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트리올 여행기 1편
캐나다 신한은행에 합격하고 나서 스타벅스 가게는 퇴사했다. 사실 캐나다에서 투잡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입사하고 나서 3개월 간의 수습 기간이 지나고 평가를 받고 나서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만약 수습 기간 내에 부적합 결정을 받으면 채용이 취소된다. 때문에 어렵게 잡은 기회인 만큼 더욱 수습 기간 때 새 직장과 직무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스타벅스는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퇴사 날보다 약 3주 전에 매니저에게 퇴사 통보를 했고, 퇴사 후 첫 출근까지 약 1주일 정도 시간이 남아있었다. 이 일주일이라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친구들과 퀘벡 주의 도시 몬트리올로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캐나다에서 여행은 처음이었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친구들이 나보다 더 행동력이 좋은 사람들이어서 내가 첫 출근을 준비하는 동안 숙소와 열차 편을 모두 알아봐 줘서 더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여행 당일이 되었고,
그렇게 캐나다에서 첫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토론토에서 몬트리올까지는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다. VIA Rail 기차 편으로 출발하면 몬트리올까지 약 5시간이 걸리는데 이 기차 편도 친구들이 예약해줬다. 몬트리올에 점심때쯤 도착하고자 했기 때문에 우리는 새벽 아침 6시에 만나 Union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기로 했다. 캐나다에서도 처음 기차를 탔었는데, 기차가 주는 그 분위기와 느낌이 여행을 떠난다는 기대감을 더 크게 만들어줬던 것 같다. 노래를 틀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머릿속에서 온갖 여행 노래들이 떠오르고 휘파람이 절로 나오는 우리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여행에 마음이 두근두근 들떠있었다.
기내식을 먹고 바깥 경치를 구경하고 낮잠을 자다 보니 5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어느새 우리는 몬트리올에 도착해있었다.
가장 먼저 느껴졌던 것은 확실히 공기가 다르다는 거였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확실히 뭔가 공기의 냄새라던가 분위기라던가 토론토와 몬트리올은 많이 달랐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은 프랑스어가 주 언어라는 점이었다. 캐나다라는 나라가 영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어지만 보통 '영어 - 프랑스어'식으로 영어가 주 생활 언어이다. 하지만 퀘벡 주는 온타리오나 밴쿠버 같은 다른 주들과는 다르게 프랑스어가 주 언어이므로 모든 면에서 프랑스어가 그 우선권을 차지한다. 모든 안내 화면은 불어로 먼저 설명이 되고 영어는 따로 선택을 해야 한다. 캐나다 안에 또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먼저 우리는 숙소에 가기로 했고 걸어서 약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에 조금 서두르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이른 점심이었다. 다행히 크게 허기는 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있을 때 몬트리올 시내로 가보기로 했다.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몬트리올에 있는 유명 대학인 맥길 대학교(McGil University) 구경을 가보기로 했다.
맥길 대학교는 캐나다 전통의 명문 대학교로 캐나다의 하버드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유명한 대학교다. 이 때문인지 미국에서도 맥길 대학교는 꽤나 유명하다고 한다. 맥길 대학교 캠퍼스가 엄청 크기 때문에 다 둘러보지는 못했고 이렇게 입구 주변에 있는 건물들을 위주로 산책을 했는데 현대 건물과 중세 성 같은 건물을 혼합해놓은 캠퍼스가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맥길 대학교의 표어인데 그것은 바로,
Grandescunt aucta labore
모든 것은 노력으로써 성장하고 번창한다
지금의 내가 추구하는 거랑 너무나 딱 들어맞는 표어이다. 맥길 대학교 산책 후에는 친구들 중 한 명이 아주 특별한 제안을 했다. 그것은 바로,
어벤저스 엔드게임 보러 가자!!
여행지에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사실 상상도 한 적 없었다. 보통은 맛집을 가거나 아니면 주변 관광지나 시내를 둘러보는 게 일반적이니까 말이다. 평소 같으면 고민해보겠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흔쾌히 저 제안에 동의했다. 왜냐하면 그 날이 바로 어벤저스 엔드게임의 개봉일이었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은 마블의 광팬이었고, 나 역시 광팬까지는 아니어도 어벤저스 시리즈는 항상 챙겨봤었기 때문에 절대로 이 날을 그냥 보낼 수가 없었다. 숙소에서 간단히 저녁을 챙겨 먹은 우리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어벤저스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Cineplex 영화관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 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으로 모이고 있었다.
어벤저스 마지막 시리즈의 개봉일이라 엄청난 인파가 영화관에 모여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었고 이 날 나는,
해외 사람들의 혼신의 리액션 현장을 온몸으로 느꼈다.
중요한 장면들이 터질 때마다 사람들의 웃음과 비명 소리는 영화관을 가득 채웠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가 묠니르를 들어서 던졌을 때와 마지막 결전을 위해 서로에게 돌격할 때는 모두가 어벤저스인 것처럼 환호성과 패기, 기합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어느새 나도 그 사람들과 같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가 내려갈 때는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렀다. 장장 10년의 대서사시의 끝을 장식하는 영화이니만큼 떠나보내기 아쉬운 사람들이 참 많았을 거다. 마블 광팬인 내 친구들도 조금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영화관을 나오고 나서도 사람들은 온통 어벤저스 얘기뿐이었다. 확실히 영화가 그 영향력 있는 마블의 영화인만큼 여운이 쉽게 가시진 않았나 보다. 그리고 내 친구는 나중에 혼자서 한 번 또 보러 간다고 했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고 우리는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더 곁들인 후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몬트리올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우당탕탕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