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피해에 차별까지 겪는 후쿠시마 사람들과 정부의 한심한 대응
국내 항공사가 후쿠시마에 취항한다고 하자, 거센 반발에 부딪힌 일이 최근 있었다. 방사능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마당에 무리하게 취항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정기편 취항은 아니고 특별 전세기였다고 한다. 일본 여행객들을 한국으로 실어나르는 차원에서 이뤄진 기획성 이벤트였으나 결국 취소됐다.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지 6년이 흘렀지만, 한국인들의 뇌리에는 당시 충격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하겠다.
일본 외무상(외교부장관)은 운항편 취소에 불만을 표했다. 심지어 한국에 3번이나 항의를 했다고 한다. 아래 나오는 기시다 외무상은 자민당의원으로, 현재 아베 수상과는 파벌이 다르다. 비교적 온건한 파벌에 속하고 있으나, 사실상 현재는 아베 정부 방침에 종속돼있는 상황이다.
후쿠시마공항과 제1원전까지의 직선거리는 구글지도로 확인한 결과, 57km 정도 됐다. 가깝다면 가까울수도, 멀다면 멀다고 할 수 있는 거리라 할 수 있다. 제1원전에서는 여전히 높은 방사능 물질이 나오고 있으나, 후쿠시마공항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공기중의 공간방사선량 기준).
이는 판단의 영역이라 각자가 생각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원본 지도는 아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국내 항공사의 후쿠시마 논란이 있었지만, 일본 국내에서조차 후쿠시마에 대한 차별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오히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다.
다음 아사히신문 기사 내용을 한 번 보자. (올해 4월 27일) 일본인들의 인식이 어떤 수준에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福島産の桃、吐き出された 被災者の言葉伝える20歳
■地元FMのパーソナリティーを務める福島大3年生 上石美咲さん(20)
ふくしまFM(福島県郡山市)が始めた震災番組で、今月からパーソナリティーを務めている。2年前のあの体験がきっかけだ。 福島名産の桃をPRするミスピーチキャンペーンクルーの一人として、横浜のデパートで試食会をした夏のこと。「おいしいね。どこ産?」と尋ねる女性がいた。うれしくなって「福島産です」と答えると、桃をはき出された。 キャンペーンで各地を訪れ、多くの人の福島の印象は震災当時のまま止まっていると感じた。一方で昨夏、福島第一原発を見学し、事故の深刻さ、廃炉作業の大変さを実感。むやみに人を責めてはいけないと思うようになった。 先月初め、東京で福島物産展があった。「核のお土産持ってくんなよ」と言う男性に「イヤイヤ、冗談でも言っちゃいけないこと、ありますよ」。笑顔で返せた。 地元のラジオ番組との縁は、廃炉作業の見学だ。同行したアナウンサーに「一緒に番組を作らないか」と誘われた。震災時は中学2年。「当時はどこかひとごとだった。でも、被災地にいる者として見なければいけないことがあると思って」。初出演した23日の番組で、引き受けた理由を語った。
この日、津波で食堂を壊され、再建した夫婦の言葉をラジオで伝えた。「6年間大変な思いもしたけど、全国の人に励まされたから今がある」。初めてのインタビューだった。(岡本進)
토해진 후쿠시마산 복숭아... 피해자의 말 전하는 20세
-지역 FM 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후쿠시마대 3년생 우에이시 미사키씨
후쿠시마FM이 시작한 지진재해방송에서, 이번달부터 방송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다. 2년전 그 체험이 계기다.
후쿠시마 명산 복숭아를 PR하는 '미스피치' 캠페인 크루의 한 사람으로, 요코하마 백화점에서 시식회를 연 여름의 일이다. "맛있네. 어디 산이지?"라고 묻는 여성이 있었다. 기뻐서 "후쿠시마산이에요"라고 답하자, 복숭아를 토해냈다.
캠페인으로 전국 각지를 찾아, 많은 사람의 후쿠시마에 대한 인상이 지진 당시에 멈춰있다고 느꼈다. 한편으로, 지난해 여름, 후쿠시마 원전을 견학하고, 사고의 심각함, 폐로작업의 어려움을 실감했다. 무작정 사람을 몰아세워선 안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지난달초, 도쿄에서 후쿠시마 물산전이 있었다. "핵 오미야게 갖고 오지말라고"라는 남성에게 "농담이라도 하면 안되는 말이 있어요" 웃는 얼굴로 대답할 수 있었다.
지역 라디오 방송과의 인연은, 폐로 작업 견학이다. 동행한 아나운서에게 "같이 방송 만들지 않을래"라고 권유받았다. 지진때는 중학교 2학년. "당시는 어딘가 남의 일이었다. 하지만, 피해지역에 있는 사람으로서 보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서" 첫 출연한 건 23일 방송으로, 맡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츠나미로 식당이 무너져, 재건한 부부의 말을 라디오로 전했다. "6년간 힘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전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격려받았기 때문에 지금이 있다". 첫 인터뷰였다.
이처럼 일본 국내에도 편견이 엄청나게 자리잡고 있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이들임에도 당사자 앞에서 복숭아를 토한다든지, 핵물질을 가져오지 말라는 등등 심한 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이지메 사건도 하나 소개한다.
