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앞둔 나에게
비오는 날 시골의 해안도롤 달리는
마을버스 창가에 기대어 앉아
곳곳에 솟아오른 바위에 부딫히고
하이얀 거품을 내며 으스러지는
파도를 바라본다
밋밋했던 안개는
자욱하게 번져서 이젠 수평선을 삼켰고
바닷 깊은 곳 바닥에서 잠자던 침전물은
맑았던 바다색을 탁하게 만들었다
지금 듣고있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검정치마 노래와
퇴사가 머지않은 시원섭섭한 마음은
새로 시작하는 설렘과 두렴 때문인지
어둡다가 밝다가 더런 흙탕물 같다가
또 아무렇지않다가,,
침전물이 위로 올라 흙탕물로 변한
생소한 바다 색깔도 이상했다가 또 멋있어 보인다
으스러지는 파도에 마음을 담아 바라보며
마음속에 묵혀두었던 찌꺼기를 마주하고
내가 그려오던 이상과 현실을 뒤섞어본다
마음속의 크고 작은 파장들은
파도라는 더큰 무언가로 인해
숙연해지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잠잠,, 잠잠,, 잠잠해진다
비가 그치면 바다가 더 맑아지고
원래의 색을 되찾듯
내 마음속의 이상과 현실의 뒤죽박죽한 모습들도
지금 내가 가고있는 잘못된 노선을
변경하고 더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려는 혼란스러움이다
그러니까 찌꺼기가 한데 뒤섞인 모습은
본래 자연스럽고 당연한거다
파도가 알려줬다
매섭게 오다가도
바위를 만나면 으스러져 부서지는거고
으스러진 거품 입자는 다시모여
해안으로 오던길을 마저 오는거다
비가오고 위아래가 뒤섞여서 색깔이 변해도
가던길은 가는거다
만약에 위아래가 뒤섞인채 바위를 만나고
으스러진 거품 입자가 가던 길을 멈춘다면
그들은 해안의 모래 알갱이를
영원히 만나지 못 할 수도 있을거다
그래서 지금 좀 탁해지고 으스러진건
당연한거고 자연스러운 일인거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닌거다
여러 거품 입자들이 그렇듯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 아닌거다
매섭게 달려 가다가도
바위를 만나면 으스러지는거고
으스러진 거품 입자는
다시 모여 해안으로 가던 길을
마저 가는거다
그러다가 비가 그치면 더 잔잔해진 바다에서
평온함을 마주할테니
파도가 거세지고 비가 와서 바닷물이 탁해지면 물고기도 원래 살던 깊이보다 더 깊이 들어가서 바다가 예전의 평온을 되찾길 기다린다고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힘든 일들을 마주하거나 힘든 시기가 닥쳐올 때면, 포기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힘든 때 일수록, 내면의 깊은 곳을 바라보며 마음 속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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