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가 아팠다

투투 이야기

by Eli

투투가 탈이 났다.


"밥 먹자"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폴짝거리며 좋아하던 놈이 요 며칠 밥그릇 보기를 돌 보듯 했다. 더워서 그런가 보다 하고 며칠을 두고 보았지만 여전히 밥 보기를 돌 보듯 했다. 안 되겠다 싶어 좋아하는 식빵 반 개를 잘라 사료에 섞어 주었다. 그러면 그렇지, 녀석 예상대로 후딱 먹어 치웠다.


뉴스를 보는데 저녁에 먹은 사료를 몽땅 토해놓더니 밤새 일곱 번을 더 했다. 어이쿠, 어쩌나. 탈이 난 것이 분명했다. 식빵이 잘못된 것일까. 냉장고의 식빵을 확인하니 유통기한도 문제없었다. 이유가 뭘까. 낮에 한 산책이 문제였을까.


산책 후 우리는 유난히 힘들었다. 비가 오지 않는 틈을 타 나갔는데 해가 없었는데도 높은 습도 때문에 굉장히 더워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멀게 느껴졌다. 평소의 산책보다 짧게 끝냈는데도 두 배는 더 힘들었다. 투투와 나는 집에 와 둘 다 널브러져 에어컨 앞에서 쉬었다. 혹 더위를 먹은 것일까. 그래서 저녁밥을 급히 먹다 체했나?


지금까지 씩씩하게 잘 컸는데 꼬리가 축 늘어진 녀석을 보니 속이 상하다.

"투투, 건강한 것이 장점인 시골 잡종이잖아. 어디가 아픈 거니?"

투투는 흰 눈자위가 많아진 불쌍한 눈으로 나를 쳐다만 보았다.


꼬리가 축 늘어진 투투

투투와 나는 밤을 새웠다. 소쩍새는 어찌 그리 밤새 울던지. 청아하고 처량한 '소쩍~소쩍~' 하는 소리가 어둠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들려왔다. 투투는 소쩍새 소리가 나는 창가로 머리를 돌리더니 비실비실 걸어가 누워 밤새 앓았다. 투투의 소리가 나면 일어나 치우고 일어나 치우고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소쩍새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했더니 잠이 들었나 보다. 산새들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와 창가가 매우 소란스러웠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4시 53분. 앞산 위쪽이 뿌옇고 검푸르게 산안개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였다. 벌떡 일어나 투투를 보니 거실 테이블 아래에서 네 다리를 뻗고 자고 있다. 자세로 봐선 괜찮아 보였다. 거실을 조사하니 녀석의 흔적은 없다. 녀석, 괜찮아졌는지 내 움직임을 알아채고 일어나 꼬리를 흔든다. 저녁부터 세상 불쌍한 모습으로 꼬리를 축 내리고 웅크려 있었는데 괜찮아진 거 같아 다행이다. 깨끗한 물을 주니 맛있게 먹는다. 밤새 소파에 있었더니 허리가 아팠다. 침대로 가니 녀석 겅중 올라와 내 옆에 눕는다.


투투가 내 손을 핥는 바람에 잠을 깼다. 시간을 보니 9시. 투투 얼굴이 다시 밝아지고 꼬리는 한껏 올라가 동그랗게 말려있다. 병원 갈까? 물으니 고개만 갸우뚱갸우뚱. 당분간 산책은 하지 말자. 밥도 조금 다른 것으로 바꿔야겠어.


누군가는 개##에게 뭐 그렇게 잘해 주냐고 볼멘소리를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잘해 주지 않으면 구박이라도 해야 되는 걸까. 동물이고 흔해빠진 시골 잡종 개니까 아무렇게나 내 버려두고 굻어 죽지 않게 사료나 주면 되는 거냐고. 개를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생활의 불편과 활동의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돈도 많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조건 없는 사랑을 줄 수 있다. 순수할 수 없는 내가 조금은 순수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할 수 없는 인간이다. 누군가 내게 이 발언에 대한 반박을 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전능하다고 믿는 신과도 거래를 하는 인간인데 부모 자식 간이라고 그 사랑이 순수할까. 사랑의 본질이 순수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순수할 수 없기에 나는 그 어떤 관계든 인간의 사랑은 불완전하고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로 사랑 때문에 많이 아파도 덜 실망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투투는 내게 의존해야 살아갈 수 있는 개다. 유명한 전문가 강형욱 씨는 사람을 주인이라고 하지 않고 보호자라고 부른다고 했다. 사람과 개의 관계에서 사람은 보호자라는 것이다. '주인'은 소유를 내포한 말이지만 '보호자'는 누군가를 보호하는 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투투가 내게 이러저러한 기쁨을 주는 것은 맞지만 이러저러한 불편을 주는 것도 맞다. 그러나 투투가 내게 이러저러한 기쁨을 주기에 투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파양 되어 왔을 때 키우기로 한 것은 우리의 선택이었고 연민이었다. 투투가 우리에게 왔고 우리는 투투를 선택했다. 그거면 된 거다. 나는 투투의 조건이 아니라 그저 투투이기에 보호하고 애정을 주는 것이다. 투투도 자신을 향한 나의 마음이 순순한 사랑인지 연민인지 동정인지 따지지 않는다. 자신을 보호해 준다는 것을 알기에 따르고 좋아하는 것이다. 계산 없고 단순한 이 것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 사랑 앞에서 나는 같은 사람들끼리 확인하기 어려웠던 편안함을 느낀다.


사랑 타령은 그만하자. 투투는 밤새 아팠고 나는 밤새 걱정했지만 다행히 지금은 괜찮다. 병원을 가려고 했으나 표정을 보니 정상으로 돌아왔다. 투투는 다시 먹을 거를 기웃거리고 간식을 달라고 간식 통 앞에 앉아 있다. 다행이다. 이것이 투투와 나의 사랑이다.


"투투, 안됐지만 오늘은 단식이야. 이따 오후에 뭔가 먹어 보자. 그때까진 금식! "



한바탕 공을 쫓아다니더니 내 발 밑에 와 자는 투투. 투투 괜찮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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