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에 왜 돈을 쓰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살짝 자기 고백적인 글
우리는 Limited Edition 즉, 한정판에 열광한다.
보통 만원 대부터 10만 원 후반 대 범위 내에서 살 수 있는 아디다스 운동화에 '한정판'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면 100만 원 이상으로 금액이 올라간다. 그리고 그 한정판 운동화를 사기 위해 매장 앞에서 텐트 치고 밤새 기다린다. 아디다스 한정판 운동화를 정말 자신이 신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은 소수일 것이다. 아마도 운동화 마니아로서 수집을 하거나 이를 구입가보다 더욱 비싸게 되팔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그중에서도 후자의 비율이 더 높지 않을까?).
한정판에서 더 나아가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것이라면?
이 질문은 우리가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고흐의 ‘자화상’을 보려고 굳이 프랑스에 가고, 명화를 비싼 값에 사려고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요즘 세상에선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모나리자 등 명화를 볼 수 있고, 출력해서 집에 걸어 놓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직접 가서 보고 사려고 하는 이유는 원본은 오직 하나이기 때문이다.
고흐의 풍경화 '건초더미'는 작년 11월 경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천590만 달러(약 423억 3천300만 원)에 팔렸다.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이지만, 고흐의 몇 안 되는 희귀 '원본' 작품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짜고짜 왜 이 얘기부터 하냐고? 바로 NFT의 개념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NFT는 Nonfungible Token. 해석 그대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형태의 그림, 음악, 게임 아이템 등을 블록체인에 고유한 값을 기록해 토큰화한 것이다.
2021년 3월, 비플(Beeple)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윈켈만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라는 NFT화 된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약 828억 8,0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지금까지 팔린 작품 중 최고가다. 이 일로 전 세계가 놀란 이유는 비플의 작품이 프리다 칼로, 살바도르 달리, 폴 고갱 등 유명화가의 작품보다 비싸게 팔렸기 때문이다.
앞서 일론 머스크 아내 그라임스의 <War Nymph>라는 제목의 디지털 그림 10점은 총 580만 달러(약 67억 3,000만 원)에 낙찰됐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 게시물 <just setting up my twitter>의 소유권도 무려 291만 달러(약 32억 원)에 낙찰되었다. 이 외에도 많은 유명인이 NFT를 고가에 판매하며 이슈가 됐다.
쉽게 생각해서 한정판 아디다스 운동화를 수백만 원에 구입하고 고흐의 원본 작품을 수백억 원에 낙찰받는 것과 같이, 가치가 있다고 사람들이 인정하는 세상 유일무이한 디지털 콘텐츠(그림, 음악 등)를 비싼 값에 구입 또는 낙찰받는 것이다(앞서 본 비플의 작품이 고흐의 작품보다 거의 2배 높은 금액에 낙찰되었는데, 과연 그 낙찰 금액과 실제 가치가 비례하는지는 논외로 한다. NFT 열풍으로 금액에 과도하게 거품이 끼었다는 비판도 많기에).
갸우뚱하다.
아니, 운동화나 그림은 내 돈 주고 사서 실제 물건을 받지 않나. 그런데 NFT화 된 디지털 콘텐츠는 어떻게 받는다는 거지? NFT를 구입하면 이미지가 내 이메일 등으로 전송되는 걸까? 그건 아니다.
실제 물건을 구입하는 개념과는 다르다. 이 부분은 오히려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과 유사하다.
내가 월세도 받고 시세 상승도 기대하며 빚내서 아파트를 매수했다고 치자.
나는 소유자이지만 해당 아파트에 살지는 않는다. 이때 내가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등기부등본이다. 해당 아파트 동호수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그동안의 소유자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고, 최종 소유자는 나로 기록되어 있다.
NFT는 콘텐츠 명, 작가와 작품 정보, 이미지 등 콘텐츠 저장 링크 등의 메타데이터를 블록체인 상에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해당 디지털 콘텐츠를 구입하더라도 콘텐츠를 직접 전송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콘텐츠가 저장된 위치인 링크가 제공될 뿐이다. 그리고 블록체인에 콘텐츠 고유번호를 부여해서 원본임을 증명하도록 한다.
쉽게 말해서 내가 앞서 본 잭 도시의 첫 트윗 NFT를 산다고 해 보자(가능성은 완벽한 0이지만 말이다).
해당 트윗 이미지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와 이미지가 보관된 링크(=앞서 예로 든 아파트의 주소) 및 내가 구입했다는 정보를 블록체인 상에 기록(=아파트 소유권에 대하여 변경등기를 함)하고, 이를 토큰화하여 나의 디지털 지갑으로 전송받아 보관(=변경등기 후 등기권리증을 발급받아 보관-개념이 좀 다르긴 한데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쉬울 듯하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래, 여기까지는 좀 이해가 간다.
