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쉐어 팝업바(bar) 노트바 이야기입니다.
최근 라이프쉐어는 주 2회 오프라인 팝업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휴식.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있는 <노트바>라는 콘셉트입니다. 노트바의 첫 문을 여는 기념으로 영화 'The shape of water'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오늘은 뜨거웠던 Movie 노트바 2회차 현장을 후기로 남깁니다.
MOVIE 노트바는 <노트바>의 첫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1-2회차가 열리자마자 금방 매진이 되었습니다.
라이프쉐어 팀들은 당황스러우면서도 행복했습니다. 인생 토론 커뮤니티 '다이빙 클럽'에 이어 오랜만에 선보이는 라이프쉐어의 새로운 오프라인 콘텐츠였기 때문입니다.
3회 차로 열리는 Movie 노트바는 영화 <about time>을 주제로 열립니다. 이 역시 오픈하자마자 매진이 되어 현재 좌석이 없습니다.
12월 7일 토요일 저녁 7시. 노트바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성수동 '신촌살롱'에 한두 분씩 미리 예약한 손님들이 도착합니다.
공간에는 영화의 향기가 가득합니다. 먼저 영화 <The shape of water>의 ASMR과 사운드트랙이 그윽하게 퍼집니다. 그리고 영화의 주요 소제인 '물'을 연상시키는 아쿠아 향 프리미엄 캔들이 마음을 안정시킵니다. MOVIE 노트바 1-2회차를 영화 'The shape of water'를 주제로 했던 리뷰합니다.
향, 음악, 글쓰기
손님들은 마치 영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낍니다. 각자 주문한 음료와 함께 편안한 휴식을 즐깁니다. 그리고 약속된 시간이 되었을 때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짧은 트레일러가 흘러나옵니다. 이때부터 <노트바>의 입장은 통제가 됩니다. 참석하신 분들의 오롯한 휴식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노트바With <The shape of water>의주류 메뉴는 영화의 사운드트랙과 페어링 했습니다. 첫 메뉴인 ‘앙시앙 땅 그랑 리제르바'는 OST수록곡 You’ll never know- Alexandre Desplat 와 페어링 했습니다. 영화 속 엘라이자의 먹먹하고 절절한 고백처럼 중후하고 딥한 프랑스 Longuedoc 지역의 레드와인입니다.
두 번째 메뉴는 극중 미군 장교 스트릭랜드의 자부심을 연상시키는 버번위스키 '블랑톤즈 오리지널'입니다. 엘라이자와 미군 장교의 갈등이 최고조로 다다르는 순간에 나오는 음악 'He's coming for you'과 페이랑 했습니다. 블랑톤즈는실제 미국의 대령의 이름을 딴 버번위스키로 꿀, 우디한 바닐라, 스파이스, 타바코의 강렬함을 느낄 수 있는 싱글 몰트입니다.
영화 음악의 작곡을 맡은 프랑스 출신 작곡가 알렉상드르 데스틀라는 이 앨범으로 골든 글로브에서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오로지 종이와 팬. 나 자신만이 있습니다.
사각사각. 노트에 글을 쓰는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노트바>에서는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과 선택을 다시 자신에게 물어보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쓰기 좋은 종이와 연필로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집니다. 1부에서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조차 마주치지 않습니다. 오로지 종이와 팬. 그리고 나 자신만이 있습니다.
충분한 단절의 시간이 흐립니다. 글쓰기가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그냥 멍하게 질문만 생각해도 좋습니다. 글은 절대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어딘가 제출하지도 않습니다.
글쓰기와 와인은 자신과의 편안한 휴식 시간을 보내기 위한 소소한 장치일 뿐입니다. 노트바에서는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자신과 둘이 보내는 단절된 시간을 제공합니다. 이후 조용한 종소리가 세 번 울리고, 이와 함께 노트바 1부가 끝이 납니다.
1부에서 오랜만에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은 몸과 마음에 빠졌던 에너지가 조금씩 차올랐습니다.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가지고, 노트바로 2부 넘어갑니다. 2부의 테마는 낯선 대화입니다.
노트바의 손님들은 자신이 골랐던 질문이 있는 테이블로 이동을 합니다. 참가자분들은 각자 자신이 고른 질문에 충분한 사고를 한 뒤입니다. 그래서 1부 이후에 나누는 대화는 평소보다 훨씬 더 깊이 있습니다. 게다가 노트바에 오신 분들은 서로 완전히 모르는 남이기에 더 편견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라이프쉐어 <노트바>에서는 역시 나이, 직업, 이름을 묻지 않습니다.
대화
서로 낯선 상황을 유지한 채 '영화 속 인물에게 왜 공감을 느꼈는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내게는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다양한 대화를 나눕니다.
영화라는 매개와 질문이라는 사다리가 더해져 대화는 금방 깊어집니다.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나에 대한 이야기가 술술 나옵니다. 말로 꺼내다 보니 고민이 풀리기도 합니다. 상대의 이야기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공감을 받으니 왠지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노트바의 시간이 깊어질수록 점점 얼굴의 근육이 풀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손님들은 처음에 들어올 때보다 어느새 얼굴이 많이 좋아져있습니다. 라이프쉐어를 하면서 수없이 보았던 아름다운 미소입니다.
대부분 손님들이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컨디션이 좋아져 보였습니다. 역시 진정한 휴식은 얼마나 질적 시간을 많이 가지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MOVIE 노트바 2회차가 있었던 날 많은 분들이 집에 돌아가지 않고, 계속 대화를 하길 원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노트바를 처음 찾은 손님들이지만, 모두가 단골 같아 보였습니다. 한번 터진 즐거운 대화는 멈출 줄 모릅니다.
돌아가시는 분들 대부분이 너무 즐거웠다며, 이런 이벤트를 열어주어 감사하다며 인사 주셨습니다. 깊이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었다. 이런 귀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었냐. 사회적으로 엄청난 임팩트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등등 치켜세워주셨습니다.
프로그램 곳곳에 디테일에 신경 썼지만, 이 정도 반응이 줄은 몰랐습니다. 앞으로 영화<About time>과 함께 노트바에서는 다양한 영화와 음악을 매개로 더 깊은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물론 이벤트가 없는 날에는 '오늘의 질문'과 함께 잔잔한 노트바도 진행될 예정입니다.
매주 화요일 토요일. 일상 속 지친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시다가 문득 노트바가 기억나시면 서울숲으로 와주세요. 잔잔하고 따뜻한 노트 한 권을 드리겠습니다
https://booking.naver.com/booking/5/bizes/273460/items/3245944?preview=1
노트바에서는 팝업 두 달 동안 다양한 이벤트들이 열립니다. 혼자 조용히 글을 쓰며 쉴 수도 있고, 원한다면 낯선 사람들과 다양한 대화 혹은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명상, 드로잉, 차회, 무비 노트바, 스몰 라이프쉐어 등 잔잔한 이벤트들을 참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