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라이프쉐어'의 프로젝트는 많이 알렸지만,
라이프쉐어 자체를 제대로 소개해드린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2017년 2월 마포구 합정동에 작은 에어비앤비에서
7명의 숙박객과 밤새 토론을 나누는 캠프에서 시작한 라이프쉐어는
이제 리트릿 문화컨텐츠를 만드는 기업이자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두 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둘은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잘 있었어?"
"응 잘 있었지. 너는?"
"응 잘 있어. 혜미는 잘있어?"
"응 뭐 똑같지. 참 너 저번에 이직했다던 회사는 어때? 괜찮아?"
"아. 응! 괜찮아. 좀 처음엔 어려웠지만 지금은 좋아졌어."
"다행이다. 넌 역시 잘 해내는 구나."
"아니야 뭐. 한잔 하자."
평범한 대화가 오가고 둘은 각자의 잔을 비워냅니다.
그리고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둘의 일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랜 연인이었던 혜미는 이별을 고했고,
그녀를 놓친 마음은 매일 부셔지고 있습니다.
새로 이직했던 회사는 겉으로는 그럴듯해보이지만
사실은 매일이 차가운 얼음장 같습니다.
이제와 이직을 번복할 수도 없고,
나이에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 그져 버티고만 있습니다.
둘이 만약 '라이프쉐어'를 나누었다면 어땠을까요?
"잘 있었어?"
"응 잘있었지 너는?"
"아니 그거말구. 너 진짜 잘 있었냐구."
"응..?"
"너가 요즘 하고 있는 진짜 고민 같은 거 말이야.
우리 오래 못봤잖아."
"너가 살면서 어떤 막막함을 느끼는지,
진짜 괜찮은지.
그럼에도 버티게 하는 게 뭔지 궁금해.
어떻게. 지냈어?"
라이프쉐어는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질문하고,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조금 더 본질적인 Authentic moment,
진심이 만나는 순간입니다.
이 순간을 라이프쉐어에서는
1단계) 머리 소통,
2단계) 가슴 소통,
3단계) 존재적 소통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 다다르면
평소에 자주 소통하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주고 받을 수 있는 대화의 온도와
교감의 층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10년 동안 한번도 몰랐던 지인의 모습을 새로운 모습을 알게되고,
진짜 안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의 몰랐던 세계로 여행을 갈 수 있고,
깊은 즐거움의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타인의 세계로 사람여행을 하면서,
결국에 남게 되는 것은
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알아차림입니다.
상대의 진실한 이야기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잊었던 것들을 떠올리고,
다시 나의 입으로 그것들을 이야기하며,
나를 막고 있던 장애물들을 해소하고,
나는 원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알게 됩니다.
그래서 라이프쉐어를 나눌 수록 나는 안전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변합니다.
내 안의 감정을 해소하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니까요.
: 휴식하고, 사랑하고, 나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초밀접 사회를 살고 있습니다.
SNS와 미디어 덕분입니다.
연락을 안한지 몇년이 된 지인이
지난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녀의 삶에는 걱정이란 없어보이고,
반짝이는 아름다움만 가득합니다.
내가 SNS에 올린 행복한 느낌에 사진에도
많은 좋아요가 눌립니다.
하지만 진짜 사람들은 고립감은 점점 더 커집니다.
괜찮은 척 했지만,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립감, 표면적 소통, 버티는 삶,
개인의 어려움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진심어린 소통을 점점 더 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할 수 없이 껍데기로 살아갑니다.
숨기고 감추는 동안
나도 내 모습이 무엇인지 잊게 됩니다.
하지만 라이프쉐어를 나누다보면,
화려한 사람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알고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나만 혼자가 아니란 안심이 듭니다.
진짜 내 모습을 드러내도 안전할 수 있고,
우리가 '연결'될 수 있다는 경험을 반복하다보면,
내게 주어진 삶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차오른 사랑은 알아서 나를 여행시키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하며,
사람여행에 가슴을 열게 만듭니다.
물론 반대로 경우도 있습니다.
라이프쉐어를 통해 편견이 깨지는 순간입니다.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사람,
증오했던 사람의 삶에서도 커다란 아름다움이 있으며,
어린이에게 엄청난 생애 철학이 있으며,
노인에게도 소녀, 소년의 모습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편견을 깨지면 깨질 수록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됩니다.
내가 여행하고,
탐미할 수 있는 세상은 더 넓어집니다.
진심으로 겸손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는 사람으로,
상대에게 더욱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람이 되어줄 수 있었습니다.
음악만이, 새벽에 혼자 쓰는 글만이 '위로'라고 생각했는데
진심어린 대화에도 예술과 같은 위로가 있었습니다.
라이프쉐어는 독일의 가정의학과 정문의 '루카스'와
한국의 여행작가 '최재원'이 3개월 간 함께 살면서 만든
유럽의 커뮤니티 치료와 여행의 영감을 합쳐서 만든 대화법이자 여행법입니다.
이는 통찰치료, 커뮤니티 치료의 맥락에 속해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라이프쉐어서는 '치료'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라이프쉐어의 존재 이유는
누구나에게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멀쩡하다가도 life issue 는 갑자기 떠오르고,
불쑥 고립감이 찾아옵니다.
그런 순간 고군분투 살아가는 삶의 여행자들이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쉴 수 있는 Life Shelter 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인생 어렵게 느껴질 때
가장 가까이에 닿을 수 있는 대화와 연결을 위해
라이프쉐어는 존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