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 여행기 2편
몬트리올 여행의 첫날이 끝나고 우리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런데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치가 않았다. 첫날에도 날씨가 매우 흐리고 눈비가 올 수 있다는 일기예보를 봤었는데 아마 그 눈비가 둘째 날에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우산은 챙겨 와서 비는 피할 수 있었지만 만약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일단은 친구들이 알아놓은 브런치 카페가 있어서 브런치를 먼저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갔던 브런치 카페는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카페로 보였다. 내부 인테리어도 딱 80-90년대 서양 영화에서 나오는 가게 스타일에 컨추리 스타일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손님들 중에서도 나이가 있으신 어르신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단순히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커피도 마시면서 같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물론 전부 프랑스어라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가 참 여유롭고, 장소가 옛날 느낌을 풍기는 가게이다 보니 더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베이글 브런치 맛집이라 해서 베이글과 샌드위치 위주로 주문을 했는데 타지에서 먹는 거라 그런지 더 맛이 나고 고소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물도 따로 주문을 했어야 했는데 이건 아마 퀘벡 주 자체가 다른 주들과는 다르게 미국식 문화보다는 유럽권 문화가 강하게 스며들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참고로 유럽 식당에서는 물도 따로 주문을 하고 돈을 내야 한다. 베이글과 샌드위치를 후딱 먹어버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상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눈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는 비가 오지 않으면 브런치 후 상점들이 있는 시내를 돌아보려고 했었다. 몬트리올 상점들이 있는 거리가 유럽식이어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친구들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비가 오는 바람에 결국 모든 일정은 전부 취소됐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그냥 맥주 사서 방에서 넷플릭스나 보자
이렇게 의견을 냈고 친구들도 모두 좋다고 동의해줬다. 우리가 당장 몬트리올에서 차를 렌트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렌트를 한다 해도 눈비가 쏟아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고가 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내일을 기약하고 둘째 날은 방에서 보내기로 했다. 근처 맛집을 찾아내서 저녁때 먹을 음식들을 포장하고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틀고 영화를 봤는데 과연 마블 광팬들답게 마블 시리즈의 모든 영화들을 정주행 하기로 했다. '아이언맨 1'부터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까지 말이다.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친구들과 맥주와 음식을 곁들이면서 영화를 봤다. 사실 몬트리올까지 왔는데 숙소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게 많이 아쉽기는 했다. 앞으로 바빠질 생활을 생각하면 여행을 올 기회가 별로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친구들이 해준 말이 참 좋았는데,
어차피 여행은 마음 편히 즐기고 가려는 거니까
이렇게 같이 편히 쉬는 것도 참 좋다.
여행을 가게 되면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지는 법이다. 특히 먼 곳으로 여행할수록 더욱 그런 법인데 언제 다시 올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왔을 때 최대한 많이 가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여행의 목적이 새로운 경험뿐만 아니라 일상에 지친 나를 쉬게 하려는 점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여행을 하면서 체력이 달리고 지친다면 하루 정도는 이렇게 맘 놓고 푹 쉬는 것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셋째 날에는 날씨는 흐렸지만 눈비는 하나도 오지 않았었다. 드디어 유럽 스타일이라는 몬트리올 시내로 가기로 했다. 유럽식 건물이라 하면 다들 어떤 건물들이 떠오르는가? 보통 고딕 양식 같이 성벽 같은 디자인을 한 건물들이 많이 떠오를 것이다. 토론토 다운타운에도 그런 건물들이 제법 많지만, 업타운과 미드 타운 일부에는 현대식 고층 빌딩 건물들이 훨씬 많다. 반면 몬트리올에는 유럽식 건물들이 많았는데, 상점 거리에 있는 건물들도 마찬가지였고 고층보다는 비교적 저층이나 단층 건물들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몬트리올 시내가 주는 분위기는 토론토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유럽 스타일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막상 시내에 도착하니 배가 먼저 고파지기 시작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먼저 배부터 채우고 난 후에 시내 거리를 돌아다니기로 결정했다. 이 날은 주말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어느 식당을 가던 대기줄이 꽤 길었다. 브런치 카페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꽉 차서 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려서 먹게 된 브런치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우리 뒤에도 사람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여유 있게 식사를 하지는 못했다.
대신 디저트를 먹으러 간 카페에서 실컷 여유를 즐기면서 당 충전을 즐길 수 있었다. 이때 먹은 디저트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와플에 과일과 생크림, 아이스크림을 잔뜩 얹은 그야말로 당분 폭탄 디저트였다. 평소 같으면 체중 조절을 위해 먹지 않겠지만 난 여행을 온몸이기에 과감하게 이 메뉴를 선택했다. 그리고 커피는 역시 한국인의 아메리카노! 와플이 도착하고 한 입 베어 먹은 순간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단 맛에 취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어쩌다 한 번씩은 이렇게 단 음식을 먹어줘야 사람이 스트레스가 잘 풀리는 것 같다.
깔끔하게 당 충전도 했겠다. 본격적으로 시내를 걸어보라고 했다. 나는 여행을 가면 항상 시내를 구경하면서 그 지역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들어 보고 싶어 하는 취향이다. 그 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느낌을 받으면서 사는지 몸소 체험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토론토와 다른 캐나다 안의 유럽 스타일에 흥미를 느끼고 있을 때쯤 재밌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주말에는 대부분 가게가 다 저녁 7시면 닫네??
친구들이 말해주길 프랑스 문화가 주말 저녁에는 가족들과 다 함께 보내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에, 그 문화의 영향을 받은 몬트리올도 웬만한 가게들은 주말에는 7시면 다 닫는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토론토뿐만 아니라 한국 생각도 많이 났었다. 토론토의 가게들은 주말이라도 저녁 7시에 닫는 일은 거의 없다. 한국은 밤이 없는 나라이니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지역과 나라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몬트리올의 문화가 절대적으로 더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쁘게 살더라도 조금이라도 여유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여유 있게 살면서 나 자신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니까 말이다.
3일간의 몬트리올 여행이 끝나고 우리는 기차역으로 다시 돌아와 토론토로 가는 기차 편에 몸을 실었다. 3일간의 여행이 참 눈 깜빡할 사이에 훅 지나가 버렸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특히나 나에게는 새로운 직장이라는 또 다른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만약 해외에 어학연수나 워킹 홀리데이를 간다고 하면 여행은 최소한 한 번 정도는 꼭 가보라고 권장한다. 내가 지내는 곳에서만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그 환경에 금방 익숙해져 버리지만 여행을 떠나게 되면 또 다른 문화와 환경에 자극을 받고 시야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뒤돌아 생각해보면 친구들과 함께 떠난 이 몬트리올 여행이 나에게 정말 큰 선물이자 추억이다. 출퇴근 걱정 없던 여행이었고 지인과 함께 떠난 첫 여행이었기 때문인 이유도 있지만, 이 여행 이후로 캐나다에서 단 한 번의 여행 없이 한국으로 귀국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귀국 전에 여행을 떠날 계획은 있었다. 여행을 위해 돈을 모아놓기도 했었다. 어디로 여행을 가야 하나 계획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저축을 했었지만,
다만 그때는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어떤 일이 터질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귀국한 지금도 여행을 한 번 더 가지 못한 게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만약 여러분이 여행에 대해 망설이고 주저하고 있다면 난 과감하게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여행과 그 경험들은 절대 여러분을 실망시키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