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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원 Dec 31. 2022

빛과 어둠

  빛의 반대는 어둠이 아니다. 빛의 반대를 어둠이라고 하기에는, 어둠이 빛에게 너무나도 무력하다. 어둠 자체로는 작은 빛도 감추지 못한다. 반대로, 시커먼 어둠 속에서 아주 작은 불빛은, 찬란히도 빛난다.


  어둠은 '빛의 부재'이다. 빛이 닿지 않는 상태가 어둠이다. 그림자의 속성. 즉, 어둠의 개념은 빛이 존재해야만 발생한다. 빛이 닿는 곳은 밝다. 그러나 밝은 곳의 뒤편은 항상 그림자가 존재한다. 빛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밝음과 어두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둠'은, 빛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원래부터 빛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어둠은 결코 정의되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어둠만으로는 빛을 알 수가 없다.

  빛과 어둠의 관계. 반대 개념같이 보이지만, 한 개념이 다른 개념에 기생하는 관계. 행복과 불행, 선과 악이 이와 같은 개념이다. '불행'은 '행복의 부재'다. 행복을 알아야 불행을 알며, 행복이 존재하면, 필연적으로 불행이 발생한다.

  사람은 불행을 피하고자 하며, 악을 비난하고, 불편해한다. 평생 물에서만 사는 물고기는 '축축하다'라는 개념을 알 수 없다. 물 밖에서 사는 생물이어야 작은 습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물 밖에 사는 삶'. 물 안에서는 결코 살 수 없으며, 처음부터 건조한 땅에서 살기 위해 태어났다. 사람도 같다. 불행과 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인류는, 행복과 선 안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내 삶에서 행복은 보이지 않고, 이 세상에는 악이 만연하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깊은 불행 안에서 드러나는 작은 행복은 아주 강한 존재다. 이다지도 찬란한 빛이 된다.


  오늘 집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강연 일부분요약해서 쓴 글이다. 옛날에도 봤던 강연이었는데, 어쩌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서 다시 보게 되었다. 한동안 계속 되새김하는 메시지가 될 것 같다. 일상에서의 작은 불빛. 바쁜 업무 속 한 모금의 시원한 에이드, 피곤한 하루를 마친 뒤 플레이하는 게임 한 판, 실패한 찌개를 살린 msg 한 스푼. 그리고 내 어두운 마음을 한껏 밝혀준 너의 문자 한 마디.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기쁨, 겉으로는 그 속에서 나누는 가벼운 인사지만, 네가 내게 보낸 문자이기에. 내 삶을 강하게 붙잡은, 내겐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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