東京電力福島第一原発事故で福島県から千葉市に家族で避難し、転校先の小学校でいじめを受けたと訴えている高校2年の女子生徒(17)が25日、朝日新聞などの取材に応じた。小学6年だった2011年、半年以上にわたり複数の同級生や保護者から「福島に帰れ」などと言われ、翌年、別の小学校に転校したことなどを語った。
生徒と父親(49)、母親(42)によると、家族は11年3月、国が避難指示を出した福島県双葉郡内の町から千葉市に避難した。転校後、同級生に「被曝(ひばく)者だろ」「放射能がうつる」などと言われたほか、同年秋の学校行事の際は、同級生の保護者から「なんでここに来たんだ」などと言われたという。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후쿠시마현에서 치바현으로 가족이 피난한, 전학생으로 이지메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고생(17 )...(생략)... 반년이상에 걸쳐 복수의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후쿠시마로 돌아가" 등등이란 말을 들어, 다음해 다른 소학교로 전학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생략) 전학후, 급우에게 "피폭자잖아?""방사능이 옮는다" 등의 말을 들었고, 그밖에 같은 해 가을의 학교행사 때는 보호자에게 "왜 여기에 온 거야"라고 들었다고 한다.
당장 외국의 인식을 걱정하기 전에 국내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같은 따돌림은 보고된 것만 지난해까지 100여건이 이미 넘었다고 한다.
왜 이지경까지 왔을까. 무엇보다 일본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어보인다.
제대로 된 대처를 하기보다, 원전 문제를 덮기에 급급하면서도, 최근에는 원주민들에게 "이제 돌아와 살아도 된다"고 출입금지구역을 하나하나 해제하기 시작했다. 식품 유통은 지역 살리기의 일환으로 일찌감치 시작하도록 했으나, 슈퍼에선 '후쿠시마산'은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자취를 감췄다.
(슈퍼에 갈 때마다 유심히 보는데 싼 가격에 그나마도 잘 팔리지 않고 최근엔 품목도 급감했다)
자민당 정부가 재난당사자 도호쿠(東北) 지역과 관련해 지난해 참의원에서 대패한 건(전체적으로는 대승)한 것도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비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 자세히 적어뒀으니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참고하시길 바란다. ('우경화' 프레임만으로는 읽기 힘든 일본 참의원 선거②)
망언을 쏟아내 결국 경질 압박에 시달리다 그만둔 이마무라 자민당 의원(전 재난담당상)은, 안이한 인식의 대표주자로 거론된다. 그가 한 발언을 몇 개 옮겨본다. 도저히 재난복구를 담당하는 장관의 말로는 볼 수 없는 그야말로 망언이 이어진다.
・福島県産品の風評被害に「生産者の努力がまだまだ必要ではないかなと考えます」(同11月25日、閣議後会見で)
후쿠시마현산에 대한 '풍평피해'에 "생산자의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原発事故で避難している子どもたちのいじめ対策について「あまり大々的にやると、寝た子を起こすみたいな。かき立てると問題は大きくなる」(同12月6日、閣議後会見)
원전사고로 피난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이지메 대책에 대해 "너무 대대적으로 하면 자던 아이를 깨우는 것 같이 된다. 소란을 떨면 문제는 커진다"
・「福島の復興はマラソンにたとえると30キロ地点」。福島県知事は反論。(今年1月28日、自らが議長を務める福島復興再生協議会で)
"후쿠시마 부흥은 마라톤을 비유하면 30키로 지점"(이에 후쿠시마현지사는 시작도 안했다고 강하게 반론했다)
・故郷に戻れない自主避難者への国の対応を問われ、「本人の責任でしょう。(不服なら)裁判でも何でもやればいいじゃないですか」。繰り返し質問する記者に「出て行きなさい。二度と来ないでください」と怒鳴り、「うるさい」と記者会見を打ち切る。(4月4日午前、閣議後会見で)
고향에 돌아올 수 없는 자주피난자(출입금지구역은 아니나 방사능 등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피난한 사람들)에 대한 나라의 대응을 질문받자 "본인의 책임이지요. (정부의 조치에) 불복한다면 재판이라든지, 뭐라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계속해 질문하는 기자에게 "나가세요. 두번 다시 오지마세요"라고 성질내며 "시끄럽다"고 기자회견을 중단시키다.
이런 수준에 있는 사람이 복구를 담당하는 장관이었으니 일본정부의 시각을 알만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잘 알려져있듯이, 원전사고 책임자 중에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여전히 없다.
검찰이 당시 임원 등을 무혐의로 처분했다가, 결국 검찰위원회(시민들로 구성되며,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강제기소할 권한이 있다)의 결정으로 지난해 2월(!) 전 회장 등 3명을 강제기소했다. 첫 공판은 무려 6년이 지난 이번달 30일에 열린다고 한다.
일본 사회의 문제 해결방식은 여러가지로 의문을 품게 하는데 이 사건은 대표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일본의 주류 미디어나 사람들의 시각은 한국의 지난 탄핵 사건을 '감정적이고 제대로 된 사법절차로 보이지 않는다'에 가까웠다. 여론에 휘둘려 급하게 탄핵시키고 쫓아내는 걸 보며 '공포를 느낀다'는 반응조차 있었다)
과연 이같은 일본의 사건 처리 방식이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아베 수상을 둘러싼 의혹의 해결방식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미국의 전광석화와 같은 트럼프 사태 특검 도입과 국회의 대응에 대해서는 별달리 깎아내리는 발언을 접할 수 없다.
한국 못지 않게 서구 경외에 종속된 일본 사회의 단면이라고 할까, 민주주의의 면에서 나날이 후퇴하는 일본을 보며 절로 한탄이 나오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