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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공작소 Sep 15. 2021

그때의 아빠

오늘 이상하게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친정을 방문했다.
드르륵 중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버지가 넋을 넣고 티브이를 보고 계신다.
아빠는 현재 '파킨슨 병'을 앓고 계신다. 서서히 근육이 굳어가고 결국 심장까지 굳게되는 불치병.

내가 들어가도 둥그렇게 등을 굽히고 앉은 채 전혀 움직이지 않으셨다. 누가 들어왔는지도 모르신다.
눈은 분명 티브이에 향해 있는데, 티브이를 보시는 건지 자신의 생각에 함몰이 되어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아빠, 나 왔어. 큰 딸." 큰 목소리로 부르자 그제서야 나를 쳐다보고 환하게 웃으신다.
귀가 멀어 들리지도 않으시고, 발음도 부정확해서 무어라 하시는지 소통은 이미 오래전 부터 가능하지 않다.
나를 보고 입을 벙긋 벙긋하시는데 알아들을 수 없다.

"아빠, 이 말 하려고 왔어요. 갑자기 아빠가 보고 싶어서. 아빠, 사랑해."  
알아들으시긴 하신걸까? 입만 크게 미소를 짓고 계신다.

아빠, 젊었을 때 참 멋졌었는데...
나는 오랫동안 아빠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아빠는 나에게 기대가 높았고, 뭐든지 잘하길 바랬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부족하고 아빠 눈에 들기가 어려웠다.
아빠는 아빠의  성에 차지 않는 성적을 가져가면 늘 우셨다.  그때마다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비칠까 의식하는 것이 천박스럽고 무식하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부끄러웠고 창피했고 한편으로는 나를 인정해 주지 않아 미웠다.

그런데 내가 마음 공부를 하게 되면서 알았다.
고아였던 아빠는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고, 불안한 세상을 사셨다.
딸을 셋을 낳고 아들 하나를 얻으셨지만, 늘 불안하고 걱정이 많으셨기에 자식들은 그렇게 살기 원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돈이 없고 학력이 짧아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를 당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리라.
자식들은 사람들에게 귀하게 여김을 받고 무시당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는,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겠지만, 훗 날 편히 살길 바라는 딸을 위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내가 알았을 때는 이미 아빠의 귀가 닫혔고, 두터운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 버리셨다.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잘 컷다고 이야기 해도 못 알아들으신다.

그래도 오늘 나는 또 이야기 한다.
"아빠, 나 왔어.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그리고 나 이렇게 잘 컷어. 남편도 잘 만나고 아이들도 잘 크고 밥도 굶지 않아. 사람들이 나더러 선생님, 선생님 그렇게 불러. 아빠가 나를 잘 키워주신거에요. 이젠 딸 걱정하느라 밤에 울지 말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오늘 이상하게 또 아빠 생각이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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