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선택으로 이뤄진 삶을 살면서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계획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하다못해 오늘 저녁에 누구와 무얼 먹을지에 대한 생각도 계획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계획이 모두 순조롭게 실행되면 좋겠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길 때가 많다. 메뉴가 변경되거나 식당이 바뀌거나, 같이 밥 먹는 사람이 바뀌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계획엔 변수가 안 생기면 이상하다.
나도 처음엔 글을 이렇게 계속 쓸 수 있을지 몰랐다. 아직 글을 많이 쓴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이 쓰고 있다. 처음에는 아예 버리자니 아깝고, 놔두자니 중구난방으로 흩어져있어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느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이 좀 많아졌고, 써 놓은 글을 혼자만 보면, 혼자 해왔던 생각들로 혼자 정리한 것이기에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지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고자 SNS에 몇 번 공개했었다.
사람들이 의외로 좋아해주셨다. 공감하거나 조언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고 이런 분들을 모아서 하나의 커뮤니티로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jagye_gam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개설하고 블로그도 운영하게 되었다.
몇 달이 지나자, 글을 써 놓은 게 한 편의 책처럼 되었고, 출판을 해보고 싶은 욕심에 투고도 꽤 해봤다. 여러 개의 거절 메일을 받았다. 당시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그냥 해볼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투고했다. 지금은 나도 내가 출판할 실력이 안 되는 것은 안다.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계획이 없으면 실행이 없고, 실행이 없으면 실패도 없다. 실패할 수 있는 기회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실패가 없으면 배우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처음과 달리 지금은 글을 쓰는 목적이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내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10만 명 정도의 회원들이 활동하는 자계감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목표다. 출판은 당연히 거절될 실력이었지만, 거절을 많이 당해 보면서 내 글의 수준이 많이 낮은 것을 인지했고, 더 잘 쓰고 싶어서 다른 분들의 글을 찾아 읽으며 모자란 지평을 조금씩 넓혀가기 시작했다.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성취하기 쉽고 작은 계획을 조금씩 꾸준히 세우고 실천하는 게 좋다. 반면, 발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는 계획은 조금 무리해서 세워도 된다. 그런 계획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계획은 누군가에게 쳐 맞고, 다시 상황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누구나 쳐 맞기 전까진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쳐 맞고 난 후에, 좀 더 밀도 있고 성공 확률이 높은 길을 제시하는 계획으로 수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