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학기의 시작
캐나다 칼리지에서의 첫 학기가 시작했다. 시간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너무나도 친절하게도 학교에서 알아서 다 짜줬다. 캐나다 칼리지의 경우에는 학기당 교과목과 그에 맞는 시간표를 학교에서 다 알아서 짜준다. 한국 대학교처럼 학생이 일일이 과목을 찾고, 시간표에 맞춰서 넣고 그러는 수고스러운 일은 안 해도 된다. 아 물론, 여기서도 오리엔테이션 수업을 듣고 바꾸고 싶다면 학교에 문의해서 바꿀 수는 있다. 그럴 때는 본인이 직접 교수와 상의도 해야 한다. 아무튼 첫 학기 시간표를 받은 나는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의아함이었다.
어학연수로 온 것이기 때문에, 영어 듣기와 말하기, 문법, 쓰기 과목이 있는 것은 당연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과목들만 들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나머지 과목들에 컴퓨터 실무, Job-Search, 인간관계론이 배정되어 있었다. 참고로 컴퓨터와 Job-Search 과목은 해당 칼리지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은 필수로 듣게 되어있는 과목이다. 컴활같이 컴퓨터 기본 이론과 기본 활용법을 가르치고, Job-Search에서는 영어 레쥬메와 커버레터, 링크드인, 채용공고 검색, 면접 노하우 등을 가르친다. 그래서 의아함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정말 캐나다 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듣는다고?
일단 시간표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했고, '이 과목들을 정말 다 같이 들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고, '이 학교는 커리큘럼이 특이하네'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학연수 전용이 아닌, 캐나다 칼리지의 실제 대학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매우 기대됐었다. 과연 내가 그 사람들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수업을 완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영어수업들은 어땠을까? 영어 수업들의 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모두 캐나다인 교수에 수업도 영어로 진행되었고, 한국에서 영어를 배울 때보다는 확실히 뭔가 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교수님에게 가서 1대 1로 질문도 많이 했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아마 수업 중 그룹 Activity가 아니었나 싶다. 그날 배웠던 내용들을 배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룹을 맺고 그 활동들을 통해서 몸으로 체화시켜나가는 과정들이 참 좋았다. Acitivity를 하면서 참 이런 수업 콘텐츠들을 짜내기 위해 교수님들이 얼마나 고민하고 고민하는지 느끼게 되는 부분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학생들이 대부분 한국, 중국, 베트남 그리고 멕시코 국적이라 우리끼리 영어 하는 게 완전히 매끄럽게 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교수님들도 다른 과목 학생 인터뷰하기, 같이 사진 찍기 등등 교실 밖 Activity를 더욱 많이 시키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영어 수업이니까 비영어권 학생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거겠지. 영어 수업에서는 최대한 교수님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가르치는 내용보다는 Activity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배운 영어 공부가 현지 학생들 전공과목에서 같이 그룹 과제를 할 때 빛을 발했다. 무엇보다 현지 학생들과 다른 국제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게 너무 재밌었고, 실제로도 그룹 과제를 할 때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가장 재미있었던 수업은 인간관계론이었다. 인간관계론 수업에서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론과 현상들을 배웠는데, 일단 교수님이 너무 좋았다. 50~60대 정도 되시는 영국계 백인 아저씨 교수님이었는데 항상 에너지가 넘치셨다. 목소리에 힘이 있었고, 항상 웃고, 긍정적이고,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언제나 성실하게 피드백해주셨다. 무엇보다 질문을 할 때 교수 대 학생이기보다는, 사람 대 사람으로서 진중하게 피드백해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나중에 내가 뭔가를 가르친다는 입장이 된다면 이런 모습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업 진행 방식은 그룹 활동을 기본으로 진행되었고, 이론 습득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팀원들 및 다른 팀들과 토론을 하면서 교수님이 피드백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항상 팀원들과의 의사소통은 필수였고, 그룹 과제를 할 때에는 토론을 하면서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등 그야말로 내가 원하던 수업이었다.
팀원들과의 사이도 굉장히 좋았다. 나이 때도 굉장히 다양했는데 가장 어린 18살부터 많게는 30대까지 있었다. 나는 당시 딱 중간 정도인 26살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팀은 다양한 연령대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들로 항상 흥미로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었다. 물론 전부 다 영어로 얘기했었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계속 영어 공부도 하고 팀원들에게 계속 물어보면서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나 때문에 계속 설명해주는 게 많이 귀찮았을 것 같다. 그만큼 많이 고맙기도 하다.
그렇게 첫 학기는 바쁘게 그리고 너무 재밌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