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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윤 변호사 Feb 28. 2020

직원이 세무자료 유출해서 탈세제보 시 배임죄 성립할까?

주기적으로 물어보시는 분들 계시는 것 보니 이런 일이 많나 봅니다.

※ 간단하게 결론과 해결방안만 확인하고 싶으신 분들은 

맨 밑 핵심 체크 부분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퇴사한 직원으로부터 기업 내부통신망을 해킹당해 큰 피해를 보셨던 한 업체 대표님이 계시는데요.

당시 제가 대표님으로부터 사건을 위임받아 해당 직원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했고, 

그 직원은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다가 결국 벌금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사건이 끝난 줄 알았는데, 갑자기 업체 대표님께서 오늘 갑자기 전화를 주셨어요.


"그 직원(해킹한 직원)이 직원으로 있을 때 나 몰래 우리 회사 세무자료 빼돌려서 가지고 있다가 

내가 해킹으로 고소해서 처벌받으니 바로 국세청에 찔러버렸네. 

우리 회사 자료를 몰래 빼돌린 거 이거 배임죄 되는 거 아닌가요? 열 받아 죽겠네!"


업체 대표님은 전 직원의 보복성 탈세 투고로 인해 세무조사를 받고 힘들어지자 

어떻게든 되갚아 주고 싶은 생각이 드셨던 거죠.


위와 같은 일을 겪으신 업체 대표님들 꽤 되시지 않을까 싶어요.

자, 궁금한 분들을 위해서 제가 간략히 정리해 드릴게요.




직원이 근무 당시 회사 몰래 세무자료(매입·매출 세금계산서 등)를 유출해서 

퇴사 후 탈세제보 시, 

세무자료를 유출한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 성립할까요?


결론은 업무상 배임죄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볼게요.



가. 세무자료가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될까?


[관련 판례]
회사 직원이 경쟁업체 또는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의사로 무단으로 자료를 반출한 행위를 업무상 배임죄로 의율함에 있어서는, 그 자료가 반드시 영업비밀에 해당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자료가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통상 입수할 수 없고, 그 자료의 보유자가 자료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으로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는 해당할 것을 요한다(대법원 2011.6.30. 선고 2009도3915 판결 등 참조). 


매입·매출 세금계산서 등 세무자료는 

특별히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노력 및 비용을 들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점 등을 볼 때, 

그 자료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도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즉, 자료 무단반출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그 자료가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어야 하는데, 

세무자료는 이에 해당되지 않아서 반출하더라도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죠.



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일까?


[관련 판례]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업무 위배 행위로써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여야 하는 바 회사 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하였다면 그 반출 시에 업무상 배임죄의 기수가 되나, 사무 처리자나 제삼자가 어떠한 재산상 이득을 취득한 바 없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9.7.9. 선고 99도311 판결 등 참조). 


위 판례에 따를 때,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업무 위배 행위로써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여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나 또는 제삼자가 금전적으로 이득을 보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업무 위배 행위를 한 것이라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따라서 직원이 매입·매출 등 세금계산서를 몰래 빼돌려 이를 증거로 국세청에 탈세신고를 한 것은 비록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하여 해당 직원 또는 제삼자가 금전적으로 이득을 볼 목적이 아니었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핵심 체크>


직원이 근무 당시 회사 몰래 세무자료(매입·매출 세금계산서 등)를 유출해서 퇴사 후 탈세제보 시, 

세무자료를 유출한 행위는 

① 그 자료가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 아니고, 

② 해당 직원 또는 제삼자가 금전적으로 이득을 볼 목적이 아니라 탈세제보 목적이었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는 직원이 USB로 세무자료 파일을 무단으로 빼가거나 메일로 전송하는 등 

'컴퓨터 파일'을 유출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절도죄'의 객체는 재물이고 컴퓨터 파일은 재물에 해당되지 않아서 절도죄에도 해당되지 않는데요.

만약 직원이 컴퓨터 파일을 유출한 것이 아니라 

대범하게도 세무자료 종이 뭉치를 몰래 빼돌린 것이라면,

절도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막아? 방법이 있을까?


사실 세무자료 자체는 영업비밀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려워서 

영업비밀 유출 행위를 처벌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기도 어렵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기도 어렵습니다. 


즉,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어려운데요.


다만 세무자료를 다루는 담당 직원을 지정하고 그 직원에게 

세무자료 등 그 직원이 다루는 모든 자료를 어떠한 목적으로든 유출할 경우 

위약금(금액은 너무 과도하지 않는 한 선택할 수 있습니다)을 지급한다는 서약서를 받아둠으로써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더라도 위 서약을 어기면 민사상 위약금 지급 의무가 발생할 테니, 

직원이 이를 감수하고 세무자료를 유출하기는 어렵겠죠.


아, 물론 기업에서 정직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겠죠.^^




사업은 정말 살얼음판입니다.

안 그래도 산 넘어 산인데 요새 '코로나' 때문에 더 어렵습니다.

부디 사업하시는 모든 분들 힘내시길 바라며, 저도 제 위치에서 열심히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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