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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일해보니

대기업은 역시 대기업이다

by 재다희

나는 2018년 9월 말부터 캐나다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일을 시작했다. 중간에 잠깐 퇴사를 해서 4개월 정도 공백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2020년 8월 말까지 약 1년 반 이상을 캐나다 스타벅스에 몸 담았었다.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좋은 일도 많았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스타벅스를 좋아한다. 바리스타가 되고 나서 스타벅스만의 분위기와 감성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한국에 와서도 내가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 이유기도 하다. 바리스타가 되기 전에는 스타벅스보다는 이디야나 다른 카페를 자주 찾아갔었는데, 이제는 스타벅스를 먼저 찾아가 보곤 한다. 바리스타로서 스타벅스의 감성도 좋았지만 더욱 맘에 들었던 것은 또 있었다.



바로 스타벅스 파트너 복지(Partner Benefit)


캐나다 스타벅스 오퍼 레터(Offer Letter)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캐나다에서도 스타벅스는 북미 전체를 아우르는 대기업이다. 그리고 커피 음료 기업들 중에서도 특이할만한 점은 바로 모든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스타벅스 매장에는 사장이 아니라 점장, 즉 스토어 매니저(Store Manager)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리점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바리스타도 스타벅스 파트너로 파트타임일지라도 모두 정규 직원으로 취급하며 기본적인 파트너 복지는 모두 제공받을 수 있다. 이 점이 매우 매우 좋다! 그래서 이 파트너 복지를 중점으로 캐나다 스타벅스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가 보겠다. 스타벅스 복지를 받으면서 느꼈던 점은,



역시 대기업은 대기업이구나.







"파트너는 모든 음료가 공짜! 단 일하는 날에만!"


스타벅스 파트너는 근무하는 날에는 모든 음료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 그것을 파트너 음료(Partner Beverage)라고 하는데 원칙상 근무 전, 근무 중 휴식, 그리고 퇴근할 때 3번까지 먹을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점은 바로 어떤 음료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레시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스타벅스는 기본 레시피 말고 소비자가 직접 재료들을 가지고 레시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인터넷에 보면 특이한 이름과 함께 스타벅스 레시피가 검색되곤 하는데 이 레시피들이 바로 소비자가 직접 만든 레시피이다. 나 역시 레시피를 만들어 먹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주로 식사 대용으로 먹었는데 이것만 해도 나름 밥값을 아낄 수 있어서 쏠쏠했다. 기본 음료도 많이 먹었는데 덕분에 스타벅스에서 파는 커피란 커피는 모두 맛볼 수 있었다.


얼음 적게 넣는 음료를 좋아함




"의료 보험도 제공해주는 스타벅스"


캐나다 스타벅스는 파트너들에게 급여의 일정 부분을 가져가는 대신 의료 보험을 제공해준다. 캐나다 의료 서비스는 대부분 국민 의료 보험이 되지만 일부 서비스는 국민 의료 보험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치과, 안과, 피부과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개인 의료 보험을 등록하거나, 회사 건강 보험을 이용하여 보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캐나다 스타벅스 역시 회사 보험으로 파트너들에게 의료 보험을 제공한다. 특히 나 같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너무 큰 혜택이었는데,



당시 내가 캐나다 국민의료 보험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외국인 근로자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혜택이다. 워홀러나 취업 비자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보험 서비스를 받으려면 1년에 최소 30만 원은 지출을 해야 한다. 나도 토론토에 오기 전에 한국에서 개인 의료 보험을 신청했는데 이 가격이 약 40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니 이 의료 보험 혜택만 받아도 1년에 몇 십만 원을 절약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의료 보험이 있다는 사실이 캐나다 생활에 꽤 안정감을 준 점도 있다.




"힘든 점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혜택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든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체력적으로 힘든 점이 있었다. 내가 일했던 가게는 큰 비즈니스 빌딩 안에 있었기 때문에 직장인 손님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특히 여름은 캐나다 전체가 성수기라서 평소보다 몇 배나 많은 손님들을 상대해야 해서 체력이 매우 중요했다. 그 유명한 해피아워를 하는 날에는 손님들의 수가 절정에 달했었는데,



30분 동안 음료 100잔을 만든 적도 있었다.


그 와중에 손님들 문의도 들어주고 해야 해서 어마어마 정신이 없을 때가 많았다. 영어로 소통하는 점은 오히려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영어를 못하는 편도 아니었고, 일할 때 쓰는 영어는 금방 익숙해지고 또 표현이 한정되어 있어서 대체로 쉬운 편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일했던 가게에서는 동료들과 분위기도 매우 좋았었다.



하지만 결국 고객 서비스 업종이다 보니 몸이 힘든 날에도 항상 웃고 있어야 한다는 점, 가끔씩 찾아오는 진상 손님들이 주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고생하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일은 나에게 전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게 되었다.



서비스업에서 어떻게 문제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지
대처하는 방법도 배웠고 말이다.


내성으로 다져졌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아 지칠 때마다 절친한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스트레스를 잘 풀어야 다음에 근무할 때도 그나마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스트레스를 묵혀두지 말고 잘 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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