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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다희 Dec 14. 2020

직장인이 되고 나서야 보이기 시작한 것들

캐나다 사회초년생 직장인의 글

새로운 직장에 취직이 되고 나서는 한동안 매우 정신이 없었었다. 3일 동안 본사에 가서 직원 연수를 받아야 했고, 지점에 첫 출근한 후에는 같이 일할 동료 직원분들과 지점 분위기를 알아가야 했고, 현장 실무를 배우느라 매 순간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3개월 수습기간을 정해둔 조건부 채용이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이기도 했었다. 



한국 채용 시장도 요즘은 이 3개월 수습기간을 기본으로 채용하는 문화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수습기간이라는 게 단순히 일을 가르치고 배우는 기간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이 사람이 업무 적합성이 잘 맞는 사람인지, 회사 구성원으로서 잘 맞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기간인데, 만약 이 기간 안에 부적합 판단이 내려지면 회사는 채용자를 바로 해고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노동권이 강해서 수습 기간 이후에 해고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이 수습 기간이 회사가 유연하게 해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라 여겨진다.



때문에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난 무조건 열심히 밝게 회사생활을 해나갔고, 다행히도 수습 기간을 무사히 통과하여 정규직 직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학생에서, 아르바이트생에서, 직장인으로 성장하면서 그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돈 모으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구나"


나의 연봉은 솔직히 적은 편은 아니었다. 캐나다 달러로 약 3만 2천 달러였는데, 편하게 생각하면 한국 원화로 3천2백만 원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이 정도면 딱 사회초년생이 받을 수 있는 평균적인 연봉이다. 하지만 한국과 캐나다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세금과 생활물가


캐나다에서 직장인은 일반적으로 월급이 아니라 2 주급을 받는다. 이 2 주급을 받을 때 세금을 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봉급으로 주는데, 세금을 내는 항목은 소득세(Income Tax), 캐나다 국민연금(Canada Pension Plan) 등등이었는데 이런저런 게 세금으로 빠지고 난 후 실수령액은 한 달에 200만 원 정도였다. 세율 자체도 한국 소득세율보다 높았고, 그러다 보니 연봉과 실수령액의 괴리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덤으로 생활 물가도 상당히 비싼 편인데, 일단 방세와 핸드폰 요금, 외식값은 말할 것도 없었고, 식료품 가격도 외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할 뿐이지 한국과 비교했을 때 훨씬 싸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대중교통도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 탈 때마다 약 3.25 달러를 내야 했는데 한국 원화로 3천 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교통비는 한 달에 약 12만 원 정도가 지출됐었다.



직장 월급만으로는 한 달에 겨우 짜내 봐야 50만 원 겨우 모을 수 있었고, 어쩌다가 기분을 좀 내서 지인들과 몇 번 노는 날에는 30만 원 정도를 모을 수 있었다. 직장만 구하면 돈을 여유 있게 모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저축을 너무 쉽게 여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 그렇게 고생하는데도 받는 월급이 적은 것에 무엇인가 자꾸 갈증을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투잡을 할 결심을 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그날따라 항상 가족을 위해 한 직장에만 30년을 다니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기도 했다. 저축이라는 게 이렇게 힘들었다니.




"능력도 중요하지만 근본은 인성과 태도인 것 같다."


내가 소속된 지점은 나이 때가 다양했는데 그중에서도 장년층 직원분들이 많은 지점이었다. 나는 그 안에서도 수신 창구에서 일했었기 때문에 수신 책임자인 지점 과장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할 일이 많았었다. 어느 날 지점 내에서 회식을 하게 된 일이 있었는데 이런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인성이나 태도는 좀 별로인데 일을 잘하는 사람 
vs
일은 좀 못해도 인성과 태도는 완벽한 사람


이 말이 나오자마자 과장님은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인성과 태도가 좋은 사람을 선택하셨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과장님 말씀하시길,



일 못해도 사람이 좋으면 내가 가르치면서 데리고 키워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인성과 태도가 안 좋으면 조직 분위기도 흐려지고
결국 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되어있다.


그러더니 모든 직원들이 이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이 말을 듣고 '일 못하는 대신 착하게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지라는 것은 아니다. 일단 직장에 소속되어 있으니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우리가 어떠한 일을 함에 있어서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진 않을까? 수습 기간 때에도 과장님이 나에게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나는 시키는 일이 있으면 '못한다'나 '안된다'보다는 일단 한 번 시도해본다는 점, 웬만한 일에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항상 밝다는 점, 그리고 일을 빨리 배운다는 점이었다.



그때 당시 나의 마음가짐이 '수습 기간 탈락은 있을 수 없다!!'라는 전투적인 마인드였고, 스타벅스에서 겪은 산전수전 스토리들로 정신적 내성이 단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밝고 적극적인 에너지가 마구 풍겨 나오던 때였다. 그리고 업무 지식은 퇴근하고 나서 계속 공부하면서 습득했던지라 2달 정도 되었을 때 기본적인 업무는 혼자서 할 수 있었다. 이때 나의 이미지가 과장님에게 밝고 예의 바르면서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으로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회사 내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비결은 따로 있는 것 같지가 않다. 결국에 그 근본은 인성과 태도인 것이다.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고 적응하여 사회성을 발휘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게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때일수록 잊지 말자. 



언제나 인성과 태도가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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