커질수록 매상 증가 현상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5인 이하 업체는 감소쪽이 압도적으로 크다. 21인 이상 업체라면 사실상 기업형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은 어떠했을까.


경상이익의 추이

같은 기간 경상이익(즉 남는 수익)은 조금 더 암울했다.


5인 이하 업체에선 19.8%가 증가했다고 한 반면, 50.5%가 감소했다고 답한 것이다. 규모가 큰 업체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도쿄 음식점들은 매상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물론, 장사하는 사람의 엄살(?)이 일부 반영됐을 수도 있다. 이 점은 이번 조사로 걸러내기 힘든 만큼, 일본 내 자영업 상황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 정도로 참고하면 되겠다)


'향후 1년간 경영에 대한 전망'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업체가 클수록 비교적 '밝은 미래' 전망

파란색은 '플러스' / 빨간색은 '정체' / 녹색은 '마이너스' / 보라색은 '모르겠다'고 전망한다는 내용이다. 확연히 드러나듯, 소규모업체일수록 미래를 밝지 않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5인 이하가 꾸리는 업체들은 단골 장사로 먹고 사는 곳인데, 지역에 애착을 갖는 이들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는 한 단면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즉, 만화+드라마 '심야식당'이 그리는 정겨운 도피처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라고 할는지.



도쿄 미야케지마에 있는 한 일본요리집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들 업체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인건비 / 식재비 / 광고선전비 / 수도광열비 / 월세 / 설비투자비 / 기타 / 의식하지 않음 이라는 8항목 가운데 3개를 고르도록 했다.


인건비 절약이 최우선
위 내용을 표로 정리한 것

업체 규모에 관계 없이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건 역시 '인건비'였다.


최저 임금은 정해져있는 만큼, 아르바이트 채용 등을 억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다음은 식재비였다. 월세 등을 줄일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마지막으로 이들 업체가 외국인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어떤 언어로 대응하고 있는지도 한 번 살펴보자.


외국어 대응

대부분 업체가 영어 대응이 되도록 하고 있었고, 중국어도 상당 비율에 달하고 있다.


다만, 한국어는 중규모 이상 업체가 되어서야 일부 대응이 가능한데, 이 역시 기업형 음식점의 여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역 앞 번화가는 이제 사실상 체인점 등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규모 가게들은 주택가로 들어가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고, 아예 셧터를 내리고 열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이런 가게들이 모인 상점가를 이른바 '셧터가(シャッター街)라고 한다. 도쿄에서도 도심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지방에 가면 대부분 이런 거리가 존재한다.


벳부역앞 상점가 풍경. 출처:크리에이티브 커먼즈

격렬한 경쟁 속에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분투하는 건 일본에서도 다르지 않다고 하겠다. 다만, 그 가운데서 살아남은 곳들은 한국보다 훨씬 더 혹독한 검증을 마친 곳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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