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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쉐어 Mar 15. 2017

관점여행 연재를 마치며

관점을 바꾸어보았다. 일상이 여행이 되었다. 

결국은 혼자


친구를 만드는 여행, 옆동네로 가는 여행, 초대하는 여행. 모든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결국은 혼자다. 나를 채우는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익숙한 공간으로 들어가 잠깐 숨을 돌린다. 에너지가 조금 차올랐다고 생각될 때 샤워를 한다. 뜨거운 물에 몸을 천천히 기댄다. 몸에 묻어있는 먼지가 물에 씻겨져 나가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다. 숨도 고르게 쉬어본다. 나를 채우는 의식이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있고 싶지만 노곤해진 몸을 움직인다. 가만히 명상에 빠진다. 10분이 지났을 까 서서히 나시 눈을 뜬다. 머리가 조금은 맑아졌다. 집은 조금 정리하고 휴대폰은 충전기에 그대로 꼽아둔다. 이 친구도 때로는 충전이 필요하다. 


작은 노트와 팬 한 자루. 그리고 만 원짜리 지패를 한 장만 간단히 챙긴다. 오늘은 그 누구도 아닌 내 안으로만 걸어가고 싶다. 동네 산책을 하지만 결국은 혼자를 즐긴다. 결국에는 다시 관점 여행 초보자 과정으로 돌아온다. 처음보다 말이 더 줄었다. 주변으로 공기가 차분하게 흐른다. 이 시간이 그리웠다.  



지난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왜 관점 여행을 했는지 다시 한번 돌아가 보았다. 나의 하루에 내가 없고, 일만 하다가 고갈되는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그러다 작은 사건이라도 생기면 일상은 너무나 쉽게 무너져 내렸다. 그렇다고 박차고 나올 힘도,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나기에도 여력이 없었다. 친구들도 사느라 모두 바쁘고 연락할 곳도 없었다.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흐르고 나는 연체동물이 된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선택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그 선택이 이어져서 만들어진 이 하루를 사랑할 순 없을까? 지금은 즐겨볼 수는 없을까? 그래서 약간의 꼼수를 부려보기로 했다. 집 앞 영화관을 가더라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떠나기, 용기를 내어 처음 가본 카페 주인에게 말 걸기, 외국인 친구와 단골 밥집 가보기. 이런 말도 안 되는 실험들이 계속해 나갔다. 



관점 여행, 일련의 삶의 방식이 되다 


내게 관점여행은 현재를 그대로 두면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탈이었다. 하지만 작은 일탈을 의도적으로 계속해나가자 그것은 일련의 라이프 스타일이 되었다. 연습을 계속해나가자 나는 살고 있는 동네에서 또 회사 근처에서도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내가 고플 때는 혼자 명상 여행을 떠났다. 때로는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을 내 공간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우리는 작은 촛불 하나에 여행 기분을 만끽하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빈틈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일상에 선택 사항이 많아졌다. 모든 것이 내 일상 근처에서 일어난 일들이었다. 



여행의 끝


관점여행이 작은 일탈의 연속이라면, 그럼 그 끝은 완벽한 일탈일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곰곰이 고민을 해보았다.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관점여행을 1년 넘게 지속하며 내 색깔은 꽤나 바뀌었다. 그렇게도 안 풀리던 회사 일도 잘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얼굴에 생기가 생겼다. 잊혔던 야생성도 살아났다. 덕분에 예전에 비해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더 과감할 수 있었다. 1인 기업가로서, 여행가로서의 삶도 시작되었다. 하지만 삶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실수가 많고, 자책도 많다. 누군가의 말처럼 자존감은 한국 사람의 영원한 숙제인지 여전히 우울함이 많다. 안 좋은 일과 좋은 일은 수례 바퀴처럼 따라왔고 번뇌의 총량은 비슷했다. 결국 완벽한 일탈이란 없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을 달래주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관점여행은 내가 살고 있는 이 하루들을 잘 살아내게 하는 친구이자 나를 조금씩 나아가게 하는 도구였다. 그러면서 일상이 서서히 바뀌어 갔다. 조금 더 관대해지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고, 여전히 실수를 했다. 관점여행은 이 지속적이고 느린 변화를 도와주었다. 


삶이라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하나의 사건으로 탁하고 변할 수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번 바닥을 쳤었고, 지금은 관점여행으로 긴 전환기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차지만 오늘도 그때가 온 것 같다. 구두를 벗고 운동화를 신는다. 문 밖에는 낯선 여행지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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