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내디언 가족들과의 저녁식사
내가 살던 첫 도시 사니아는 참 작은 도시이다. 그래서 이웃들끼리 정말 친한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많았고, 서로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캐나다에서 저녁식사에 초대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친분이 있거나, 더 알아가고 싶고, 그 사람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뜻이다. 절대 아무나 저녁식사에 초대하지 않는다. 사니아에 있을 때 캐내디언들에게 저녁식사에 몇 번 정식으로 초대받았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초대는 바로 홈스테이 호스트 지인의 초대와 영어 스피킹을 도와주던 버디(Buddy)의 초대였다.
두 번의 초대 모두 너무 만족스러웠다. 홈스테이 호스트 지인의 초대를 받았을 때 너무나도 큰 환대를 받았었다. 애피타이저로 시작해서 메인 메뉴였던 치즈 퐁듀, 캐나다에 가면 꼭 마셔야 한다는 아이스와인, 그리고 아이스크림 디저트까지 완전 풀코스로 대접받았다. 버디의 초대를 받았을 때는 그 친구의 온 가족이 나와서 나를 환영해주었고, 저녁식사도 같이하고 함께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버디의 저녁식사에는 딸 세 자매와 함께 했었는데, 이 아이들이 말도 너무 예쁘게 하고 나에게 호기심이 많았어서 너무나도 귀엽고 인형 같았다.
그렇게 음식도 풍족하고 따뜻한 마음도 풍족했던 캐나다의 저녁식사 초대가 끝났다. 이것 말고도 몇 번의 초대가 더 있었지만 이 두 번의 저녁식사가 더욱 좋았던 이유는 바로
외지인도 정말 이웃같이 대해준 그 따뜻함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그들에게서 소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정과 인심을 느낄 수가 있었다. 토론토라는 대도시로 이사 간 후에도 초대가 있었지만, 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의 저녁식사가 유독 더 기억에 남는다.
지금 그때를 되돌아보면서 생각해보니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이렇게 서로 저녁식사에 초대를 하며 정을 나눴었는지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하지만 그런 적이 아예 없었다.
지인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만나고 보냈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를 초대하거나 집에 누군가를 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캐나다와 한국의 문화 차이라는 것도 있고, 나 혼자 사는 집이 아닌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저녁식사 초대를 받고 난 후, 생각이 약간은 달라진 것 같다.
자취를 하게 되면, 지인들을 초대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많이는 아니더라도 1년에 몇 번 정도, 가끔씩은 친구들과 지인들을 초대해서 다 함께 저녁을 즐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른 직장을 잡거나 독립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 생겨야 한다. 어느새 더욱 열심히 일을 하기 위한 목표이자 동기부여가 되어 있었다. 단순히 친구들과 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때 느꼈던 따뜻한 정을 나도 나눠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