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제목 짓기]: '어그로'를 넘어 '신뢰'를 낚는 약속
여기, 자신의 글에 대해 완벽하게 요약한 제목을 붙인 창작자가 있다. (예: "창작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의사결정 기준 연구"). 이 제목은 '핵심 내용(약속)'을 충실히 담고 있지만, 독자의 마음을 낚아챌 '갈고리'가 없다. 독자는 수많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이 건조한 제목을 발견할 시간조차 없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이라도, 클릭되지 않는 글은 존재하지 않는 글과 같다.
여기,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창작자가 있다. (예: "이 글을 보고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독자는 강렬한 '어그로(Aggro)'에 이끌려 글을 클릭한다. 하지만 내용은 제목과 아무 상관없는 평범한 일상이다. 독자는 '배신감'을 느끼며 즉시 창을 닫고, 다시는 이 창작자의 글을 찾지 않는다. '어그로'에는 성공했지만, 독자와의 '약속'을 배신한 대가는 혹독하다.
두 비극은 '제목'을 '의사결정'의 영역으로 보지 않았기에 발생한다. 제목은 단순히 내용을 요약하는 '레이블'이 아니다. 그것은 '이 글은 당신을 위한 글이다'라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갈고리(Hook)'이자, '이 글에서 당신은 이런 가치를 얻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약속(Promise)'이다. '약속(설명)'에만 치우치면 눈길조차 얻지 못하고, '어그로'에만 치우치면 신뢰를 잃는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챕터는 저자 자신에게도 가장 어려운 숙제이자 풀리지 않는 고민이다. 이 글 역시 누군가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어그로'와 '약속' 사이에서 매번 길을 잃는 스스로의 기준을 정리하고 연습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우리는 종종 제목 짓기에 실패하면 '더 멋진 단어', '더 자극적인 단어'를 찾지 못한 '어휘의 실패'로 치부한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제목 짓기의 진짜 실패는 '전략적 균형의 실패'에서 온다.
✓ '교과서 제목'의 실패: 독자에게 '무엇을' 줄지 알려주는 '약속(신뢰)'만 있고, "왜 지금 클릭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갈고리(호기심)'가 없는 상태다.
✓ '어그로 제목'의 실패: 반대로, '갈고리'는 극단적으로 강력하지만, 독자에게 주기로 한 '약속'이 부재하거나 거짓인 상태다.
결국 우리가 풀어야 할 진짜 문제는 '어떤 단어를 찾을까'(어휘)가 아니다. 그것은 "어떻게 '갈고리'의 힘을 극대화하면서도 '약속'의 신뢰를 배신하지 않을 것인가"라는 '균형점을 찾는 의사결정'이다. '어그로'를 넘어 '신뢰'를 낚는 약속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이 챕터의 유일한 목표다.
'3초의 승부'에서 이기고 독자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제목의 기준'은, '갈고리'와 '약속' 그리고 '연결'이라는 세 가지 좌표의 균형점에서 탄생한다.
이것은 독자의 감정, 결핍, 혹은 통념을 건드려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갈고리'의 영역이다. 이 갈고리가 독자의 스크롤을 멈추게 한다.
✓ (딜레마) 이 기준만 강조하면 '어그로(Clickbait)'가 되어 신뢰를 잃는다.
이것은 독자의 이성에 답하는 '약속'의 영역이다. 이 글이 어떤 가치(정보, 재미, 위로)를 줄 것인지 명확히 암시해야 한다. 독자는 이 '약속'을 보고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지 결정한다.
✓ (딜레마) 이 기준만 강조하면 '교과서 제목'이 되어 '3초의 승부'에서 패배한다.
이것은 '갈고리'와 '약속'이 누구를 향하는지 알려주는 '신호'이다. 나의 대표 독자(페르소나)가 실제로 사용하고 반응하는 '그들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예: '창작자', '예비 작가', '퇴고', '번아웃')
✓ (딜레마) '그들만의 언어'를 과하게 사용하면, 잠재적인 독자층을 차단할 수 있다.
앞서 정립한 3가지 기준(호기심, 약속, 연결)은 딜레마에 빠졌을 때 사용하는 나침반이다. 이제 이 나침반을 들고, 실제 제목을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4단계 방법론과, 이 방법론이 적용된 '사례'를 살펴본다.
제목 짓기는 '영감'이 아니라 '설계'의 영역이다. 다음 4단계를 통해 키워드를 도출하고, 조합하며,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다.
가장 먼저, 이 글이 독자에게 주기로 '약속'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정의한다.
[질문] "독자가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무엇을 얻는가?"
[도출] (예: 2-5 퇴고 챕터의 경우) '퇴고', '편집', '버리기', '지우기', '기준', '명료성', '속도감'
다음으로, 독자의 스크롤을 멈추게 할 '갈고리'를 찾는다. 이는 독자의 결핍을 건드리거나,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단어다.
[질문] "이 글의 내용 중 가장 통념에 어긋나거나, 독자의 고통을 건드리는 지점은 어디인가?"
