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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니제 Dec 24. 2018

마닐라에서 생긴 일 - 2

"아니, 반나절만 일하면 된다며..."

오피스에서 하는 일 외에도 중요한 업무가 몇 가지 더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공항 픽업"이다.


새로운 학생들이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하게 되면, 어학원에서는 공항으로 픽업을 나가게 되어있다. 지역 특성상,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걱정들이 적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왜 그렇게들 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어학연수 하기에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그렇겠쥬?)


필리핀은 한국인 교민이 10만명에 이르고, 연간 100만명의 한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나라인 만큼 한인 관련 사건사고도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필자가 근무하던 당시에도 두 세차례의 한국 교민 및 관광객 피살 사건이 발생했었다). 총기 소지가 가능한데다 마약, 도박, 매춘등으로 잘 알려진 개발도상국이기에 따를 수 있는 위협들이라고 생각한다(지극히 개인적인 뇌피셜입니다). 그 중에서도 마닐라는 세부나, 보라카이 같은 관광지들에 비해 조금 더... 무시무시한 느낌이다.


현재, 외교부에서도 필리핀 마닐라 지역을 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공항픽업은 대부분 평일/주말, 낮/밤이 따로 없으나, 주로 야간에 이루어진다. 왜냐면, 한국에서 마닐라로 들어오는 항공사들의 스케쥴이 대부분 야간에 편성되어 있기 때문. 그말인 즉, 잠 잘시간에 공항에 나가있어야 한다는 소리... 물론 그렇다고 나중에 늦게 출근을 한다거나 하는 룰은 없다. 그래서 매 번 공항 픽업 스케쥴을 짜면서도 제발 주말 야간은 안걸리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주말 야간에 픽업을 가면, 주말에 쉬지도 놀지도 못하고 공항에 붙잡혀 있어야 한다.)



주말/주간 공항 픽업 나가는 길. 일본인 학생들이 각각 다른 터미널로 입국하게 되어 픽업 지원을 나갔다

공항 픽업은 드라이버 1명과 동행하여 나간다.

출발과 동시해 봉착하는 첫 번째 문제는 교통체증이다. 어학원에서 마닐라 공항까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다. 새벽엔 30분만에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낮이나 저녁시간에는 최소 2시간을 잡아야 하고, 한 밤 중에도 한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한국 명절 귀성길 느낌이다. 






공항 픽업을 나갈 때는 작은 플래카드와 함께 도착하는 학생의 이름을 프린트해서 가져간다. 그리고 비행기가 착륙하기 전 게이트에 미리 나가, 플래카드와 이름표를 잘 보이게 붙여놓고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물론, 기다리다 보면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많이 생긴다. 한 번은 자정에 도착하기로 한 학생이 새벽 4시가 되어도 오지를 않아, 자고있는 어학원 직원들을 깨워 확인해 보니, 다음날 정오에 도착하기로 한 학생이었... (스케쥴 표를 잘 못 만들어서 생긴ㅠ)


또 한 번은 게이트에 서있는 내게 한국인 학생이 눈짓을 보내며 다가왔다. 난 학원이름과 학생이름을 언급하며 본인이 맞냐고 물어본 뒤, 맞다고 하여 밴에 태웠다. 40분쯤 달려 어학원에 거의 도착했을 때, 느닷없이 이 실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다일어난 목소리와 짜증이 뒤섞인 채, "야, 너 지금 어디야. 학생이 게이트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니가 없다잖아!"

난, 얼빵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있는 남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진심 그 자리에서 차 세우고 길에 던져버리고 싶었다.(도착해보니 다른 어학원 매니저가 내 옆에 앉아있는 학생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물론, 공항 픽업은 육체적으로 많이 피곤하긴했지만, 새로 오는 사람에 대한 설레임도 함께 있었다.

매번 공항 픽업을 나가면서, "이 번에 오는 사람은 누굴까?" "어떤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여기에 오고 있는걸까"라는 궁금함을 가진채 그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처음 마닐라에 도착하는 사람들이 느낄 낯섬과 걱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최대한 그들이 현지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왔다.


(왼, 1공항은 제일 오래된 공항이라 동네 터미널 같은 느낌이다.)  (오, 반면에 2공항은 1공항에 비해서는 조금 세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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