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기억상실증
언젠가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무기력한 상황 가운데 있으면 우리 몸은 이미 그걸 알고 반응한다고.
첫 번째는 그렇게 잠이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마주할 세상이 답답해서 몸은 최대한 그 만남을 미룬다고 했다.
두 번째는 자신이 지금 어떤 생태인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거울로 자신을 한번 들여다볼 마음의 기력도 없다는 말이겠지.
마지막은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축 쳐진 몸처럼 머리도 그러하다는 것인지 재빠르게 툭툭 내뱉던 말도 마치 버퍼링이라도 걸린 듯,
입 안에서 덜그럭 거리게 된다고 했다.
아... 그게... 어... 음... 하고 말이다.
컨디션 난조를 그렇게 표현한 것일 수 있겠지만
가끔 제대로 말도 못 하는 나를 보면 그때의 글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나를 잠깐 돌아보게 만든다.
'아 내가 요즘 좀 우울하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의식적으로라도 무기력함을 피해보려 애쓴다.
더 길게 쓰고 싶었는데
이번엔 좀 더 짧게 마무리해야겠다.
요즘 단어가 통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기억상실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