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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윤 변호사 Mar 06. 2021

원격(=virtual) 주주총회, 가능할까?

테슬라도 한다는데, 우리 회사는 못해?

작년 9월 테슬라의 주주총회 기억하시나요?


기술의 선두를 달리는 글로벌 기업은 주주총회도 특별합니다. 

사전 추첨으로 선발된 주주 240명만 캘리포니아 주 프리몬트 공장 주차장에서 테슬라 자동차에 탑승한 채 비대면으로 현장 참여했고, 소액주주 대다수는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원격으로 참여한 것이죠. 

테슬라에는 ‘서학 개미’ 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한 수많은 ‘동학 개미’들도 올라타 있는데요.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서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편리하게 회사의 의사 결정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테슬라 주주 중 추첨된 240명만 테슬라 자동차에 탑승한 채 주주총회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매년 3월은 주주총회 시즌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3월이 왔습니다. 

테슬라처럼 거창하게는 아니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하여 이제는 일상화된 Zoom이나 Google Meet을 활용하여 원격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현행법상 원격 주주총회는 불가능합니다. 

상법상 주주총회는 특정한 장소(공간)에서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Zoom이나 Google Meet을 활용해서 주주총회를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올해 3월 삼성전자에서 주주총회 사상 첫 온라인 개최를 한다고 합니다.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고요. 이미 SK텔레콤은 작년부터 실시했습니다. 

원격 주주총회가 현행법상 불가능한데, 기업들의 온라인 주주총회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엄밀히 말해서 위 기업들이 개최하는 온라인 주주총회는 현장 주주총회 없이 인터넷으로만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버츄얼(virtual) 방식이 아니라 현장 주주총회와 인터넷 생중계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서 특정한 장소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함으로써 상법 규정을 준수함과 동시에 이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함으로써 보다 많은 주주들이 주주총회 진행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투표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물론 주주총회 개최 장소에 직접 참여한 주주는 그 자리에서 안건에 대한 정보와 세부 논의 사항을 모두 파악한 후 판단하여 그 자리에서 투표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나 온라인 생중계를 통하여 원격으로 주주총회에 참여한 주주들은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투표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서 주주총회 개최 10일 전부터 회일의 전일까지 의안별로 전자투표를 행사하게 되는 것이죠. 


한국예탁결제원의 주주총회 전자투표시스템. 내 손 안의 주주총회라지만, 주주총회 전날까지만 가능하다는 것이 함정 

즉, 전자투표를 하고자 하는 주주는 온라인 생중계로 주주총회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그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주총회 개최 전날까지 전자투표 행사를 마친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주주총회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전자투표 행사 후에는 의사표시를 철회하거나 변경을 할 수도 없습니다. 

이를 허용하면 회사의 주주총회 업무가 복잡해지거나 업무처리가 지연될 수 있고, 이는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반하기 때문에 상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이죠. 

따라서 전자투표를 마친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주주총회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주주 자신의 입장이 바뀌었더라도 ‘낙장불입’인 것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행하는 온라인 주주총회는 여러분이 상상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을 듯합니다. 

보통 ‘온라인 주주총회’라고 하면 원격으로 주주총회가 진행되면서 의안에 대한 표결 또한 원격으로 실시간 이루어진다고 생각되기 마련이니까요. 


‘디지털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만큼 현장에서 이루어져 온 전통적인 주주총회를 대체하는 버츄얼(virtual) 방식의 온라인 주주총회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술적 준비를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원격 주주총회가 안 된다면, 최대한 비대면으로 하는 방법은 뭘까?


자, 어쨌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Zoom이나 Google Meet을 활용하여 원격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행법의 범위 내에서 가장 원격에 가까운 방법이라도 찾아서 시행해야겠죠?


먼저 주주총회 소집은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려면, 이사회부터 열어야 합니다. 만약 이사가 1~2인이라서 이사회 구성을 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주주총회 소집 결정 권한은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가집니다.

이사회를 소집함에는 회일을 정하고 1주간 전에 각 이사에 대해 소집일자, 장소를 통지해야 함이 원칙인데요. 이사(감사가 있다면 감사 포함) 전원의 동의가 있으면 소집절차를 밟지 않고 언제든지 회의 개최 가능합니다.

또한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는 한 이사회는 이사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수단에 의하여 결의에 참가하는 것도 허용됩니다. 

주주총회와는 달리 Zoom이나 Google Meet을 활용하여 이사회를 개최할 수 있는 거죠. 

다만, 단체 카톡방 등에서의 채팅 등 단순한 문자 회의는 불가능합니다. 

즉, 주주총회 개최 및 안건 결정을 위한 이사회는 이사 전원의 동의를 얻어서 화상 회의로 진행하셔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이사회를 통하여 주주총회 개최를 결정했다면,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해야 하는데요. 

통지는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서면에 의한 통지를 발송하는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주주의 동의가 있을 경우 이메일 등 전자문서에 의한 통지로 갈음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자본금 총액이 10억 원 미만인 회사(이하 ‘소규모 회사’, 자본금은 회사가 발행한 주식 총수에 액면가를 곱하여 산정된 금액. 투자금을 10억 원 이상 받은 경우에도 자본금이 10억 원 미만인 경우라면 해당됨)라면, 주주 전원의 동의를 받아 소집절차도 밟지 않고 주주총회 개최를 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주주총회 날이 다가왔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화상으로 주주총회를 할 수 없으니 특정 장소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게 되는데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직접 참석(비대면 시대에 웬 말?) 

의결권 대리행사(이 경우 위임장 원본을 의결권 행사 전에 주주총회에 제출해야 하고, 대리인이 총회에 참석함. 비대면 시대에 대리인 출석도 웬 말?)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의결권 행사 가능. 단, 정관에 근거 규정이 있어야 가능-없으면 지금이라도 정관 변경하자!)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비용이 상당히 드는 전자투표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니, 대기업만 가능하다고 보면 됨) 

소규모 회사의 경우 주주들이 대면하여 회의하는 것을 생략하고 주주 전원의 의사를 동시에 서면으로 묻는 결의 방식으로서 ‘서면결의’가 가능(예를 들어, '최재윤'을 이사로 선임하자는 안건을 주주들에게 서면으로 돌려가며 순차 동의 얻어내는 방법)


하루빨리 온라인으로 대체된 주주총회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법의 테두리 내에서 가장 원격에 가깝게 주주총회를 하는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큰 틀에서 방법을 선택하시고, 세부 진행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변호사를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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