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uta Foresto, Favonio Vino Bianco 2021
서로를 향한 애정을 확신할 수 없음에 괴로워하던 날.
애써 밀어내며 만나지 않았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마주한 순간 단숨에 그리움이 코끝으로 치고 올라와 마음을 간지럽혔다.
머뭇거리지 않고 성큼 다가온 태양의 다정함.
어둠 속에 숨어 나를 발가벗기는 듯한 손전등의 불빛이 아닌,
춥고 외로웠던 긴긴밤을 잊게 해줄 따스한 빛의 줄기.
돌아가요.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Tenuta Foresto, Favonio Vino Bianco 2021
지역 : Italia> Piemonte
품종 : Moscato Bianco
테이스팅 노트
와인에 대한 흥미가 애정으로 발전해 깊게 파고들던 어느 날,
애정보다는 애증에 가까운 감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좋아하지만, 소유할 수 없고
만나고 싶지만,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없는 것이 와인이더라고요.
사치재라 그런지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고요.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하죠.
보면 가지고 싶고 느끼고 싶고 마음을 자꾸 어지럽게 만드니,
저는 헛된 욕망과 괴로움을 피해 도망치는 걸 선택합니다.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고
혼자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와인만 만나는 것으로요.
하지만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는 와인과 함께 한 시간은
생각보다 깊게 일상에 파고들어 있어,
칩거(?)하는 동안 나의 일부분이 붕괴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순조로운 일상과 달리 가슴이 텅 빈 것처럼 무언가 결여된 건조한 삶.
그리운 마음과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
그러나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되돌아가기를 선택하는 데엔 확신은 필요 없었습니다.
확신보다는 미움 없이 순수하게 사랑하고 싶은 바람.
백지에 스며들어 붉게 변해버린 마음처럼 순수했던 마음이 그리웠어요.
언젠가 또 상처받고 후회하고 괴로워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정하고 따스했던 처음 사랑했던 그 날로,
붕괴되기 전의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면서.
맛있는 내추럴와인이었습니다.
모르고 마시면 모스카토인지 몰랐을, 드라이하면서도 쌉쌀한 맛.
흰 꽃 느낌, 발랄한 자몽이 뒤섞인 시트러스 향.
마시고 있다 보면 안 좋은 일은 싸악 사라질 것만 같은 예쁘고 향긋한 와인.
구름 사이로 봉긋 솟아오르는 태양이 나쁜 기억은 모두 사라지게 해줄 것만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