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자 불명 땅 조사에서 드러난 일본 내 토지 문제
한국에서 연일 부동산가격이 화제다. 주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입길에 오르는 듯 보인다. 부동산은 너무 올라도 문제지만, 갑작스럽게 떨어져도 큰 일이다.
일본은 80년대후반 버블이 꺼지면서 주가가 먼저 폭락하고 부동산 가격이 무너져 장기 불황이 왔다. 한국에서 일컬어지는 '토지 불패 신화'는 일본에서 희미해졌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일부 오르는 지역도 있지만, 전체적 추세를 보면 '대세 상승'이라고 부를 여지는 많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日本経済新聞、닛케이) 지난해 9월 보도를 보면, 전국 토지의 기준시가(실시세의 70~80%로 지자체가 조사)는 연간 기준 마이너스 였다.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공시지가와는 약간 차이가 있는데 전반적 흐름을 보는 데는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 9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땅값은 늘 마이너스 추세였기 때문에 고점대비 얼마나 떨어졌을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지역별 토지가격 변동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일본어).
토지 투자로 재미를 보는 사람은 급감했다. 그 결과 부동산 소유와 매매로 돈을 벌기보다 펀드화한 리츠 등 임대수익 투자가 대세라고 보면 될 듯하다(특히 주택보다 상업시설). 몇년전 취재차 일본 증권사와 금융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다소 달랐던 기억이 난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누구도 부동산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자본이 넉넉지 않은 개인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최근 일본 정부에서 흥미로운 통계 조사가 하나 나왔다. 일본 부동산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내용으로, '토지 20%가 소유자불명'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장기간 상속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된 토지의 비율이 22.4%라고 한다.
(다만 실제 전국토를 조사한 것은 아니고 통계 표집으로 대도시와 지역을 선정해 조사했기 때문에 실태에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마지막 등기에서 50년 이상 경과(갱신되지 않은 채)한 땅이 대도시부에 6.6%, 지방에 26.6%나 있었다. 용도별로 보면 주택지 6.6%, 전답 22.8%, 산림 31.2%였다. 산림의 경우는 전국토 3분의 1이 주인이 누구인지 명확지 않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 지자체에선 개발 사업이나 통행과 관련해, 소유자불명 토지가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재로선 소유자가 불명이라고 해도 강제수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한다. 아래는 현황을 설명한 아사히신문 기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주로 지방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팔리거나 땅값이 오르지도 않는데 고정자산세만 내야 하는 땅(負動産, 일본어에서도 부동산不動産과 음이 같다)이 늘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유자가 사망한 뒤 후손이 상속세 등 비용을 들여 등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후손)은 늘다보니 문제는 한층 복잡해져 더더욱 등기가 안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세금이 걷히지 않는 지자체에선 아예 과세 대상에서 뺀다고. 이런 포기 사례가 있다고 답한 지자체가 전국 23%에 달했다(도쿄재단 조사). 아예 기부를 하려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도로 등 일부를 빼고는 받아봤자 쓸 용도도 없어 고사하는 처지다.
토지조사 사업을 벌여온 도쿄재단의 요시하라 쇼코(吉原祥子)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구가 늘고, 토지가 자산으로 거래된 시대는 토지를 등기할 동기가 있었다. 하지만 인구감소, 땅이 남아도는 시대에 단기적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 땅은 권리조차 방치된다. 단카이세대(베이비붐세대)가 고령화해, 향후 상속은 더 늘어날 것이다. 방치기간이 더 길어지면 해결 비용은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소유권을 그대로 남겨둔 채, 이용권을 지자체가 추진하는 방법 등이다. 그러나 마땅한 방도가 없기 때문에 향후 더 큰 곤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토지 거래를 연구해온 타도코로 히로유키(田處博之) 삿포로학원대학 교수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필요없어진 토지를 버리는 게 가능할지, 법적으로 말하면 소유권 포기가 가능할지를 연구하고 있다. 민법에 소유권을 포기하는 규정은 없고, '학설은 부동산소유권 포기는 일반론으로서는 허용된다'가 다수설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받아주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포기는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실질적으로는 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상속포기도 생각해볼만한데, 토지만 떼어서 거절하는 건 불가능하다. 같은 취지의 법원 판결도 나왔다.
타도로코 교수의 해법은 동산(動産, 물건)처럼 "돈을 내고 땅 소유권을 포기하게 하자"이다. 쓰레기를 버릴 때 돈을 내듯이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자는 주장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논의가 이웃나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사히신문의 아래 인터뷰 기사를 참고로 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소유권을 그대로 둔 채 이용권 개념을 만들어, 공원이나 공공시설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워낙 많은 곳이 해당되기 때문에 전부 제대로 활용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 청문회에서 "땅을 사랑해서 투자를 했다"고 하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부동산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특히, 주택). 일본 부동산의 이같은 모습은 한국의 미래일까, 아니면 일본만의 길일까. 고민해야 할 지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