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윤 변호사 Mar 12. 2019

'정준영 사건' 법적 이슈 정리  

'성관계 몰카 및 유포 의혹' 사건을 통하여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것들

우리 모두 하루의 대부분 카메라와 녹음기를 손에 쥐고 살아가고 있다. 

'휴대폰'이라는 만능기기로 인하여 사진, 동영상, 녹음은 당연한 일상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찍고, 타인과 공유하는데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그 또한 자신의 행동이 이렇게까지 사회에 큰 파장을 가져올만한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짓궂은 취미(?) 정도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의혹을 받고 있는 범죄사실만으로 보면, 이는 형법상으로 상당히 심각한 범죄이다.


비단 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분명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 없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지인들과 공유하는 등의 행위를 암암리에 하고 있을 것이다.


부디 이번 사건을 통하여 정확히 어떠한 법적 이슈가 있고, 어떠한 행위가 처벌되는지 

많은 사람들이 정확히 알고 주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성관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성관계 모습을 촬영한 행위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를 때, 

카메라로 촬영 대상자의 동의 없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 만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그가 성관계 중에 성관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성관계 모습을 촬영했다면(물론 이는 상대방의 신체가 동영상에 드러난 경우임을 전제로 한다), 

이는 상식적으로 보아도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될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에 대하여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7007 판결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였다.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고려함과 아울러, 당해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상대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화장실에서 재래식 변기를 이용하는 여성의 모습을 촬영하였던 점, 피해자들의 용변 보는 모습이 촬영되지는 않았으나, 용변을 보기 직전의 무릎 아래 맨다리 부분과 용변을 본 직후의 무릎 아래 맨다리 부분이 각 촬영된 점,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행동으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각 진술한 점, 그 밖에 이 사건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인이 촬영한 피해자들의 다리 부분은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찍었더라도 특별한 신체 노출이 없고, 어떤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한 것이 아닐 경우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찍은 것 자체만으로는 헌법상 기본권인 사생활의 자유 또는 초상권 침해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항상 형법상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될 경우에만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범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되지는 않더라도 동의 없이 사진 또는 동영상이 찍힌 경우에는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을까?


사실 동의 없이 사진 또는 동영상이 찍힌 것만으로는 피해 구제를 받기 어렵다.

따라서 파파라치가 몰래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찍는 행위가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지언정

그 사진 또는 동영상을 동의 없이 찍혔다는 자체만으로는 피해구제를 받기는 어렵다


다만, 위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 또는 동영상에 대하여 모자이크 등의 처리 없이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상태에서 제3자들이 볼 수 있도록 게시를 한 경우에는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물론 동의 하에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별도로 게시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고 인터넷 등에 게시한 경우에도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피부관리업소 원장이 얼굴축소 시술을 받은 손님의 사진을 눈만 모자이크 하여 동의 없이 인터넷에 게시한 사안에서 800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성형외과 의사가 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사진을 눈만 모자이크 하여 동의 없이 인터넷에 게시한 사안에서 300만 원의 손해배상액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요약정리]

카메라로 촬영 대상자의 동의 없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만으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처벌 대상이 됨

따라서 상대방 동의 없이 몰래 성관계 모습을 촬영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범죄에 해당됨

다만, 동의 없이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이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범죄에 해당되지 않고, 기타 다른 형법상 범죄도 성립하지 않음.

따라서 동의 없이 사진 또는 동영상이 찍힌 것 자체만으로 피해 구제를 받기 어려움

그러나 위 동의 없이 촬영한 사진 또는 동영상에 대하여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상태에서 제3자들이 볼 수 있도록 게시를 한 경우에는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음

물론 동의 하에 사진 또는 동영상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별도로 게시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고 인터넷 등에 게시한 경우에도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음



성관계 동영상을 지인과의 단톡방에 공유한 행위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②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항에서 같다)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와 같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은 앞서 본 제1항에서의 동의 없이 촬영한 촬영물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성관계 동영상을 지인과의 단톡방에 올린 행위는 위 여러 유형 중 반포 또는 제공에 해당될 수 있는데, 

'반포' 및 '제공'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하여 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6도16676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2항은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반포’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을 말하고, 계속적·반복적으로 전달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반포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교부하는 것도 반포에 해당할 수 있다. 한편 ‘반포’와 별도로 열거된 ‘제공’은 ‘반포’에 이르지 아니하는 무상 교부 행위를 말하며,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은 ‘제공’에 해당한다.


즉, '반포'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퍼뜨릴 의사로서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

제공’은 ‘반포’할 의사 없이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게 무상으로 교부하는 것을 말하는데,

두 유형의 차이점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퍼뜨릴 의사의 유무'이다.


따라서 그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한 동영상을 지인의 단톡방에 공유한 행위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퍼뜨릴 의사로 공유한 것이라면 '반포'에 해당되고,

그 단톡방 지인들에 한해서만 공유할 의사로 공유한 것이라면 '제공'에 해당한다.


'반포'든 '제공'이든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한 동영상을 지인의 단톡방에 공유한 행위라는 점에서

동일하게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 해당되는 범죄임은 분명하다.


이에 더하여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서 확실히 알아두어야 할 점은,

촬영 당시에는 동의 하에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촬영 대상자의 동의 없이 반포 등을 한 경우에도 처벌받는다는 점이다.


또한 촬영 당시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촬영 대상자를 제외한 제3자 단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해당 동영상 또는 사진을 공유한 경우, 

이는 '제공'에 해당되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 범죄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요약정리]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한 동영상을 지인의 단톡방에 공유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 해당되는 범죄임

촬영 당시에는 동의 하에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촬영 대상자의 동의 없이 반포 등을 했다면 이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에 해당되는 범죄임

촬영 당시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촬영 대상자를 제외한 제3자 단 한 사람에게 만이라도 해당 동영상 또는 사진을 공유한 경우에도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 범죄에 해당됨



과연 몇 개의 범죄가 성립할까?


위와 같이 성관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성관계 모습을 촬영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범죄에 해당되고,

성관계 동영상을 지인과의 단톡방에 공유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의 별도 범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최소 2개의 범죄는 성립한다.


그러나 성관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성관계 모습을 촬영한 행위는 

그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한 횟수만큼 별개의 범죄가 되는 것이고,

성관계 동영상을 지인과의 단톡방에 공유한 행위 또한 몰래 촬영하여 공유한 동영상의 개수만큼 

별개의 범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밝혀지겠지만,

피해 여성이 많고, 피해 횟수 또한 많다는 점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에게 인정되는 범죄사실에 따른 실제 형량은 상당히 클 수도 있겠다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CCTV를 설치하려거든, 이 글부터 보셔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