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 좀. 쫌!

투투 이야기

by Eli

어제도 비가 왔고 오늘도 비가 오고 있다. 투투는 5일이 넘도록 산책을 못하고 있다. 아, 개심심해. 하는 얼굴로 이 방 저 방, 이것 저것 건드리며 열적게 다니다가 누워 잔다. 여름철 산책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비가 오는 날이 잦다 보니 흐린 날이라도 높은 습도 때문에 개와 사람 모두 금방 지쳐 헥헥거린다. 온도가 높고 햇빛이 강한 낮에는 잠깐씩 배변을 위한 외출에도 땀이 비 오듯 한다. 햇빛이 강해지기 전인 아침 일찍 산책하는 것도 동트기 전이 아니라면 마찬가지다.


해가 진 후엔 어떨까. 햇빛은 들어갔지만 사람과 동물을 향해 떼로 달려드는 날것들과 모기 때문에 괴롭다. 시골은 숲과 개울 등이 가까이 있어서 도시에 비해 날것들이 아주 극성이다. 주로 노출된 얼굴을 향해 달려드는 날것들을 피하기 위해 손으로 휘젓기도 하고 머리를 흔들기도 하는데 이건 산책이 아니라 무슨 광인의 행진처럼 보인다. 목과 팔, 다리에 모기 기피제를 뿌리고 나가도 별 소용이 없다. 모기는 계속 귓가에서 앵앵거리며 협박을 하고 초파리나 하루살이 등은 인해전술 아니 충해전술로 끊임없이 달려들어 눈이며 코, 입으로 돌진을 한다. 사람뿐 아니라 개에게도 달려드니 투투도 머리를 털거나 몸을 부르르 떨어 물리치느라 자주 멈춰 서곤 한다.


기후가 변한 탓인지 한 번씩 쏟아지는 소나기도 큰 장애물이다. 우산을 챙겨 나가면 비가 오지 않아 성가시고 우산 없이 나가면 비가 쏟아져 비를 맞기 일쑤다. 비 때문에 도로엔 물이 고여있고 흙길은 비 때문에 질척거린다. 숲길 또한 미끄럽고 뱀까지 출몰하니 투투야, 어디로 산책을 가야 잘 갔다고 소문이 날까.


또 이상 벌레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천사 벌레라고 부르는 하얀 벌레들이 풀이며 나무에 붙어 있어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 투투에게 툭툭 튀며 달라붙는다. 숲뿐만 아니라 길가 잡초에도 예외 없이 줄기를 타고 하얗게 붙어있다. 요즘 자연 생태계는 이 하얀 천사 벌레들이 접수한 것 같다. 지금 농가에서는 이 천사 벌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는데 방제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선녀벌레라고 하는 이 벌레의 이름은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다.





또 하나 산책을 불쾌하게 하는 요소는 바로 개똥이다. 여기저기 보이는 개똥을 경계하느라 투투와 나는 바쁘다. "엑"하는 소리에 투투는 알겠다는 듯 뒤로 폴짝 물러서곤 나를 올려다 본다. 미안해. 투투. 사람들이 치우지 않는구나. 담벼락이나 전신주 등에 "개똥 금지" 등이 많이 붙어있는데 요즘 동네 유행인지 CCTV를 설치했다는 새 경고가 보이기 시작했다. 주택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집집마다 개를 키우고 그 개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해가 지면 산책을 나온다. 그 개들이 전부 밖에서 볼일을 보는데 오줌이야 그렇다 해도 개똥은 얘기가 다르다. 길가엔 물론 남의 집 주차장 한가운데나 대문 앞에 그대로 두고 가는 경우가 많아 산책을 할 때마다 괴롭고 불쾌하다. 해당 집주인들이 다른 것도 아니고 그깟 개똥 때문에 오죽하면 CCTV를 설치할까. 개의 배설물을 수거해 가거나 적어도 흙으로 묻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대로 두고 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을 가진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전원주택은 무슨, 널린 게 개똥이니 개똥 주택이다. 도시가 아니니 그대로 두어도 된다는 것일까. 투투 보기에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창밖을 내다보는 투투. 눈빛이 아련하군.

연일 내리는 비에 참새들도 참을 수 없었나 보다. 빗속에서 먹이를 구하고 있다. 투투는 창가에 발을 올려놓고 비 오는 마당을 내다보며 자꾸 나를 돌려다 본다. 나가자는 뜻이리라. 어쩌냐. 수건을 돌돌 말아 간식을 숨겨놓고 던져준다. 지난해 일기를 보니 "8월 7일, 밤이 되면 선풍기도 필요 없을 만큼 시원하다"라고 썼고 "8월 16일, 한낮에도 그늘에선 시원하다"고 썼다. 투투야. 입추가 멀지 않았다. 이 참을 수 없는 계절도 지나가리라. 조금만 견디자꾸나.


그나저나 우리 집 앞에다 매일 볼일을 보고 가는 놈들은 누굴까. 한 놈은 큰 놈이고 또 하나는 작은 놈인데, 심증은 간다만 현장 증거를 잡을 수가 없구나. 누구냐. 네 놈들은.(이것은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요??)

보호자들이여, 개똥 좀. 아,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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