그런데 디지털 콘텐츠는 무한 복붙이 가능하지 않는가.
물론 한정판 운동화나 명품, 명화들도 짝퉁이 많다. 그러나 아무리 짝퉁 시장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전문가는 구별할 수 있는 '원본만의 특별한 그 무언가'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복붙 하면 그냥 완전히 똑같은 것 아닌가?
아무리 원본이 증명되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지털 이미지라고 하더라도 그걸 그 비싼 돈 주고 산다고?
결국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인 듯하다. 나도 그랬고.
금전적 가치는 결국 사람들이 결정짓는 것이다.
그렇다고 볼 때, NFT 열풍의 선도를 이끈 소수의 디지털 콘텐츠들, 유명인이 창작한(또는 유명인과 관련된) 디지털 콘텐츠 등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일반적으로 인정될 만한 콘텐츠가 NFT화(이를 '민팅'이라고 한다) 된 것은 금액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미 NFT의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가 NFT화 되었다. 그 각각은 세상 유일무이할지언정 계속 쏟아져 나오는 NFT들에 무슨 가치를 부여해서 돈을 주고 사고파는 것일까?
나는 실제 경험에서 답을 찾았다.
자금의 한계로 인해 위와 같이 이미 어느 정도 가치가 인정된 그야말로 '네임드' NFT에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또는 어렵다. 그리고 이미 금액이 올라버린 NFT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최신 NFT 프로젝트를 엄선하여 투자하는 것이 더욱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판단. 마치 지금의 테슬라 주식을 사는 것보다는(물론 앞으로도 계속 우상향 하겠지만), 앞으로 테슬라와 같이 떡상할 가능성이 보이는 새싹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한달까. 테슬라의 가치를 미리 알고 3년 전에만 투자했어도 수익률은 어마어마했을 테니 말이다.(물론 말이 쉽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전제로서 설명해야 할 것.
NFT가 거래되는 블록체인 생태계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영향력이 가장 크고 널리 이용된다. 그밖에 솔라나(Solana), 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 폴리곤(Matic), 클레이튼(Klaytn), 테라 (Luna) 등의 블록체인 생태계가 있다. NFT를 거래하는 데는 쉽게 말해 수수료와 유사한 개념인 '가스비'가 소요되는데,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가스비는 꽤나 부담스럽다(이유까지 들어가면 길어지기에 생략).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솔라나 블록체인 생태계의 NFT를 주로 거래한다. 가스비의 부담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기 때문(물론 이에 대한 장단점이 있지만 이 또한 길어지기에 생략). 그리고 개인적으로 솔라나 블록체인 생태계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기에(물론 이더리움 블록체인 생태계 또한 성장하겠지만 성장률과 그 속도 면에서 솔라나가 앞설 것이라는 판단-오판일 수 있음 주의). 솔라나 코인으로 재미 좀 봤기에 애정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솔라나 힘내자!).
위와 같이 각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NFT가 발행(=민팅)되고 거래되는데, 현재 각 생태계를 넘나들면서 NFT가 거래되는 단계는 아니다. 마치 옛날에 이동통신사 별로 휴대폰 앞번호가 011, 016, 017, 019로 각 구별되고, 문자는 같은 이동통신사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여기서 구시대 인간임 인증). 하지만 머지않아 모든 이동통신사를 넘나들면서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 것처럼 NFT 또한 각 생태계를 넘나들면서 거래될 날이 머지않을 듯하긴 하다.
약간 길이 샌 것 같다. 다시 바로 잡아보자.
허접한 영어실력으로 다양한 유튜브와 트윗, 디스코드 등을 뒤져가며 솔라나 생태계 내 유망한 NFT 프로젝트를 찾고 또 찾았다. 아예 처음에 들어가지는 않고, 이미지의 퀄리티, 프로젝트 운영진과 NFT 홀더들 간 원활한 소통, 커뮤니티의 활성도, 로드맵에 맞는 진행 내용, 향후 로드맵 그런 것을 볼 수밖에. 사실 내가 뭘 알겠나.
그리하여 몇 개의 초기 프로젝트를 나름 엄선하여 NFT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창피하지만 하나만 공개한다.
프로젝트를 공개할 순 없지만, 대략의 내용은 이렇다.
총 5555개로 한정된 저마다 다른 이미지의 공룡 캐릭터 NFT가 발행되었고, 희귀도에 따라 순위가 다르다. 즉, 5555개의 NFT에 1열로 순위가 매겨지는 것. 그 순위에 따라서 당연히 거래되는 금액 또한 달라진다.
