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파트타임 알바를 구해야겠어

캐나다 피자집 구직 후기

by 재다희

캐나다 칼리지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파트타임을 새로 구하게 되었다. 인턴십이 무급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수입이 없었고, 생활비를 집에서 받고 있었지만 뭔가 아무런 수입 없이 지내기에는 너무 싫었었다. 그래서 낮에는 인턴 근무, 퇴근 후에는 파트타임 알바를 하기로 결정했다. 아마 이 때부터 나의 N잡 생활 기질이 발휘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내가 사는 도시는 정말 작은 소도시였다. 그 말은 즉,


알바 구직의 길이 너무나도 힘들었다는 뜻이다.

20170601_160608.jpg 뽑긴 하지만 그건 우리 맘이란다


"레쥬메 100장을 돌렸는데 대체 왜?!"


파트타임 알바를 구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나는 호기롭게 영어 레쥬메를 뽑으러 학교로 갔다. 학교 도서관에서 일정 금액을 충전하고 싸게 인쇄를 할 수 있었는데, 이 때 아마 거의 다 합해서 100장의 레쥬메를 인쇄했던 것 같다. 한 번 갈 때마다 20장씩 뽑았으니까. 그리고 그 레쥬메를 가지고 학교 근처 쇼핑몰, 식당, 가게 등등 걸어서 갈 수 있을만한 곳은 다 돌아다니면서 레쥬메를 뿌렸다. 그 때 방문했던 곳들을 나열해보자면,



카페(개인 카페, 프렌차이즈 카페 등)

은행 지점

각종 리테일 가게(신발, 찻잎, 핸드폰, 와인, 팝콘, 식자재, 옷가게 등등)

달러 스토어

드럭 스토어

대형 마트(월마트, Loblaw, 중고마트 등)



대략적으로 종류별로 묶으면 이 정도인데 물론 이거보다는 훨씬 많은 가게를 돌아다녔다. 연락이 오지 않아도 한 번만 들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레쥬메를 들고 몇 번이고 매니저를 만나러 찾아갔다. 그 때문인지 어떤 가게에서는 아예 '오늘 또 왔어?' 이러면서 수다를 떨고 나온 적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100장을 넘게 레쥬메를 돌리고 있던 나를 보게 되었다. 그 때 당시 나는 너무나도 돈을 벌고 싶었고,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게 미안해서 더 악착같았다. 신발 밑창이 다 떨어져 나갈 정도로 걸어다녔으니 말이다. 그 덕분인지 몇몇 가게에서는 인터뷰까지 진행을 했었다. 와인 가게나 핸드폰 가게에서 인터뷰를 봤는데 아쉽게도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너 지금 일 구하고 있니?"


그러다가 어느날 학교 내에서 5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마침 국제처에서도 국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 지원자를 뽑고 있었는데 인턴십을 하고 있던 나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그 날짜에 아무런 스케줄도 없었기 때문에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고, 행사장에서 나는 'Coat-Checker(손님들 외투 보관 담당)'라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물론 당연히 코트만 보관했던 것은 아니다. 밝게 인사하고, 건물 내 위치를 미리 파악하여 동선 안내도 하고, 행사 마지막까지 코트 보관을 철저히 하여 손님들이 안심하고 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행사 마짐가에 손님 한 분에게 코트를 돌려드리면서 잠시 수다를 떨었는데 이 사람이 한국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내가 살던 소도시에서는 한국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Korea라고 하면 North Korea가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데다가 한국에 여행도 갔었다는 것 아닌가! 너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말이 많아졌었다. 그렇게 짧지만 즐거운 대화를 나눈 후, 그 손님이 나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너 지금 일 구하고 있니?

당연히 직장이 없었기에 나는 없다고 얘기했다. 구하고는 있는데 도시가 너무 작아 일자리가 많이 없다고 말하면서. 그러더니 자기가 리테일 피자 프렌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가게에 가서 지원하라고 권해주었다! 심지어 자기 이름과 연락처까지 주면서! 캐나다에서 구직하는 방법 중에 인맥 네트워크 방법이 있었는데 이게 이렇게 통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너무나도 기뻤던 나는 다음날 바로 그 가게로 가서 레쥬메를 제출하였고, 며칠 후 간략한 인터뷰와 함께 그 자리에서 바로 채용되었다. 정말 운과 타이밍, 그리고 정성이 더해져서 만든 나름대로의 값진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