[도출] (예: 2-5 퇴고 챕터의 경우) '용기', '애착', '내 자식', '기술이 아니다', '망가진 글', '사랑에 빠진 문장'
이 '약속'과 '갈고리'가 누구를 향하는지 명확히 한다.
[질문] "이 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들이 매일 사용하는 단어는 무엇인가?"
[도출] (예: 2-5 퇴고 챕터의 경우) '창작자', '예비 작가', '초고', '문장', '글쓰기'
이제 1, 2, 3단계에서 도출된 키워드들을 전략적으로 '조합'하며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다.
(조합 1: 약속 + 갈고리) "퇴고는 다듬는 기술이 아니라 지우는 용기다" → (약속: '퇴고') + (갈고리: '기술이 아니라 용기')
(조합 2: 약속 + 연결) "예비 작가를 위한 퇴고 5가지 기준" → (약속: '퇴고 5가지 기준') + (연결: '예비 작가')
(조합 3: 갈고리 + 연결) "창작자여, 당신의 문장을 버릴 용기가 있는가?" → (갈고리: '버릴 용기') + (연결: '창작자, 문장')
이 조합 과정에서 "어떻게 '어그로'의 배신감 없이 '갈고리'를 던지고, '약속'을 지킬 것인가"라는 이 챕터의 핵심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이 챕터에서 제시한 '4단계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이 책 <창작은 결정이다>의 제목을 결정한 과정 그 자체이다. 이 제목 역시 '어그로'와 '교과서' 사이의 수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전략적 균형점의 산물이다.
1. [갈고리] 호기심 유발: 통념을 비틀어 '갈고리'를 던지다
이 책의 [타겟 독자]는 '재능' 혹은 '영감'의 부재로 고통받는다. "창작 = 재능"은 그들이 굳게 믿는 통념이자, 그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이다. "창작은 결정이다"라는 제목은, 이 핵심 통념을 정면으로 '비틀어' 버린다. 독자는 "왜 '결정'이지?"라는 강력한 지적 호기심을 느낌과 동시에, "혹시 내 문제가 '재능'이 아닐 수도 있나?"라는 희미한 희망을 발견한다. 이것이 이 제목이 던지는 '갈고리(Hook)'이다.
2. [약속] 핵심 내용 암시: '무엇'을 줄 것인지 정직하게 약속하다
이 제목은 '어그로'처럼 호기심에서 그치지 않고, 이 책이 무엇을 다룰지에 대한 정직한 '약속(Promise)'을 한다. 그것은 '재능'이라는 추상적이고 선천적인 영역이 아니라, '의사결정'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법론'에 대해 다룬다는 약속이다. 이 책이 '영감'을 기다리는 법이 아닌, '시스템'과 '기준'을 세우는 법을 알려줄 것임을 명확히 암시한다.
3. [연결] 타겟 독자의 언어: '누구'를 위한 글인지 호명하다
마지막으로, '창작'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이 '약속'과 '갈고리'가 누구를 향하는지 알려주는 '연결(Connection)'의 신호이다. 이 단어는 '창작자', '예비 작가', '크리에이터'라는 우리의 핵심 타겟 독자를 정확히 호명한다. 동시에 창작에 관심 없는 독자들은 스스로 이 책을 지나치게 만드는 강력한 '필터' 역할을 수행한다.
[균형] 부제의 역할: 제목의 약속을 완성하다
이 세 가지 기준의 균형은 부제에서 완성된다. 제목 <창작은 결정이다>가 '호기심(갈고리)'에 무게를 둔다면, 부제 "영감을 지속 가능한 결과로 바꾸는 창작자의 의사결정법"은 '약속(핵심 내용)'과 '연결(타겟 독자)'을 더욱 구체화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제목이 독자의 스크롤을 멈추게 하고, 부제가 "이것이 바로 당신이 찾던 책이 맞다"라고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제목은 당신의 첫 번째 갈고리이자, 마지막 약속이다
제목은 단순히 글의 내용물이 적힌 '상표'가 아니다. 그것은 "이 안에 당신이 찾는 것이 있다"라고 외치는 '초대장'이다. '갈고리'로서 독자의 호기심을 낚아채고(Hook), '약속'으로서 독자에게 신뢰를 주어야 하는(Promise),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의사결정의 순간이다.
광고의 전설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는 제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목은 본문보다 5배 더 많이 읽힌다. 제목을 썼을 때, 당신은 이미 1달러 중 80센트를 쓴 것이다.
3초의 승부, '어휘'가 아닌 '균형'을 결정하라
수많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독자는 당신의 제목을 보고 단 3초 만에 클릭할지, 외면할지를 결정한다. 이 '3초의 승부'를 위해, 우리는 '어떤 단어를 쓸까'라는 어휘의 문제를 넘어, '누구에게(Connection) 어떤 약속(Promise)을 할 것인가'라는 균형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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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함께 있는 사진에도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제목이 하나 있다. 숨겨 놓았는데 벌써 알아채신 분이 있어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