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강남역에서 빅이슈를 세 권 샀다.
빅이슈는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잡지로, 권당 가격이 3천원일 때는 자주 사다, 5천원일 때는 가끔 사다, 7천원으로 오르고선 안 샀다. 사람들의 재능기부로 채워지는 빅이슈는 내용이 알찬 편이 아니어서... 7천원이면 읽을 거리가 풍부한 시사잡지를 사는 편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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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권이나 충동구매한 이유는... 어젠 겨울이라고 해도 날씨가 너무 추웠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난방이 잘되는 따뜻한 장소에서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마시러 가는 길이었고, 바람을 막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지하철역 출구에서 햇빛을 난로 삼아 잡지를 파는 이도... 크리스마스엔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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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불리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택배가 도착해있었다. 이것 역시 충동구매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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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열매’를 들고 있는 춘식이가 귀여워서, 정말 단지 귀여워서 두개 샀다.
배송비가 아깝기도 했고, 수익금 전액을 조손 가정에게 쌀을 전달하는 데 쓴다고 하니, 내가 하나 갖고 다른 하나는 선물할 요량으로 두 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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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가 아님에도 크리스마스는 늘 설렌다.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꺼내 집안을 꾸미고, 캐롤을 틀고 지인을 초대해 음식과 술을 나눈다. 카드를 쓰고 선물을 준비해, 마음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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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별 일없이 무사히 지냈음에 감사하고, 즐거운 새해를 맞이할 수 있길 바라면서... 크리스마스는 거침없이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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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나 춘식이 배지 같은 충동 구매가 대단한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이런 소소한 행동이 나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한다면... 핫팩 같은 온기에서 타오르는 난로 같은 뜨거움으로 이웃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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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따뜻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라며,
사랑이 담긴 언어로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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