NFT를 보유하는 개수에 따라서 새로 만들어지는 또다른 NFT와 추후 발행되는 토큰이 에어드랍(=무료로 받는 것)된다. 그리고 이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이 만들어지는데 요즘 핫한 P2E(Play to Earn) 게임이라서 그 게임을 통해 추후 발행되는 토큰을 모을 수 있다. 희귀도에 따라서 수익이 다를 거라고 예상된다. 또 NFT 스테이킹(쉽게 말해 잠가놓는다는 개념과 유사하게 보면 될 듯하다)을 통해서도 토큰을 보상받을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NFT를 어디에다 묶어만 두어도 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핫해지면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기에 당연히 5555개 한정인 NFT 자체의 가치도 오를 것이고, 에어드랍 받고, P2E, NFT 스테이킹을 통해 계속 보상받을 토큰의 가치 또한 올라갈 것이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이러한 기대심리로 NFT를 구입하는 것이다.
또한 NFT 보유자는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즉 탈중앙화 자율조직으로 우리나라의 '조합'과 살짝 유사하다고 이해하면 편할 듯하다-이것도 설명하면 길어지니 여기까지)의 구성원의 자격을 얻는다. 그래서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투표권이 있다.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
이렇게 NFT를 보유하면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나처럼 NFT를 보유한 사람들은 해당 프로젝트가 널리 알려져야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똘똘 뭉쳐서 운영진과 소통하고 자발적으로 트윗 등을 통해 프로젝트를 홍보한다. 트윗과 디스코드 프로필 사진을 자신이 구입한 NFT 이미지로 설정해서 내가 산 NFT 캐릭터와 나를 일체화하고, 서로 간에 동지애와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눈부신 성장의 여정을 함께할 동지들이다. 이게 바로 NFT 프로젝트 커뮤니티의 힘이다. 그 커뮤니티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운영진이 신뢰와 희망을 계속 심어줘야 한다. 로드맵 제시와 실제 수행을 통해서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아이들이 모두 잠든 어느 날 밤.
한 NFT 거래소에서 정말 눈이 시뻘게지도록 순위가 높지만 금액은 그리 높지 않은 공룡 NFT를 찾고 또 찾았다. 그리고 n개를 구입했다. 그리 높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사기는 주저스러운 금액이긴 했다.
그렇게 NFT를 구입하고 DAO의 일원이 되면서 나는 투표에도 참여하고, 여러 혜택도 받을 예정이다. 그 기대에 NFT를 사모은다. 물론 내가 투자한 다른 NFT 프로젝트들 또한 내용들이 비슷비슷하다. 그중 뭐 하나는 터져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씨를 뿌려 놓았다.....
새벽까지 NFT를 고르고 구매한 뒤 후련한 마음으로 잠에 든 다음 날,
켜져 있는 노트북 속 공룡 이미지들을 본 내 딸(한국 나이 7살)이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변호사잖아. 변호사가 이런 걸 해? 혹시 나 사주려는 거야? 나 이런 거 안 좋아해."
살짝 자괴감이 밀려왔다. 엄마도 이 나이 먹고 이런 거 모을 줄은 몰랐다.
사실 요즘 딸이 포켓몬 카드에 꽂혀있어서 늘 사달라고 조른다.
시리즈도 쉴 새 없이 나올뿐더러, 같은 팩이라도 희귀 카드 원하는 것이 모두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러니 시리즈 별로 사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같은 팩도 원하는 희귀 카드가 나올 때까지 사야 하는 것.
한 팩당 약 3만 원이니 적은 금액도 아닌데 자꾸 조른다.
희귀 카드가 나와야 친구들 사이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듯했다.
이해는 가지만 한동안 적당히 좀 하라고 나무랐다.
그런데 NFT를 모으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결국 간단히 요약하면 NFT가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사모으는 것이다.
물론 이제 살만큼 샀고, 한동안은 좀 자제할 예정.
씨를 뿌렸으니 당분간은 어떻게 자라나나 지켜보려고 한다.
너무 기대를 하지는 않으면서 말이다.
사실 투자도 투자지만, 관련해서 변호사로서 법률자문도 하고 있기에 생태계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시작하기도 했다. 이미 후자의 목적으로는 크게 도움 받았다는 점에서 투자 결과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더라도 괜찮긴 하다(이렇게 미리 정신승리 밑밥을 깔아놓는다).
이제는 NFT 유행 초기처럼 NFT로 발행되면 다 흥행하는 시기는 지난 듯하다.
NFT 발행 이후 프로젝트 운영진이 투자를 해야 할 이유를 계속 만들어줘야 많은 사람들이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NFT를 구입하고,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프로젝트가 브랜딩&마케팅이 되고(물론 운영진의 적극적인 브랜딩&마케팅 또한 중요하다) 그 결과로써 금전적인 가치 또한 더욱 올라가게 되는 것 같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NFT'라는 단어만 많이 들어봤지, 그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는 듯하여 부끄럽지만 나의 투자기를 통해 왜 사람들이 NFT를 사는지에 대해 정리해봤다.
나의 이 자기 고백적인 글이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반응 봐서 중간 보고도 해볼까 싶다. 아마 빠른 시일 내에는 어렵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