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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니제 Dec 10. 2018

우물 탈출

내 나이 스물 다섯, 처음 외국땅을 밟다.

우물안 개구리에게도 첫 해외여행의 기회가 찾아왔다. 친구 Steven과 싱가폴행 왕복 티켓 이벤트에 응모를 했는데 당첨이 된 것이다. 사실 응모는 Steven 혼자 했는데, 되면 두 장 되면 나도 데려가 달라고 말해두었다. 

('탁월한 선견지명'이라 쓰고, '개꿀'이라 읽는다) 마침 싱가폴엔 이종사촌 Robyn이 살고 있어서, 오랜만에 Robyn도 볼 겸 좋은 기회였다.


손짓 발짓 다 해가며 7박 8일 일정 동안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렸다. Robyn이 타국에서 멋지게 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Robyn은 싱가폴의 랜드마크이자 옥상 수영장이 일품인 'S****'호텔에서 Expo Sales를 담당했다. Robyn은 3개국어(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업계에서도 유명한 세일즈우먼이었다. 혈혈단신으로 싱가폴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그녀가 멋있고 자랑스러웠다. 


그러고보니 Robyn은 공중파에도 나왔다.


우연찮게 나가본 우물밖 세상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평생 피쉬앤칩스만 먹던 영국인이 인도에 가서 커리를 맛 본 기분이 이런 느낌었으랴. 우물담을 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고, 우물벽만 바라볼게 아니라 계속 뛰어올라 우물담의 높이를 가늠하고,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게 나를 단련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귀국과 동시에 장기간의 배낭여행을 결정했다. 넓은 세상을 한 눈에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어졌다. 3개월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고, 항공권도 구매했다. 그렇게 조금은(?) 무모한 여정을 시작했다. 


배낭여행 출발 당일 김포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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